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능력이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글로벌 백신 공급망 형성 과정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 국내 바이오산업을 이끄는 모양새다. 17일엔 호세 페르난데스 미국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 담당 차관이 인천 송도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를 방문해 직접 생산 시설을 살피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모더나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고 있다. 페르난데스 차관은 이날 일정상 모더나 백신의 생산 현장까지는 살피지 못했다. 다만 회사 홍보관에 배치된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확인하고,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설명은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이 진행했다. 페르난데스 차관은 이후 회사와 미국 투자·모더나 백신 생산 현황·한미 백신 공급망 현황 등을 논의했다.
페르난데스 차관은 지난 15일 취임 후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해 다양한 경제 외교 일정을 수행했다. 이날까지 △외교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우리나라 정부 소속 주요 인사들과 면담을 진행했다. 페르난데스 차관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방문은 ‘제6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의 일정을 소화한 뒤 이뤄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완제 위탁생산 중인 코로나19 백신 ‘스파이크박스’는 지난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정식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이번에 품목허가를 받은 제품은 모더나의 ‘모더나스파이크박스’와 같은 백신으로 주사제 형태로 투약된다. 국내에 허가된 코로나19 백신중 최초로 국내에서 위탁 생산하는 mRNA(전령RNA·단백질을 합성하기 위한 DNA의 유전정보를 세포질 안 리보솜에 전달하는 RNA) 방식이다. 모더나코리아가 11월 초 신청한 정식 품목허가는 약 한 달 만에 승인됐다. 모더나코리아가 식약처의 품목허가를 획득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국내 의약품 제조공장에서 생산한 모더나 mRNA 백신이 해외 수출길에 오를 수 있게 됐다.
페르난데스 차관의 방문은 이 같은 공급 확대 성과가 반영된 행보로 풀이된다. 바이오업계에선 이번 페르난데스 차관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방문이 ‘바이오 불모지’로 평가받던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진 방증이라고 해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각국의 코로나19의 백신 수급이 중요해진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의약품 생산 능력이 주목받고 있다”며 “미국 정부의 고위 인사가 국내 다른 기업이 아닌 바이오 업체를 찾은 것은 그만큼 고무적인 일”이라고 했다.
삼성그룹은 바이오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꼽고 사업 외연을 지속해서 확장 중이다. 정부 역시 ‘K-글로벌 백신 허브화’ 정책을 추진하며 인천 송도 국제도시를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지로 부상시키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에 맞춰 2024년까지 4조2400억원을 투입해 송도에 추가 생산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한편, 페르난데스 차관은 이번 방한에서 백신 공급과 함께 반도체 가치사슬에서 우리나라의 역할에 대한 중요도를 짚기도 했다. 그는 이날 SED에 참여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한국의 위상이 부각되고 있다”며 “한국은 (반도체 관련) 전문 기술과 투명한 투자 원칙을 갖고 있으며, 세계 경제에 기여할 부분이 크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