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게 2050년 탄소중립 목표는 단순한 환경보호운동이 아니다. 21세기 기업의 존폐를 가를 새로운 생존게임이 시작됨을 의미한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탄소 감축 주도권을 쥐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선제적으로 나서는 기업들도 있는 반면, 새로운 질서에 허덕이며 도태될 기미를 보이는 기업도 있다. 국내 기업들의 ESG 현재를 해부한다.

엔터테인먼트와 커머스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CJ ENM이 창사 이래 첫 'ESG 리포트'를 발간했다. 총 54페이지 분량의 ESG리포트에서는 CJ ENM의 ESG 경영 철학과 실천 방향성이 담겼다. 

어떻게 구성했나
CJ ENM은 올해 ESG 경영 관련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ESG위원회' 및 'ESG협의체'를 비롯한 전담 조직을 구축했다. UN 산하 전문 기구인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회원사로서 본격적인 ESG 경영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ESG위원회는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환경 및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중장기 ESG전략 방향설정과 의사 결정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다. 위원회는 산업, 컴플라이언스, 정책 등 전문성에 기반한 사외이사 3인과 사내이사 2인으로 구성됐다. 

▲ (사진=CJ ENM ESG 리포트 갈무리)
▲ (사진=CJ ENM ESG 리포트 갈무리)
ESG협의체의 경우 중장기 ESG 경영 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다양한 안건을 검토해 주요 내용을 ESG위원회에 보고하는 역할을 한다. ESG실무협의체는 전담 사업에 따른 ESG 전략을 이행하며, 사업과 연계한 ESG 활동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강호성 CJ ENM 엔터테인먼트 부문 대표는 "이번 보고서를 시작으로 기업 시민으로서 우리의 미래 가치와 ESG 실행 철학을 적극적으로 실천할 것"이라며 "임직원, 고객, 주주, 파트너 여러분과 함께 글로벌 토털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해가겠다"고 말했다.

CJ ENM의 ESG 경영전략 체계는 '매력적인 콘텐츠와 브랜드 경험을 창출해 더 가치있는 세상을 만든다'는 미션 아래 '에코-밸런스드 콘텐트 프로덕션'(ECP)과 '에코-밸런스드 커머스 밸류체인'(ECV)으로 나뉜다. ECP의 경우 '콘텐츠 기획→콘텐츠 제작→콘텐츠 유통' 구조이며, ECV는 '상품 기획→소싱·생산→판매·배송' 형태다. 

▲ (사진=CJ ENM ESG 리포트 갈무리)
▲ (사진=CJ ENM ESG 리포트 갈무리)
경영 철학의 경우 '플래닛', '피플', '비즈니스' 등 세 가지로 구분했다. CJ ENM은 오는 2030년까지 △친환경 경영을 위한 인프라 및 개발 투자 확대 △통합 ESG 체계 구축을 위한 선순환 산업 생태계 확립 △선한 영향력(Good Impact) 콘텐츠 및 브랜드 카테고리 확대 등 ESG 경영에 대한 목표를 수립했다. 이를 통해 오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 △파트너·지역사회와 함께 지속가능한 산업 생태계 구축 △선한 영향력 콘텐츠·브랜드로 사업 전환 및 글로벌 확대 등의 미션을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허민호 CJ ENM 커머스 부문 대표는 "CJ ENM은 앞으로 산업 생태계 속 수많은 파트너들과 윈윈하는 ESG 생태계 조성을 위해 투자를 이어가는 한편, 기업 시민으로서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해 보다 많은 분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것"이라며 "진정한 e커머스 시장의 트렌드 리더로 거듭날 수 있도록 더 많은 격려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ESG 경영 철학, 실천 현황은
'2050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내세운 '플래닛' 분야는 환경 친화적인 ESG 경영 철학을 엿볼 수 있다.

