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사적인 대화가 이루어지는 카톡, 문자, 메일 등이 아닌 오픈채팅방 등 공개된 공간에만 법을 적용한다고 강조한다.(사진=네이버)
▲ |정부는 사적인 대화가 이루어지는 카톡, 문자, 메일 등이 아닌 오픈채팅방 등 공개된 공간에만 법을 적용한다고 강조한다.(사진=네이버)

이른바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네이버·카카오 등이 불법촬영물 필터링 기능을 적용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온라인에서 “과도한 검열”이라는 비판 여론이 들끓자 정치권에서는 법 재개정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n번방 방지법’, 오늘부터 오픈채팅방·커뮤니티 적용
10일 카카오는 카카오톡 ‘오픈채팅 그룹채팅방’에서 오가는 동영상·GIF·압축파일 등에 불법촬영물 필터링 기술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공개·비공개 오픈채팅방에 해당되며, 일반채팅 또는 1:1 오픈채팅방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날 네이버도 불법촬영물 등에 대한 유통 방지를 위한 기술적·관리적 조치에 나선다고 알렸다.

이는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n번방 방지법’의 후속 조치에 따른 것이다. 불법촬영물의 재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연 매출 10억원이 넘거나 일평균 1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국내 포털·메신저·SNS·인터넷개인방송 등에게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를 지운 것이 골자다. 뽐뿌·보배드림·디시인사이드 등 국내 대형 커뮤니티도 법 적용 대상이다.

떠오른 검열 논란...텔레그램 빠져 실효성 지적도
법안에 따르면 이들 사업자는 이용자가 올리는 동영상·GIF·압축파일을 게시하기 전 정부의 필터링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파일의 특징값(DNA)을 자동으로 추출해서 기존에 적발·신고된 디지털성범죄 영상물을 모은 ‘공공DNA 데이터베이스(DB)’와 대조, 불법촬영물 여부를 검토한 이후에 전송·게시가 이루어지게 된다.

일각에선 ‘사전검열’이라는 반발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개인간 사적인 대화’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지만, 오픈채팅방이라도 이용자끼리 주고받는 파일이 일일이 정부의 확인을 거친다는 게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이날 일부 누리꾼들은 “검열 기준을 실험하겠다”며 ‘테스트용’ 오픈채팅방을 열고 각종 음란 사진·GIF 등을 무분별하게 공유하기도 했다.

▲ |이번 검열 논란을 계기로 2014년 ‘카카오톡 감청 논란’, 2016년 테러방지법 처리를 앞두고 발생한 텔레그램 사이버 망명 사태 등도 언급되고 있다.(사진=텔레그램)
▲ |이번 검열 논란을 계기로 2014년 ‘카카오톡 감청 논란’, 2016년 테러방지법 처리를 앞두고 발생한 텔레그램 사이버 망명 사태 등도 언급되고 있다.(사진=텔레그램)

법안의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정작 n번방 사건의 진원지였던 ‘텔레그램’은 법 적용 범위를 좁히는 과정에서 빠지게 됐기 때문이다. 불법행위가 일어나도 해외에 서버를 둔 외국 기업을 처벌하기는 실질적으로 어려워서 ‘보여주기식 법안’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온라인에서 갑론을박이 일자 정치권에서는 법 개정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n번방 방지법은 기준의 모호함에 더해 헌법 제18조가 보장하는 통신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다”면서 “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재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도 “이번 ‘메신저, 커뮤니티 검열제도’는 ‘국민감시법’이라 생각한다”며 “전 국민을 사전검열하는 제도는 즉시 전면 폐지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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