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누바 아페얀 모더나 의장.(사진=삼성전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누바 아페얀 모더나 의장.(사진=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하는 모더나 코로나19 백신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정식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이로써 국내 판매는 물론 해외 수출까지 가능해졌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능력을 확인받은 성과라 추후 사업 확대가 가속화될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바이오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꼽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능력도 재조명을 받고 있다.

모더나코리아는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완제 위탁생산한 코로나19 백신 ‘스파이크박스’가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에 품목허가를 받은 제품은 모더나의 ‘모더나스파이크박스’와 같은 백신으로 주사제 형태로 투약된다. 국내에 허가된 코로나19 백신중 최초로 국내에서 위탁 생산하는 mRNA(전령RNA·단백질을 합성하기 위한 DNA의 유전정보를 세포질 안 리보솜에 전달하는 RNA) 방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한 모더나 백신은 국내에 지난 10월 공급된 바 있다. 초도물량으로 243만 도즈(1도즈=1회 접종량)가 일선 병원 등 방역 현장에 전달됐다. 당시 납품은 ‘긴급 사용승인’에 따라 이뤄져 공급선 확대에 한계가 있었으나 이번 정식 품목허가 획득으로 제약이 없어졌다.

모더나코리아가 11월 초 신청한 정식 품목허가는 약 한달 만에 승인됐다. 모더나코리아가 식약처의 품목허가를 획득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국내 의약품 제조공장에서 생산한 모더나 mRNA 백신이 해외 수출길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이번 승인이 조속히 이뤄진 배경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 능력이 꼽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와 지난 5월 백신 완제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한 후 다양한 혁신 기술을 적용했다. 회사 측은 “기술 혁신을 통해 생산 소요 기간을 대폭 단축했고, 계약 체결 후 5개월 만에 초도생산 물량을 국내에 출하해 백신 수급을 확대했다”며 “국내에서 처음 완제 생산되는 mRNA 백신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모더나·삼성바이오로직스·정부가 신속하고 긴밀하게 협업해 빠른 시간 내 모든 절차를 완료하고 제품승인을 획득하게 됐다”고 전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한 모더나 백신은 필리핀(11월 26일)과 콜롬비아(12월 2일)에서도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최근 모더나 백신 생산의 모든 과정을 직접 진행하게 됐다는 점도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그린라이트 바이오사이언스와도 코로나19 mRNA 백신 원료의약품(DS·Drug Substance)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간 DS를 공급받아 완제품(DP)을 생산해왔으나, 이 계약을 통해 모더나 백신 생산에 필요한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

▲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이재용 경영능력 재조명…“바이오, 제2 반도체로 키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DMO 능력이 코로나19 팬데믹 극복 과정에 일조하는 모습을 보이자, 이 부회장의 경영 능력도 재조명을 받는 모양새다. 이 부회장이 직접 차세대 먹거리로 꼽은 사업에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의 가석방 출소 11일 만인 지난 8월24일 24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반도체·차세대 통신을 비롯해 바이오산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꼽았다. 이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겠단 전략이다.

삼성은 특히 바이오산업을 ‘제2 반도체’로 비유하며 사업 외연 확장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 후 백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고, 고령화 심화에 따라 시장 확장이 가능하단 판단에서다. 재계관계자는 “바이오·제약 산업은 현재 기업을 넘어 국가 경쟁력으로까지 여겨지고 있다”며 “삼성그룹은 바이오 주권 확보란 대전제 아래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경영 행보를 재개하자마자 코로나19 백신 생산 계획을 챙겼다. 바이오 계열사 최고위 경영진과 삼성전자 임원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직접 이끌며 모더나 백신의 국내 공급 난관을 풀어냈다. TF를 중심으로 인허가 문제와 대량생산 수율을 높이는 과제도 해결했다. 이번 품목허가 역시 당시 향상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 능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부회장은 또 5년 만에 수행한 미국 일정 중 바이오산업의 중요성을 짚기도 했다. 지난달 14일부터 24일까지 9박 11일의 미국 일정 중 모더나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인 누바 아페얀을 가장 먼저 만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객사’인 모더나와의 친밀도는 사업의 안정성 확보와도 이어진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송도 4공장 조감도.(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송도 4공장 조감도.(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 같은 삼성그룹 바이오산업 육성에 첨병으로 있는 기업이다. 최근 사업 외연 확장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1월부터 인천 송도 글로벌캠퍼스에 4공장을 짓고 있다. 2022년 부분 생산, 2023년 전체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인 4공장에만 1조7400억원이 투입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여기에 더해 송도 5·6공장의 건설 계획도 발표했다. 2022년 착공해 2024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되는 두 생산시설엔 2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사업 시작 10년 만에 CDMO 공장 3개를 완공하는 등 바이오 분야 외연을 빠르게 확장 중이다. 이번 추가 투자를 통해 2023년 CDMO 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확보,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단 청사진을 그렸다. 4공장이 가동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총 62만L의 생산 규모를 갖추게 된다. 4공장 증설만으로도 해당 분야 전통 강자인 독일의 베링거잉겔하임(2023년 48만L 예정)과의 격차를 벌릴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과는 실적에서도 나타났다. 올 3분기 매출 4507억원, 영업이익 167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4.2%, 영업이익은 196.1% 증가, 2분기 연속 분기 최대 실적 경신에도 성공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로써 3분기 누적 매출 1조1237억원을 올렸다. 지난해 연간 총매출액 1조1648억원 수준의 실적을 한 분기 앞당겨 기록했다. 누적 영업이익은 4085억 원으로 지난해 연간 총 영업이익 대비 1157억 원을 초과 기록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시가총액은 약 57조7000억원 규모다.

▲ 삼성바이오로직스의 3분기 기준 CDMO 수주·승인 현황.(자료=삼성바이오로직스 3분기 경영실적 보고서)
▲ 삼성바이오로직스의 3분기 기준 CDMO 수주·승인 현황.(자료=삼성바이오로직스 3분기 경영실적 보고서)

스티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정식품목 허가에 대해 “한국 식약처의 신속한 품목허가 결정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와의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완제품 생산 파트너십은 모더나가 미국 이외 지역에서 생산능력을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한국 정부와 모더나의 신속한 대응과 긴밀한 협업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한 제품이 국내 첫 mRNA 백신 품목허가를 받게 된 것은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운 것”이라며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품질과 스피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우리의 약속을 입증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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