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주목할 만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나 업계 트렌드를 알기 쉽게 풀어봅니다.
▲ 레딧 '커뮤니티 포인트' 대표 이미지(사진=레딧 홈페이지)
▲ 레딧 '커뮤니티 포인트' 대표 이미지(사진=레딧 홈페이지)

1990년 말부터 2000년 초반까지 포켓몬스터를 1세대부터 즐기신 분이라면 포켓몬월드, 파인클릭 등의 인터넷 커뮤니티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주인장이 올린 포켓몬 도감, 기술머신 등 정보가 가득한 것은 물론 같은 '포덕'들과 교류를 할 수 있는 터전이었죠. 개인 홈페이지를 만든 유저끼리 배너, 축전을 교환하던 기억도 나는군요. 이들 사이트는 2010년대로 들며 어느새 하나둘 폐쇄되고, 한국닌텐도의 설립과 함께 개설된 포켓몬 공식사이트가 교류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포켓몬 얘기를 꺼낸 건 '웹'의 변천과정과 상통하기 때문입니다. 웹 1.0은 주로 검색과 하이퍼텍스트 링크 형식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라이코스 등에서 검색한 개인 홈페이지에 방문해 주인장이 올린 자료를 취득하는 것이죠. 더 나아가 웹 2.0은 누구나 데이터를 생산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사용자 참여'가 특징입니다. 게시판(그때는 BBS라고 불렀습니다), 방명록을 통해 글과 댓글로 교류하는 방식이죠.

웹 1.0과 2.0의 맹점은 무엇일까요? 커뮤니티를 유지하기에 제약조건이 적잖다는 겁니다. 만약 주인장이 입대와 같은 일신상의 변화 또는 단순히 흥미가 떨어져서 'Closed(폐쇄)'를 대문에 건다면 유저들은 한 순간에 교류처가 사라지는 거죠. 사이트 운영주체가 개인에서 기업으로 넘어간다면 그때부터 광고의 압박이 시작됩니다. 기업은 수익을 내야 지속될 수 있으니까요. 온라인 커뮤니티도 유대감이 오고가는 하나의 작은 사회인데, 이런 제약조건들은 유쾌하지 않겠죠.

웹 3.0은 다릅니다. 유저들이 만들어낸 콘텐츠로 운영주체뿐 아닌 유저들도 득을 봅니다. 개방성과 탈중앙화, 분권성이라는 특성을 가진 '블록체인'라는 도구를 이용해서죠. 사이트에 대한 통제력과 소유권을 유저들에게 공평하게 나눠준다면, 주인장의 변심 또는 기업의 이익관계로 커뮤니티의 존폐가 좌지우지되는 불상사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의 대형 커뮤니티 '레딧(Reddit)'은 웹 3.0으로 전환하기 위한 사전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레딧은 올 초 이더리움재단과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레딧 관리자는 "사용자가 직접 운영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커뮤니티가 되기 위해 탈중앙화 정신을 지향해왔다"고 설명했죠.

레딧은 이더리움(ETH) 기반의 보상책인 '커뮤니티 포인트(Community Points)'를 토큰화해 더 많은 서브레딧(subreddits, 주제별 하위 커뮤니티)에 제공하려고 합니다. 양질의 글이나 댓글을 쓴 유저는 추천수에 걸맞은 커뮤니티 포인트를 받습니다. 이를 레딧코인으로 교환해 레딧 내 프리미엄 서비스를 구매하거나, 다른 거래소에 옮겨 가상자산을 거래하는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트위치나 디시인사이드를 살펴보면 아이디 앞에 배지가 붙은 유저를 쉽게 볼 수 있죠. 자신의 평판을 널리 알리기 위한 '인정욕' 또한 커뮤니티의 작동연료라 할 수 있습니다. 레딧은 이를 겨냥해 배지 디자인을 제작하거나 커뮤니티 봇을 만든 창작자, 개발자에게도 포인트를 제공합니다.

레딧은 지난 7월 이더리움 기반의 커뮤니티 포인트 시스템 확장을 위해 '아비트럼(Arbitrum)' 솔루션을 채택했습니다. 블록체인의 업그레이드 기술인 레이어2(Layer2)를 활용해 가스비가 저렴하고, 더 빠른 트랜젝션을 지원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레딧은 커뮤니티 포인트의 베타 웹페이지를 열고 본격적인 홍보에 나섰죠.

레딧의 커뮤니티 포인트 소개문을 읽어봅시다.

"커뮤니티는 인터넷의 생명선입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인터넷에서 커뮤니티들은 자신의 운명을 직접 책임지지 않고, 대형 플랫폼에 의해 통제받고 있죠.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커뮤니티 포인트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다른 미래를 향한 첫걸음입니다. 이 토큰들은 블록체인상에서 존재하므로 커뮤니티가 진정으로 소유하고 있다는 뜻이죠. 시간이 지나면서 커뮤니티는 레딧의 안팎에서 훨씬 더 큰 통제력과 독립성을 누릴 수 있습니다."

합리적인 설명으로 읽히지 않나요? 레딧 내 크립토커런시(가상자산) 서브레딧에선 열띤 토론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관리자가 돈독 올랐네"와 같은 감정적인 반응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올해 레딧에서 가상자산 관련 게시물은 660만개 작성돼 가장 인기있었던 주제였습니다. 한 전문가는 "커뮤니티만 있으면 블록체인에는 최상의 조건"이라고 전합니다.

레딧의 이 같은 시도가 성공적인 결과를 낳는다면 온라인 커뮤니티의 전환점이라 평할만 합니다. 그간 짧은 시간에 숱하게 명멸해온 커뮤니티가 살아숨쉬는 실제 사회로 변모하는 과정이니까요. 이는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의미있는 참조사례가 되리라 생각됩니다.

한편으로 웹 3.0 기술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지대합니다. 웹3.0 인프라 플랫폼을 개발하는 미스틴 랩스(Mysten Labs)는 3600만 달러(약 425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글로벌 가상자산 투자사인 '그레이스케일'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웹 3.0이 가상자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