CJ ENM이 내년 경기도 파주에서 공식 오픈할 예정인 복합 제작시설 'CJ ENM 스튜디오 센터'는 설계 단계부터 친환경 요소를 고려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설계됐다. 시설별 LED 조명, 전열 교환형 환기 유닛, 화장실 카운터 센서, 고효율 전력 변압기, 원격 검침 및 조명 자동제어시스템을 통해 에너지 절감 효과를 극대화할 예정이다. 환경영향 저감에 동참하기 위해 시설 내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할 계획이며, 스튜디오를 둘러싼 자연 녹지 보존을 통해 야생 조류를 보호하고 새집 등 녹지 내 동물을 위한 쉼터를 설치해 생물 다양성 보존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 CJ ENM 스튜디오 센터를 둘러싼 자연 녹지. (사진=CJ ENM ESG 리포트 갈무리)
▲ CJ ENM 스튜디오 센터를 둘러싼 자연 녹지. (사진=CJ ENM ESG 리포트 갈무리)
지난해부터 시행한 협력사에 최적의 포장 규격 및 패키징 가이드를 공유해 자원 낭비 방지에 동참해 줄 것을 독려하는 '에코 패키징 투게더' 캠페인도 진행중이다. 화장품, 유리용기, 주방가전 등 파손 위험성이 높은 상품 등을 구별해 포장 공간 비율 및 회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종이 테이프, 종이 완충재 등 친환경 포장 소재 사용 관련 내용도 포함됐다. CJ ENM에 따르면 에코 패키징 투데더 캠페인은 현재 약 9000여개 중소 협력사가 동참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협력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피플' 분야에서는 크게 '임직원'과 '파트너'와 관련된 경영 철학을 살펴볼 수 있다. 회사 구성원들과 조직 리더들이 대화의 장을 열어 공감과 소통의 조직문화를 만든다는 취지로 신설된 토크쇼 형태의 사내 방송 프로그램 '엔톡'(ENTalk)부터 워케이션(일과 휴가의 합성어) 개념의 원격 근무지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방식이다. 특히 워케이션 제도는 현재 파일럿 운영 단계로, 매달 10명씩 제주도 거점 오피스에서 근무하는 형태로 운영중이며 1인당 숙소비 2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 (사진=CJ ENM ESG 리포트 갈무리)
▲ (사진=CJ ENM ESG 리포트 갈무리)
CJ ENM은 파트너를 위한 ESG 경영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인 창작자 지원 사업인 '오펜'(O'PEN)이다. 오펜은 '창작자'(Pen)를 꿈꾸는 이들에게 '열려 있는'(Open) 창작공간과 '기회'(Opportunity)를 제공한다는 의미로, CJ ENM이 드라마 제작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 웨이크원 등과 함께 신인 창작자 발굴, 콘텐츠 기획·개발, 제작·편성, 비즈매칭까지 전 과정을 통합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2017년 단막, 영화 부문을 시작으로 2018년 뮤직(작곡), 지난해 숏폼 부문을 신설해 지원 대상도 확대했다. 이를 통해 누적 127명의 스토리 작가와 43명의 음악 작곡가를 배출했다고 CJ ENM은 설명했다.

▲ 사내 방송 프로그램 '엔톡'의 한 장면. (사진=CJ ENM ESG 리포트 갈무리)
▲ 사내 방송 프로그램 '엔톡'의 한 장면. (사진=CJ ENM ESG 리포트 갈무리)
중소기업 육성 및 상생을 위한 윈윈 산업 생태계 조성도 CJ ENM의 주요 경영 철학이다. CJ ENM은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판로 개척을 지원하고 있다. 전체 편성시간의 절반 이상을 중소기업 상품에 할애하는 한편 중소기업 상품 직매입을 꾸준히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단계 기업을 위한 특화 상생 사업을 운영함으로써 사업화 및 판로를 지원하고 있다.

해당 ESG 리포트에서 CJ ENM은 "ESG 경영은 모든 협력사와 함께 할 때 실현 가능하기에 CJ ENM은 협력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비상 프로그램의 고도화를 준비중"이라며 "앞으로도 CJ ENM은 협력사를 위한 상생 포트폴리오를 확대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산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겠다"고 설명했다.

▲ (사진=CJ ENM ESG 리포트 갈무리)
▲ (사진=CJ ENM ESG 리포트 갈무리)
파트너 및 소비자와 맞닿아 있는 '비즈니스' 부문은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ECP·ECV 철학에 기반한 CJ ENM의 비즈니스는 '선한 영향력 전파'와 '가치 소비'에 초점을 맞췄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가치 창출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해당 사업 및 산업이 사회에 기여하는 영향력이 화두로 떠올랐다. 선한 영향력이란 누군가의 자발적 행동이나 생각이 긍정적으로 발전되어 주변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콘텐츠를 통해 선한 영향력을 전파할 수 있는 조건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차 영향은 '사회적 가치 기준에 콘텐츠 기획 의도가 부합'해야 하며, '시청자 몰입도'(공감·감동·긍정 등)를 이끌어내야 한다. 2차 영향의 경우 '콘텐츠를 통한 시청자의 인식 및 행동 변화'와 '사회적 영향력'(인식 개선, 제도 정비 등)에 기인한다. 

CJ ENM이 대표적으로 예를 든 선한 영향력 콘텐츠는 △사회적 영향력을 전파한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비주류 장르를 조명한 '스트릿 우먼 파이터'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들여다 보는 '유 퀴즈 온 더 블록' 등이다.

▲ (사진=CJ ENM ESG 리포트 갈무리)
▲ (사진=CJ ENM ESG 리포트 갈무리)
ESG 리포트에서 CJ ENM은 "두 영향은 필요충분조건이 성립돼야 한다"며 "기획 의도가 좋고 화제성이 높다 하더라도 선한 영향력 콘텐츠는 상업적인 화제성과 구별해 측정 및 논의할 필요가 있다. CJ ENM은 선한 영향력을 가진 콘텐츠를 정의 및 분석해 이에 맞는 콘텐츠 제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CJ ENM은 가치소비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가치소비 확산 로드맵'을 구축하고 관련 유형을 '윤리적 소비', '사회가치 참여', '고객의 개인가치 실현' 등 3가지로 분류했다. 중소기업 및 농가를 지원하는 동시에 코로나19로 커진 고객 부담을 낮출 수 있도록 가격 경쟁력을 가진 상품들을 지속 론칭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편 CJ ENM의 '2021 ESG리포트'는 표준 ESG 정보 공개 가이드라인인 '글로벌 리포팅 이니셔티브'(GRI)와 미국의 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가 제정한 'SASB'를 반영해 작성됐고, 공인인증기관의 제 3자 검증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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