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 박셀바이오가 소액주주를 고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4일 박셀바이오에 따르면 회사는 네이버 종목토론실(종토방)에 ‘회사와 공매도 세력이 한패’라는 식의 글을 반복적으로 올린 인물을 특정해 고소했다. 회사가 주주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편에 속한다. 박셀바이오가 이처럼 강경 대응에 나선 배경으론 ‘주주 갈등’이 꼽힌다. 최근 주가가 대폭 하락하면서 소액주주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

피고소인(A씨)은 ‘이준행·이제중 박셀바이오 각자대표를 비롯해 회사 경영진이 공매도 세력과 결탁해 주가를 하락시키고 있다’는 식의 게시글을 종토방에 장기간에 걸쳐 수십 건 작성했다. A씨가 작성한 게시글 대다수엔 비속어와 욕설이 담겼다. A씨는 고소 절차가 진행된 이후 해당 게시글을 대부분 삭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회사는 또 A씨가 허위 사실을 언론사 등에 제보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 이준행 박셀바이오 각자대표(왼쪽)와 이제중 박셀바이오 각자대표.(사진=박셀바이오 홈페이지 갈무리)
▲ 이준행 박셀바이오 각자대표(왼쪽)와 이제중 박셀바이오 각자대표.(사진=박셀바이오 홈페이지 갈무리)

박셀바이오는 지난 11월 초 A씨를 특정해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회사는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등 고소 후에도 강경한 대응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박셀바이오 관계자는 “한 주주가 허위사실·비방·욕설 등의 내용이 담긴 글을 종토방에 올렸다”며 “현재 허위사실 적시·명예훼손 등으로 고소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고소장 접수 후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 악성글 작성’과 같은 성격의 사건은 경찰이 작성자를 특정하지 못해 수사가 중단되는 사례가 더러 있다. 그러나 박셀바이오는 고소 전부터 A씨를 악성 게시글 작성자로 특정하고 자료를 모아 경찰에 제출했다.

박셀바이오는 최근 소액주주들과의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다. 주가 하락이 원인이다. 박셀바이오의 주가는 이날 5만6600원에 장을 마쳤다. 올해 초 최고점(29만9700원) 대비 무려 81% 하락했다. A씨는 최고점 도달 후부터 주가가 계속해 하락하는 원인이 ‘회사 경영진이 공매도 세력과 손잡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A씨 외에도 소액주주들이 회사에 직접 항의하는 등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 박셀바이오 네이버 종목토론실 화면.(사진=네이버 금융 페이지 갈무리)
▲ 박셀바이오 네이버 종목토론실 화면.(사진=네이버 금융 페이지 갈무리)

소액주주들은 이에 지난 10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출범하고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회사 측에 주주들과의 공식적 만남을 요청하고, 박셀바이오 서울사무소에 항의 방문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벌였다. 비대위는 회사가 응답하지 않을 경우 대표소송제 등을 진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표소송제는 주주가 다른 주주들을 대표해 회사에 손실을 끼친 임직원에 대해 제기하는 소송으로, 경영진의 잘못을 규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박셀바이오는 이에 비대위 측에 내용증명을 보내고 △임직원들에 대한 모욕 및 명예훼손의 소지가 있는 게시글을 완전 삭제 △반성 및 사과 명시 등을 요청했다.

A씨가 비대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이번 고소도 ‘주주와의 갈등’에 대한 회사의 대응책 중 하나로 풀이된다. 그러나 박셀바이오 측은 “자칭 비상대책위원회 및 비대위원장에 대해 내용증명을 보내거나 고소를 진행한 것은 아니다”며 “특정 인물 개인에 대해 고소를 접수한 상태이며, 더욱이 이런 상황에서 그 인물을 주주의 대표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 박셀바이오의 주가 추이.(자료=네이버 금융 페이지 갈무리)
▲ 박셀바이오의 주가 추이.(자료=네이버 금융 페이지 갈무리)

박셀바이오는 항암면역치료제를 연구·개발하는 바이오텍 회사다. 지난해 10월 개발 중인 간암 면역세포 항암제 ‘VAX-NK’의 임상 1상 결과가 전해지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해당 치료제는 현재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진행한 임상 1상에서 투약환자 11명 중 10명의 환자가 생존해 있고 이 중 4명이 완전관해(CR·암치료 후 검사에서 암이 있다는 증거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됐다는 결과가 나오자 주가가 급등했다. 여기에 1대 1 무상증자도 진행,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9월 22일 상장한 박셀바이오는 3개월 만에 1000% 넘게 오르며 2020년 국내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 신규 상장 93개 회사 중 주가 상승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0년 연간 영업손실이 전년 동기 대비 6% 확대된 42억5490만원을 기록하는 등 악재가 나오자 주식은 빠르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박셀바이오는 최근에도 △국제학술대회에서 전립선암·췌장암 등 고형암을 대상으로 개발 중인 항암면역치료제 ‘CAR-T’의 전임상 효능 결과 발표 △반려견 전용 면역항암 치료제 ‘박스루킨-15’의 품목허가 보완 서류 제출 등의 소식이 있었지만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박셀바이오는 올 3분기에도 영업손실 15억원을 기록했다.

▲ 박셀바이오의 주요 개발 제품군.(자료=박셀바이오)
▲ 박셀바이오의 주요 개발 제품군.(자료=박셀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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