국내 알뜰폰(MVNO) 도입 11년차. 가입자는 매년 증가세다. 저렴한 요금에 매력을 느낀 기존 이동통신 3사(MNO, SKT·KT·LGU+) 이용자들이 속속 알뜰폰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유입되는 신규 가입자를 1명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알뜰폰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하다. 값싼 요금제와 더불어 가입 절차를 간소화하고, 보다 실용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특화 요금제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충성 사용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알뜰폰 업계의 고민도 날로 깊어지고 있다. 

▲ 국내 알뜰폰 가입자 추이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 국내 알뜰폰 가입자 추이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 고객층으로 MZ세대 겨냥, 유심 판매는 편의점이 대세
알뜰폰 업체들의 공통 숙제는 가입 채널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는가에 있다. 이통3사와 달리 알뜰폰은 오프라인 판매점이 없고 개별 인지도도 낮기 때문이다. 이에 여전히 온라인 마케팅에 공을 들이는 곳이 많지만 올해 일부 알뜰폰 업체들은 편의점에 주목하고 있다.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에서 자사 알뜰폰 가입에 필요한 유심카드를 판매하고 온라인 셀프개통을 지원함으로써 접근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현재 편의점 유심을 판매 중인 주요 알뜰폰 업체로는 U+알뜰모바일, KT엠모바일, LG헬로비전(헬로모바일) 등 이통3사의 알뜰폰 자회사들이 꼽힌다.

U+알뜰모바일은 지난 6월 이마트24와 손잡고 전국 5400개 매장에서 유심 판매를 시작했다. 헬로모바일은 CU·이마트24 1만5000여개 매장, KT엠모바일은 국내 모든 편의점과 제휴한 알뜰폰 업체로 약 5만개의 편의점에서 유심카드를 판매 중이다. 또 3사 모두 스마트폰에 유심카드를 장착하면 수 분 내에 온라인 셀프개통까지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헬로모바일 유심카드 (사진=블로터DB)
▲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헬로모바일 유심카드 (사진=블로터DB)

편의점 연계 효과는 실제로도 쏠쏠하다. 올해 KT엠모바일 신규 가입자 중 편의점 유심으로 개통한 비중은 약 25%로 적지 않다. 헬로모바일은 40%에 이른다. 집에서 가까운 편의점 유심이 인기를 끌자 KT는 아예 자사 알뜰망 업체 고객들을 대상으로 고객 희망시간에 유심을 직접 실시간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알뜰폰 비대면 가입에 수반되는 복잡한 인증 절차를 단순화하고 디지털 세대를 겨냥한 사용자경험을 선보인 업체도 있다.

카카오 알뜰폰 계열사인 스테이지파이브는 지난해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카카오페이를 인증 수단으로 추가했다. 아예 카카오페이 내에 알뜰폰 온라인샵을 열고 카카오톡 내에서 스마트폰 구매, 개통, 상담까지 가능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전과정이 온라인으로 원스톱 진행되기 때문에 디지털과 비대면을 선호하는 MZ세대를 겨냥한 서비스라 할 수 있다.

U+알뜰모바일도 지난달 가입자의 70%가 20~30대로 이뤄진 간편인증수단 페이코 인증서를 도입했다.

▲ 스테이지파이브의 카카오톡 기반 알뜰폰 개통 서비스 (자료=스테이지파이브)
▲ 스테이지파이브의 카카오톡 기반 알뜰폰 개통 서비스 (자료=스테이지파이브)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제는 알뜰폰이 이통3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요소다. 하지만 비슷한 요금 수준의 알뜰폰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최근 타깃층이 더욱 구체화된 특화 요금제를 내놓는 사업자들도 눈에 띈다.

스마텔은 지난달 사이버범죄 예방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후후'와 제휴한 '후후 요금제'를 출시했다. 보이스피싱, 스미싱, 스팸 전화 및 스팸 문자를 차단하는 기능이 기본 포함된 요금제다. 여기에 악성 앱설치파일 탐지, 발신 전화번호 가로채기 탐지처럼 지능화된 스미싱 범죄를 막는 시스템과 피해 발생 시 손해액 일부를 보전해주는 생활안전 사고 보장보험까지 포함돼 있다. MZ세대보단 상대적으로 스미싱에 취약한 40~50대 이상 중장년층을 고려한 요금제다.

