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의 대가를 얼마로 책정할 것인가는 유료방송 업계의 해묵은 과제다. 플랫폼인 IPTV·케이블TV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간의 갈등이 지속된 가운데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등장으로 갈등의 유형도 다양해졌다. 유형별 갈등의 원인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해본다.
▲ KT의 IPTV 'olleh tv' 소개 화면. (사진=KT 홈페이지)
▲ KT의 IPTV 'olleh tv' 소개 화면. (사진=KT 홈페이지)
  

"IPTV는 콘텐츠로 벌어들인 돈 중 약 30%를 PP들에게 배분하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30%를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종편), 나머지 PP들이 나눠갖다보니 힘이 약한 중소 PP의 몫은 적을수밖에 없죠. 공정한 배분인지 의심스럽습니다"

한 중소 PP 관계자는 IPTV의 콘텐츠 대가 배분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IPTV는 다양한 콘텐츠로 가입자를 유치하고 요금을 받는데 정작 콘텐츠를 공급하는 PP들에게 지급하는 대가는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또 IPTV들이 콘텐츠 대가를 배분하는 기준을 세부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것도 중소 PP들의 불만이다. 하지만 중소 PP들은 IPTV에게 정식으로 불만을 표현하기는 어렵다. 유료방송 업계에서 IPTV의 위상이 커졌기 때문이다. IPTV에서 채널을 부여받아 자사의 콘텐츠를 공급해야 하는 중소 PP 입장에서는 IPTV와의 갈등이 불거지면 향후 계약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의 '유료방송 가입자 수 및 점유율'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유료방송 시장의 전체 가입자 수는 약 3458만명으로 상반기보다 64만명 증가했다. 이중 IPTV의 가입자가 1825만명으로 전체의 52.8%를 차지했다. 케이블TV는 1323만명(38.2%), 위성방송은 310만명(9%)으로 뒤를 이었다. IPTV와 나머지 플랫폼간의 가입자 수 차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IPTV들이 케이블TV를 인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케이블TV 1위였던 CJ헬로(현 LG헬로비전)를 인수했고 SK브로드밴드는 케이블TV 2위였던 티브로드와 합병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현대HCN을 인수했다. 딜라이브와 CMB도 IPTV들의 인수합병(M&A) 대상 후보로 꼽힌다.

 
중소 PP들은 IPTV의 콘텐츠 대가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지만 IPTV들도 할 말은 있다. IPTV 매출에 대한 기여도가 PP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매출 기여도가 높은 곳에 더 많은 대가가 돌아가는 것이 공정한 배분이라는 설명이다. IPTV가 중소 PP에게 지급하는 대가도 증가 추세다. IPTV 3사의 지난해 프로그램 사용료 지급 내역을 보면 KT는 중소·개별PP에게 407억8600만원을 지급했다. 이는 전년 대비 13.5%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SK브로드밴드(SKB)는 중소·개별PP에게 전년보다 10.4% 늘어난 357억6800만원을 지급했다. LG유플러스가 중소·개별PP에게 지급한 프로그램 사용료는 22.1% 증가한 338억1500만원이다.

중소 PP 업계에서는 IPTV들이 프로그램 사용료 내역을 공개해야 하는데 홈페이지 깊숙한 곳에 게재해 찾아보기 어렵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IPTV는 과기정통부로부터 재허가를 받으려면 전체 PP프로그램 사용료 지급내역을 홈페이지와 개별사 공문을 통해 공개해야 한다. 과기정통부는 각사가 재허가 조건을 이행하는지에 대해 점검한다.

PP 업계 관계자는 "KT·SKB·LG유플러스의 홈페이지를 보면 몇단계를 찾아들어가야 프로그램 사용료 내역을 볼 수 있어 재허가 조건을 이행하기 위한 면피용이라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IPTV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위치에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IPTV들은 정부의 이행 조건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IPTV 관계자는 "정부의 가이드를 준수해 당사 소식과 안내사항을 전하는 채널인 공지사항을 통해 프로그램 사용료 내역을 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IPTV와 PP들의 갈등이 이어지자 정부도 올해 1월부터 '방송채널 대가산정 개선 협의회'(이하 협의회)를 꾸리고 논의를 한 결과를 지난 11월 공개했다. 협의회에는 방송정책전문가 위주의 외부 위원 12명과 담당 부처 국장 2명 등 총 14명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콘텐츠 대가는 엄연한 기업간의 사전 계약이다보니 정부 입장에서도 특정 방안을 내놓고 강제하긴 어렵다. 이에 협의회도 공적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콘텐츠 대가의 최소 지급규모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했다.

협의회는 기준지급률 제도를 도입해 당분간 운영하도록 하는 방안을 권고안으로 냈다. 기준지급률은 콘텐츠 사용료를 콘텐츠 대가 산정 대상 매출로 나눈 값이다. 단 기준지급률 산정시 플랫폼의 전체 지급액 규모가 전년보다 줄어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산정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기준지급률 도입에는 14명의 위원 중 7명이 찬성했다. 협의회는 정부에 권고한 방안과 공개토론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반영해 최종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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