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대주제는 이제 기업 입장에서 '절체절명'의 과제다. 지금은 인공지능, 자율주행, 블록체인, 가상자산 등 세상을 바꾸는 기술과 코로나19처럼 전에 겪어보지 못한 변화들을 마주하고 있는 시기다. 이는 모든 조직에 기존에 사용하던 방법들의 리셋(Reset)을 요구한다."

박종욱 KT 경영기획부문장 사장은 14일 열린 KT-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주최 국제컨퍼런스 2021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혁신 기술 접목을 통해 비즈니스를 재구축하는 '디지털 전환(DX)'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얘기다.

▲ 박종욱 KT 경영기획부문장 사장 (사진=행사 영상 갈무리)
▲ 박종욱 KT 경영기획부문장 사장 (사진=행사 영상 갈무리)

KT는 2020년 DX 슬로건으로 '디지코(DIGICO, 디지털 플랫폼 기업)'를 천명했다. 이날 허석준 KT 경제경영연구소 소장 발표에 따르면 KT의 디지코 프로세스는 크게 △뉴노멀(New normal) △DX 전략 △DX 파트너 △뉴비즈니스 단계를 거쳐 진행 중이다.

뉴노멀은 '새로운 표준'이란 뜻이다. 전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과 장기화는 지난 2년간 사회 전반에 걸쳐 급격한 비대면·디지털화, 즉 '디지털 뉴노멀'을 이끌어 냈다.

허 소장은 "이 기간 전자상거래가 폭증해 온라인 배송 규모는 8주만에 10년치를 갱신했고 원격근무는 20배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마이크로소프트 CEO인 사티야 나델라가 "2년이 걸릴 디지털 전환이 2개월만에 이뤄졌다"고 말했던 것의 연장선상이다. KT는 이런 디지털 대전환을 뒷받침할 핵심 기술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를 꼽았다.

KT가 디지코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배경은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2017~2020년 KT의 매출 성장률은 별도 기준 연 1%에 그쳤다. 반면, AI/DX를 중심으로 한 탈통신 사업 부문 매출은 연 15.1% 성장했다. 아직 탈통신 사업의 개별 매출 수준은 전통의 유무선 사업 대비 미미하나, 매년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 투자가치는 크다. 아울러 국내 탈통신 비즈니스의 주무대인 B2B(기업간거래) IT 시장도 성장이 빨라져 올해에는 약 4.7% 성장이 전망된다.

KT의 DX 전략 기본 목표는 2025년까지 비통신 매출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우선 앞서 언급한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반 14대 핵심 DX 영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한다.

▲ KT 디지코 14대 핵심 DX 사업을 설명하는 허석준 소장 (자료=행사 영상 갈무리)
▲ KT 디지코 14대 핵심 DX 사업을 설명하는 허석준 소장 (자료=행사 영상 갈무리)

구체적인 방향성과 비즈니스 모델로는 'DX 파트너'를 지향한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DX를 시도한 기업의 성공률은 30%에 불과했다. 이는 DX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부족, 관련 인력 확보의 어려움과 사내 공감대 부족, 신기술에 대한 거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KT는 이 같은 DX 허들을 낮춰주는 솔루션, 서비스 제공에 방점을 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다.

예컨대 DX를 필요로 하는 다양한 기업에 KT가 노하우를 보유한 △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개발환경(DevOps) 플랫폼을 클라우드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KT는 현재 국내 공공·금융 클라우드 점유율 70% 이상,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시장에선 41%의 높은 점유율을 갖고 있다.

또 DX의 영역이 광범위한 만큼 관련 생태계 조성 및 협업을 위해 AI, 클라우드, 메타버스 분야에선 산학연 협의체인 '원팀(One Team)'을 결성하고 공동 연구와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6개 서비스에서 디지코 KT 전환을 위한 신규 비즈니스 모델에 박차를 가한다. 여기엔 △인공지능콜센터(AICC) △C-ITS(협력 지능형 교통체계) △물류 △로봇 △산업안전 △에너지 등이 해당된다. 로봇사업의 경우 이미 매드포갈릭, 조선팰리스 등 유명 프랜차이즈에서 KT의 자율주행 매장 서비스 로봇이 사용되고 있고, 노인 돌봄을 위한 AI 케어로봇은 보급 규모를 올해 연 1000대 수준에서 2022년 1만대 수준으로 키울 계획이다.

▲ 글로벌 이동통신사들의 비통신 사업 인수합병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자료=행사 영상 갈무리)
▲ 글로벌 이동통신사들의 비통신 사업 인수합병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자료=행사 영상 갈무리)

한편 이 같은 변화는 비단 KT뿐 아니라 국내 이동통신 경쟁사, 그리고 AT&T, 버라이즌, BT 등 글로벌 이동통신사들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강력한 통신 인프라를 바탕으로 다양한 비통신 사업과 연계한 융합사업을 DX 시대의 수익모델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비즈니스 정보 플랫폼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2010~2020년 사이 글로벌 이통사들이 진행한 M&A(인수합병)의 3분의2는 비통신 분야였다. 성장 한계가 뚜렷한 통신시장을 벗어나 B2B에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의식에는 많은 이통사가 공감하고 있는 셈.

허 소장은 국내 기업들의 DX 추진 비율이 30%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내 기업들의 DX 전환 의지, 국가 차원의 DX 전환 지원 정책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혁신을 하려면 과거는 잊어야 한다"며 "보편적 서비스의 기준을 새롭게 하기 위한 정부의 통 큰 규제 완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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