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차별발언,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각종 논란을 빚었던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가 내년 재출시를 예고한 가운데, 집단소송을 진행 중인 피해자들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22일 소송인단 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태림은 “스캐터랩이 서비스 재개를 공표하면서 피해자들은 추가적인 권리침해를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면서 이날 재판부에 변론기일 지정을 요청하는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전날 이루다 개발사 스캐터랩이 내년 1월11일부터 비공개 베타 테스트를 거쳐 ‘이루다 2.0’ 서비스를 재개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라 소송인단도 대응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이용자들은 스캐터랩이 카톡 대화를 ‘챗봇 서비스’ 학습에 쓴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카톡 대화에 포함돼 있던 실명·주소·전화번호·계좌번호 등 각종 개인정보를 유출한 정황도 있다고 주장했다. ‘연애의 과학’ 등 이용자 250여명은 지난 3월 이루다의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접수했다. 스캐터랩은 “다른 국내외 서비스들도 채택하는 방법”이라고 반박했지만, 사태가 커지자 결국 이루다 서비스 중단을 결정했다.
유관기관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조사 결과 스캐터랩이 이용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해당 정보를 수집 목적에서 벗어나 활용한 게 맞다고 봤다. 카톡 대화에 포함된 개인정보를 삭제하거나 암호화하는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스캐터랩은 과징금·과태료 총 1억330만원을 물게 됐다.
태림에 따르면 이번 집단소송에는 △연애의 과학·텍스트앳·진저에 카톡 대화를 제공한 이용자 △연인 등이 본인과의 카톡 대화 내역을 해당 앱에 제공한 사람 △대화 내역 제공 여부는 모르나 이루다에서 유사 대화내역이 발견된 사람 등이 참여했다.
이에 대해 스캐터랩 관계자는 “개인정보 수집 절차에 있어 자사 ‘연애의 과학’ 앱 이용자분들에게 충분히 소통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해당 소송에 관해 당사는 적시에 답변서를 제출하는 등 소송 과정에 성실히 참여하고 있다. 법원 소송 진행에 따라 필요한 사항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스캐터랩은 지난 1월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고 ‘챗봇 윤리 준칙’을 정비, 서비스를 고도화했다고 밝혔다. 약 3000명을 선발해 내년 1월11일부터 3주간 이루다2.0의 비공개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고, 2022년 공식 출시일정을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