U+알뜰모바일은 지난 10월 편의점 도시락 구독 요금제를 선보였다. GS25의 도시락, 치킨, 요리, 반찬 등 주요 먹거리 상품을 월 15개까지 20% 할인받을 수 있는 쿠폰을 24개월간 제공받는 요금제다. 코로나19로 가까운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직장인과 학생이 늘고 있다는 점을 노린 특화 요금제다. GS25는 2020년 도시락 매출액이 2019년 대비 920% 증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테이지파이브가 지난 8월 출시한 해피포인트X핀다이렉트샵 제휴 요금제도 간식비와 문화비 지출이 높은 MZ세대를 겨냥한 상품이다. 가입 후 3개월간 던킨도너츠 혹은 커피를 정해진 수량만큼 교환할 수 있는 쿠폰이 제공되며 지니뮤직 8000원 이용권은 가입기간 내내 제공된다.

無약정 無충성…늘어나는 '체리피커'에 골몰
이처럼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위한 업계의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면서 국내 알뜰폰 가입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월 21일 국내 알뜰폰 가입 회선은 1000만개를 돌파했다. 사물인터넷(IoT) 회선이 약 400만개를 차지하지만 선·후불을 포함한 순수 알뜰폰 소비자만 따져도 600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내실은 그리 튼튼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뜰폰 가입자는 늘고 있지만 수천만명을 대상으로 단 3개의 회사가 경쟁하는 MNO와 달리 MVNO는 600만명을 두고 60여개 업체가 경쟁 중이다. 그나마 그중 절반은 이통3사의 알뜰폰 자회사가 차지하고 있고 중소 알뜰폰 업체들이 300만명에 대한 점유율을 나눠 가진 형국이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자금력이 탄탄한 이통3사 자회사와 동등한 경쟁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알뜰폰은 요금제는 대부분 무약정 기반이다. 한번 가입하면 평균 2~3년간 약정 가입을 유지하는 이통3사 요금제와 달리, 알뜰폰 가입자들은 더 좋은 혜택을 주는 곳이 있으면 언제든 기존 알뜰폰 서비스를 이탈한다. 따라서 요금제에 지속적인 부가혜택이나 경품 등을 제공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지만 충분한 자금 없이는 대기업 자회사와 경쟁이 쉽지 않다.

▲ 현재 국내에선 약 60개의 알뜰폰 업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자료=알뜰폰 허브 갈무리)
▲ 현재 국내에선 약 60개의 알뜰폰 업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자료=알뜰폰 허브 갈무리)

업계 관계자는 "가입자 유치를 위해 제공하는 프로모션 요금제를 최소 기간만 누리고 타 사업자의 프로모션 요금제로 옮기는 '체리피커(케이크에서 하나뿐인 체리만 빼먹는 사람을 일컫는 말)'들도 업체 입장에선 골치"라고 말했다. 결국 알뜰폰 사업도 안정적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해선 충성 가입자 확보가 필수지만 시장 구조상 녹록치 않은 것이 현주소다.

결국 자금에 여유가 있는 소수 업체를 제외하면 대부분 장기적으로 경쟁에 힘을 쏟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이에 경쟁 업체가 줄어들수록 알뜰폰 시장도 기존 MNO 시장처럼 비슷한 요금제, 서비스만 남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시장의 공정 경쟁을 위해 이통3사 자회사 합계 점유율을 제한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이 방식은 자유경쟁과 소비자의 선택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이와 함께 MNO와 MVNO를 하나의 스마트폰에서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e-SIM 도입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알뜰폰허브 사이트에서는 알뜰폰과 자급제폰 결합을 강화하기 위해 12월부터 자급제폰 파손보험을 저렴하게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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