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윤호 삼성SDI 신임 대표이사.(사진=삼성SDI) 
▲ 최윤호 삼성SDI 신임 대표이사.(사진=삼성SDI) 

삼성SDI는 7일 신임 대표이사로 최윤호 삼성전자 사장을 내정했다. 전영현 삼성SDI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1963년생인 최 신임 사장은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 1987년 삼성전자 가전사업부에 입사했다. 최 사장은 그룹 내 재무분야 최고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의 사업에 시너지 제고에 기여했고, 폭넓은 사업혁신 능력을 갖췄다. 급변하는 불확실한 시장에 대응해 리스크 관리 역량을 발휘했다는 평이다.

그는 삼성전자 구주총괄 경영지원팀장, 사업지원TF 담당임원, 전사 경영지원실장을 거치며 삼성전자의 글로벌 성장에 기여했다. 회사를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경영했다는 평이다.

최 사장은 2010년부터 고 이건희 회장이 와병 직전인 2014년까지 미래전략실 전략1팀 담당 임원이었다. 이 기간을 제외하면 모든 경력을 삼성전자에서 보냈다. 그는 이재용 부회장의 '오른팔'로 불릴 만큼 총수를 가장 잘 아는 인사다.  

이런 그의 능력은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이 커지는 시기 삼성SDI의 글로벌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시장은 매해 20~30% 성장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해외 자동차 메이커와 파트너십을 구축해 미국 및 유럽 공장 증설에 나서고 있다. 반면 삼성SDI는 생산기지를 늘리는 등 몸집을 키우기보다 내실경영에 주력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해외 생산기지의 증설을 바탕으로 2025년 430GWh(기가와트시), SK온은 220GWh의 캐파를 확보할 계획이다. 현재 삼성SDI는 40GWh의 캐파를 확보한 상황이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23GWh 규모의 합작공장을 짓기로 했는데 이 경우 캐파가 60GWh 규모로 늘어난다. 경쟁사인 LG와 SK와 비교해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점은 삼성SDI의 글로벌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힌다. 삼성SDI는 투자금을 마련해 공격적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보다 수요와 자금시재를 고려해 증설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삼성SDI가 해외 생산기지 증설에 지나치게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삼성SDI의 경우 차입 외에는 투자금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투자금을 마련하려면 유상증자와 차입 등이 있다. 삼성SDI의 최대주주는 19.58%의 지분을 확보한 삼성전자다. 최대주주의 지분이 낮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 외에는 주주 자본을 활용해 투자금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

차입을 하는 방법도 있다. 3분기 기준 삼성SDI의 부채비율은 64.8%로 매우 우수하다. 상환기간이 1년 미만인 단기차입금은 1조7389억원, 장기차입금은 2조4172억원이다. 사채는 2197억원이며, 외화 단기차입금과 장기차입금은 각각 7879억원, 2조2589억원이다. 총차입금은 약 7조4226억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총차입금은 7조1072억원, SK온은 6976억원(올해 10월 분할시점 기준)이다. 국내 전지3사 중 삼성SDI의 차입금이 가장 많다. 이런 점 때문에 삼성SDI가 대규모 투자금을 마련하려면 전지사업을 떼내 상장하는 '쪼개기 상장'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삼성SDI는 사실상 전지회사로 운영되고 있어 분사가 불가능하다. 디스플레이 재료 사업을 하고 있지만 규모가 작아 자산의 대부분이 배터리 사업에 쏠려 있다.

최윤호 신임 사장은 삼성SDI의 이러한 '핸디캡'을 극복하고, 전지사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고객사와 파트너십 및 납품처를 늘리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전고체전지 등 차세대전지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기술 개발도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는 "최 사장은 글로벌 사업 경험과 재무 전문가로서 사업운영 역량을 갖췄다"며 "삼성SDI의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삼성SDI는 배터리 사업을 크게 성장시키며 역대 최대실적을 달성한 공을 감안해 전영현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이사회 의장으로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 및 경영 노하우 전수 등 후진 양성에 기여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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