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의 대가를 얼마로 책정할 것인가는 유료방송 업계의 해묵은 과제다. 플랫폼인 IPTV·케이블TV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간의 갈등이 지속된 가운데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등장으로 갈등의 유형도 다양해졌다. 유형별 갈등의 원인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해본다.

▲ 지상파 콘텐츠 소개 화면. (사진=한국방송협회 홈페이지)
▲ 지상파 콘텐츠 소개 화면. (사진=한국방송협회 홈페이지)

"지상파 방송사들은 콘텐츠 대가를 지속 인상해줄 것을 요구하며 그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고 있어요. 가입자가 줄어들고 있는 케이블TV는 부담이 가중되고 있습니다"(케이블TV 관계자)

"콘텐츠의 대가는 해당 콘텐츠가 시장에서 갖는 가치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유료방송사들은 콘텐츠를 활용해 가입자를 유치하는만큼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지상파 관계자)

케이블TV와 지상파의 재송신료(CPS) 갈등은 해묵은 논쟁거리다.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은 케이블TV와 IPTV 등 유료방송 플랫폼들에게 콘텐츠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CPS를 받는다. 유료방송의 선발주자인 케이블TV는 과거부터 지상파와 CPS 협상을 벌이며 갈등을 겪었다. 지상파들은 지속적인 인상을 요구하는 반면 케이블TV는 과도한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면서 협상에 난항을 겪은 탓이다. 지상파와 각 케이블TV들은 CPS를 놓고 법적 공방도 벌였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의 가치를 따질 때 보는 대표적 지표가 시청률인데 일부 지상파는 종편에 비해 시청률이 낮은 경우가 있다"며 "시청률은 빠지고 있지만 대가는 지속적으로 인상을 요구해 우리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IPTV가 득세하면서 가입자는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가운데 주 매출원인 홈쇼핑 송출수수료는 그만큼 늘어나지 않아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것이 케이블TV들의 입장이다.

CPS는 유료방송 가입 가구당 가격으로 매겨진다. 지상파들이 과거 가구당 280원의 CPS를 받다가 400원 초반대로 인상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케이블TV들과의 갈등이 심화됐다. 최근에는 500원대로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들은 드라마·교양·예능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고 케이블TV들은 콘텐츠를 활용해 가입자를 유치하고 매출을 올리는 만큼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케이블TV들은 각 사별로 지상파들과 3년에 한번씩 CPS 협상을 벌인다. LG헬로비전·딜라이브·CMB 등 주요 케이블TV들은 2019년부터 올해까지의 CPS에 대한 협상을 마무리했다. 케이블TV 관계자는 "올해는 협상을 했지만 IPTV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여파로 가입자가 지속 감소하고 있어 다음 CPS 협상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케이블TV는 수신료 매출에서 지상파와 같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에게 지급하는 프로그램 사용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IPTV보다 높다. 방송사업자 재산상황공표집에 따르면 케이블TV는 지난해 기본채널수신료매출의 61.3%를 기본채널프로그램사용료로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IPTV는 24.9%, 위성방송은 33.3%로 집계됐다. 기본채널프로그램사용료의 수치만 놓고보면 가입자가 더 많은 IPTV가 4742억원으로 케이블TV(3269억원)보다 1.45배 많이 지급했다.

케이블TV에 비해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IPTV들은 상대적으로 지상파와의 CPS 갈등이 덜한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IPTV들은 케이블TV들이 지상파와 법정 공방을 벌이며 나온 결론을 참고하며 협상에 임하고 있다"며 "또 상대적으로 가입자가 많고 모바일에서도 매출을 내고 있다보니 가격 협상에서 갈등이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말했다.

지상파들은 정부가 콘텐츠 대가에 대한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마련한 '방송채널 대가산정 개선 협의회'(이하 협의회)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콘텐츠 대가 설정은 사적 계약인데 정부가 중재에 나서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IPTV나 케이블TV들은 자신들이 지급하는 콘텐츠 대가 중 많은 부분이 지상파에게 가는만큼 지상파도 협의회의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의회에 참가하지 않고 있는 종편은 제도개선에 당사자로 참여하려는 의향은 있지만 지상파까지 참여해야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는 뜻을 나타냈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CPS를 비롯한 콘텐츠 대가는 해법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며 "각 주체들이 자신들의 이익만 주장하기보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을 감안해 적절한 대가를 찾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