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IM사업부의 올해 최대 성과는 '갤럭시Z 플립3·폴드3'를 위시한 폴더블폰의 대성공이다. 매월 경신되는 각종 판매량, 점유율 수치 등이 갤럭시Z 시리즈의 인기를 실감케 한다. 현재 프리미엄 폴더블폰 시장은 사실상 삼성전자가 '독식'중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맹주 지위를 유지하려면 중저가 모델 개발, 신흥시장 현지화에도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 삼성전자 갤럭시Z 폴드3(왼쪽), 갤럭시 Z플립3 (사진=삼성전자)
▲ 삼성전자 갤럭시Z 폴드3(왼쪽), 갤럭시 Z플립3 (사진=삼성전자)

폴더블폰 3수만에 흥행 성공... 삼성 스마트폰은 건재하다
지난 6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3분기 국내 스마트폰 중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갤럭시Z 플립3다. 갤럭시Z 폴드3는 4위를 기록, 두 모델의 합산 판매량은 100만대 이상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기존 바(Bar)형 모델들도 여전한 인기를 얻으며 삼성전자는 3분기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 85%를 차지했다.

동사의 또 다른 통계를 보면 최근 미국에서도 흥미로운 변화가 있었다. 지난 11월 미국 스마트폰 주간 판매량에서 삼성전자의 전체 판매량 중 폴더블 모델 비중이 12%까지 상승한 것. 지난해 같은 기간 해당 수치가 0.6%에 그쳤던 것을 고려하면 적잖은 변화다.

올해 초 '위기설'에 놓였던 삼성전자의 전세계 스마트폰 점유율도 갤럭시 폴드 시리즈가 출시된 3분기 23%(카날리스 집계)를 기록, 점유율이 하락했던 2분기(19%)에서 다시 반등에 성공했다. 임수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기존 모델들과의 차별화 부족이란 평가를 확실하게 불식시켰고, 새로운 폼팩터를 기대한 소비자 요구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했다"고 평가했다.

▲ 3분기 국내 스마트폰 모델별 판매 비중 (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 3분기 국내 스마트폰 모델별 판매 비중 (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2019년 2월 첫 폴더블 모델(갤럭시 폴드) 출시 당시만 해도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시장 진출은 '맨땅에헤딩'과 같았다. 고난도 폴더블 디스플레이 제조 기술은 초기 단계에 불과했고 소비자 수요도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핵심 경쟁사인 애플조차도 폴더블폰은 아직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삼성전자는 3수만인 올해 폴더블폰 대중화의 물꼬를 트는 데 성공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폴더블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할 점유율은 약 88%로 전망된다. 이 시장에서 메이저 제조사 중 유일한 경쟁자는 중국의 화웨이이며, 점유율은 한자릿수 수준으로 비교가 무의미하다.

이런 상황에서 새 폴더블폰의 흥행, 시장 내 독주는 삼성전자가 업계의 새로운 트렌드 리더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여기에 전사적 미래를 걸기엔 아직 시기가 이르다. 폴더블에서 다시 전체 스마트폰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삼성전자도 마냥 웃을 수 없는 처지다. 갤럭시Z 시리즈가 히트를 쳤지만 올해 예상되는 전세계 폴더블폰 출하량은 약 900~1000만대 수준이다.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 14억대와 비교하면 새발의 피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연간 생산량(약 2~3억대)과 비교해도 파이가 크지 않다.

일례로 폴더블폰의 성공에도 삼성전자 IM 사업부 매출과 영업이익은 3분기 매출 28조4200억원, 영업이익 3조3600억원으로 전년 동기(매출 30조4900억원, 영업이익 4조4500억원) 대비 모두 감소했다. 갤럭시S21 시리즈가 이끈 올해 1분기와 비교해도 낮은 수치다. 즉, 폴더블 시장에서의 주도권은 공고히 하되 기존 시장에서의 리더십 제고에도 총력을 기울여야하는 시기인 셈이다. 

장기적 성장 발판 마련에 신흥시장 공략·수성은 필수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 맹주 지위를 유지하면서 IM 사업 전체의 반등을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할 시장으로는 인도와 중국이 꼽힌다.

인구 13억8000만명의 인도는 2021년 기준 스마트폰 보급률이 41%(SA 집계)에 그친다. 인도에만 아직 수억명 이상의 잠재적 스마트폰 수요자가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의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올해 3분기 기준 19%로 2위다. 준수한 성과로 보이지만 2018년까지 점유율 1위였던 삼성전자는 이후 중국 샤오미에 2위로 밀렸다. 3분기 샤오미의 점유율은 24%로 1위다.

▲ 2021년 3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자료=카날리스)
▲ 2021년 3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자료=카날리스)

인도와 같은 스마트폰 신흥시장은 고가의 프리미엄 모델보다 중저가폰의 인기가 높다. 샤오미가 삼성전자를 밀어낼 수 있었던 이유도 특유의 '가성비'를 앞세운 저가 모델이 인도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까닭이다. 

이같은 시장에선 아직 고가의 폴더블폰이 제 힘을 내기 어렵다. 이에 삼성전자도 올해 갤럭시 M, 갤럭시 F 시리즈 등 갤럭시 A 시리즈보다 한두단계 더 낮은 저가폰을 인도에 잇따라 출시하면서 잃어버린 점유율 찾기에 나선 모습이다. 특히 코로나19 위협이 줄고 반도체 수급난도 회복기에 접어들면 인도 내 주도권 확보를 둔 삼성전자와 샤오미의 경쟁이 보다 불붙을 전망이다.

중국 시장에서의 오랜 부진은 삼성전자에 뼈아픈 구석이다. 중국도 14억2000만명의 인구 대국이자 스마트폰 보급률 60%대 국가로, 인도처럼 수억명의 잠재 고객이 존재하는 시장이다. 인도에서는 점유율 2위로 체면을 지킨 삼성전자지만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아예 '기타(Others)' 항목으로 분류될 만큼 점유율이 낮다.

201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가격 현지화 실패, 사드 사태 등으로 인한 반한(反韓) 정서가 높아지면서 점유율은 바닥 없이 곤두박질쳤다. 그 자리는 현재 중국 현지 브랜드들과 애플이 채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2년 엔트리급(최저가) 5G 모델을 확대 출시하며 자존심 회복에 나설 방침이다. 이와 함께 낮아진 현지 브랜드 이미지, 인지도 개선을 위한 대대적인 홍보·마케팅도 요구된다.

희망적인 요소는 중국 스마트폰 소비자들의 구매력이다. 중국 소비자들도 인도와 마찬가지로 주로 저가폰을 선호하지만 인지도에 따라 프리미엄 스마트폰도 좋은 성적을 낸다. 지난 9월 중국 내 한 라이브커머스에서 갤럭시Z 플립3도 방송 3분만에 물량 3000대 완판을 기록한 사례가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3분기 중국 시장에서 애플은 점유율 22%로 현지 브랜드 비보(VIVO)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최신 아이폰13 시리즈를 전작보다 싸게 출시한 전략이 주효했다. 이 같은 선례와 이전 신흥시장에서의 성공을 벤치마킹한다면 폴더블폰과 초저가 엔트리 모델을 앞세워 삼성전자도 중국에서 새로운 기회를 타진해볼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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