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게 2050년 탄소중립 목표는 단순한 환경보호운동이 아니다. 21세기 기업의 존폐를 가를 새로운 생존게임이 시작됨을 의미한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탄소감축 주도권을 쥐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선제적으로 나서는 기업들도 있는 반면, 새로운 질서에 허덕이며 도태될 기미를 보이는 기업도 있다. 국내 기업들의 ESG 현재를 해부한다.

LG디스플레이가 글로벌 탄소배출 평가기관 제출 자료에서 특정 해외주주가 기후 변화 대응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검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후 변화 대응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투자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례를 제시하며 기후 변화 대응의 중요성을 설명한 셈이다.

14일 탄소배출 정보공개 프로젝트(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홈페이지에 공개된 2021년도 LG디스플레이 기후변화(Climate Change) 등급은 A-다. 전년도(A)보다 한 단계 하락했지만, 여전히 리더십 레벨(Leadership Level)에 속하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평가 등급보다 눈에 띈 건 해외주주 블랙록(Black Rock)을 언급한 부분이다. LG디스플레이는 제출한 답변 중 C2.2a 카테고리에서 “LG디스플레이 해외주주 블랙록은 기후 변화 대응을 강화하고 모니터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기후 변화 대응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투자받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삼성전자, 삼성SDI, 네이버 등 국내 기업들에 적잖은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투자 포트폴리오 중 하나다. 블랙록은 지난 1월 LG디스플레이 지분 5.0%를 보유 중이라고 전했다. 이후 지난 4월 일부 지분을 처분, 4.0%를 갖고 있다고 공시했다.

블랙록은 2018년 이후 지속 가능한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MSCI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수를 핵심 투자 지표로 내걸고 지난해 1월부터는 석탄사업 비중이 총 매출 25%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에선 투자금을 회수하겠다고 선언했다.

디스플레이 사업도 공정 과정에서 상당한 탄소가 배출되는 업종 중 하나다. 이 때문에 블랙록은 LG디스플레이에 기후 변화 대응 강화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블랙록이 주주로 있는 국내 기업 중 CDP 제출 자료에서 블랙록의 요구를 언급하며 기후 변화 대응이 투자와 직결될 수 있다고 밝힌 기업은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

LG디스플레이는 다양한 방식으로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감축설비 설치, 온실가스 주요 배출원인으로 꼽히는 육불화황(SF6) 대신 온실가스 발생이 덜한 대체 NF3(삼불화질소)를 활용을 늘리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CDP 제출 자료에서 “(SF6 대신 NF3를 쓰기 위한)가스 설비 업그레이드에 38억원, 가스 분해설비 투자에 237억원을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성과도 내고 있다. CDP 제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LG디스플레이 Scope 1 배출량(직접 배출량)은 218만1178톤이다. 전년도(296만4478톤)와 비교해 26.4% 줄어든 수치다. Scope 1에서 SF6 비중(56.5%)이 여전히 가장 크지만 전년(67.9%)와 비교하면 11.4%포인트 낮추는데 성공했다.

▲ (자료=CDP)
▲ (자료=CDP)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역 별 Scope 1 배출 추이를 살펴보면 파주 공장의 경우 전년 대비 31.4% 감소했지만, 중국 공장은 137.6% 늘었다. 지난해 7월 본격 양산에 돌입한 광저우 공장 때문으로 보인다. 광저우 공장 원판 글라스 생산량을 월 3만장 늘리는 증설을 실시한 만큼, 올해도 중국 공장 Scope 1 증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법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 (자료=CDP)
▲ (자료=CDP)

LG디스플레이는 CDP 제출 자료에서 온실가스 배출 순제로 달성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구매에 1조원 이상 투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신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검토 중이며, 신재생에너지 구매에 필요한 비용은 1조원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LG디스플레이는 신재생에너지를 구매하는 직접 방식과 신재생에너지공급 인증서(REC)를 구매하는 간접 방식을 동시에 활용할 방침이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