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설강화'가 역사 왜곡 논란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가운데 대중의 시선이 월트디즈니컴퍼니(이하 디즈니)에 쏠리고 있다. 디즈니의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 플러스'(+)에서 설강화를 동시 공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영 전부터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당시 군부정권을 미화했다는 스토리 라인이 유출됐던 만큼 편성 단계에서 더 세밀한 검수가 필요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사진=설강화 예고편 영상 갈무리)
▲ (사진=설강화 예고편 영상 갈무리)
20일 콘텐츠업계에 따르면, 디즈니코리아 측이 설강화 논란에 대해 내부적으로 확인 절차에 돌입했다.

콘텐츠업계의 한 관계자는 <블로터>에 "설강화에 대한 논란이 국민청원으로 이어지는 등 반감이 높아지자 디즈니코리아 측도 이를 인지하고 내부 확인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며 "과거 SBS 조선구마사가 2화 만에 편성 폐지된 사례가 있는 만큼 디즈니 측도 이번 논란을 신중하게 들여다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앞서 설강화는 방영 전부터 시놉시스 유출 등으로 곤혹을 겪은 바 있다. 원제 '이대기숙사'의 시놉시스에서 남자 주인공이 운동권을 가장한 간첩으로 설정된 점과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현 국가정보원) 팀장 캐릭터가 '정의롭고 대쪽같은 인물'이라고 설정한 것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당시 안기부가 무고한 이들을 잡아들일 때 썼던 죄명이 '간첩'이었던 만큼, 해당 드라마가 군부정권을 미화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여 주인공의 이름이 '영초'로 설정된 것도 당시 민주화 운동가인 천영초 씨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 아니냐는 추측도 뒤따랐다.

당시 제작진은 "설강화는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거나 안기부를 미화한 드라마가 아니다"며 "유출된 시놉시스는 미완성본인 데다 파편화된 정보들이 더해져 사실이 아닌 내용이 퍼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제작진은 발표회 당시에도 청춘 남녀의 애절한 사랑에 포커스를 맞추기 위해 시대 배경을 제외한 모든 이야기가 가상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18일 첫 방송이 공개된 이후 설강화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극중 '수호'(정해인 분)가 간첩 행위를 하는 데다, '영로'(지수 분)가 간첩인 줄 모르고 시위하다 쫓기는 것으로 생각해 도와주는 장면들이 앞서 유출된 시놉시스와 동일하다는 의견이 빗발쳤다.

논란이 거세지면서 지난 19일에는 설강화에 대한 방영중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해당 국민청원에서 청원인은 "민주화운동 당시 근거없이 간첩으로 몰려 고문을 당하거나 사망한 피해자들이 존재한다"며 "이런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이런 내용의 드라마를 만든 것은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해당 국민청원은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상황이다.

지난 3월 설강화 시놉시스 유출 당시에도 방영 중지 국민청원이 올라온 바 있다. 당시 청와대는 관련 국민청원에 "방송법 제 4조는 방송사 편성과 관련해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있으며 법률에 의하지 않은 규제나 간섭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지나친 역사 왜곡 등 방송의 공적 책임을 저해하거나 심의 규정을 위반하는 방송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대상이 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다만 관련 국민청원이 관련 사태에 영향을 주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국민청원도 비슷한 결과가 예상되지만, 설강화 관련 제작지원사들이 줄줄이 손절하는 현상이 이어지는 등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되는 모습이다. 드라마 제작지원이나 소품 협찬에 참여했던 홍일가구, 가니송, 싸리재마을, 도평요 등은 각각 사과의 입장을 전한 이후 제품 반환 등을 진행중인 상태다.

지난달 12일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디즈니+의 대응도 드라마에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당시 디즈니+는 설강화를 본 방송 이후 공개하는 형태의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은 바 있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는 아니지만 현지 특화된 콘텐츠 수급이 필요했던 만큼 전략적으로 선택한 콘텐츠가 설강화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설강화의 주요 배역 중 한 명이 국내외에서 파급력이 큰 블랙핑크의 멤버 '지수'라는 점도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OTT업계의 한 관계자는 "설강화 논란이 현재 진행형인 만큼 디즈니+의 대응이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디즈니+가 한국 점유율 확대를 다각도로 검토중인 만큼 이번 논란을 어떻게 바라볼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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