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스캐터랩
▲ 사진=스캐터랩

혐오·차별발언,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각종 논란을 빚었던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가 내년 재출시를 예고한 가운데, 집단소송을 진행 중인 피해자들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22일 소송인단 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태림은 “스캐터랩이 서비스 재개를 공표하면서 피해자들은 추가적인 권리침해를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면서 이날 재판부에 변론기일 지정을 요청하는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전날 이루다 개발사 스캐터랩이 내년 1월11일부터 비공개 베타 테스트를 거쳐 ‘이루다 2.0’ 서비스를 재개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라 소송인단도 대응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내 카톡이 왜 여기서 나와”...이루다 개인정보 유출 논란
작년 12월 스캐터랩이 선보인 일상대화형 챗봇(open-domain chatbot) 이루다는 출시 3주 만에 약 80만명의 이용자를 모으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루다가 이용자와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특정인들의 실명·주소·계좌번호 등 개인정보를 여과 없이 언급하면서 개인정보 유출 의혹이 일었다. 이후 스캐터랩이 자사 카카오톡 대화분석 서비스인 ‘연애의 과학’, ‘텍스트앳’, ‘진저’ 등을 통해 수집한 이용자들의 대화 약 100억건을 바탕으로 이루다 서비스를 제작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이용자들은 스캐터랩이 카톡 대화를 ‘챗봇 서비스’ 학습에 쓴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카톡 대화에 포함돼 있던 실명·주소·전화번호·계좌번호 등 각종 개인정보를 유출한 정황도 있다고 주장했다. ‘연애의 과학’ 등 이용자 250여명은 지난 3월 이루다의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접수했다. 스캐터랩은 “다른 국내외 서비스들도 채택하는 방법”이라고 반박했지만, 사태가 커지자 결국 이루다 서비스 중단을 결정했다.

유관기관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조사 결과 스캐터랩이 이용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해당 정보를 수집 목적에서 벗어나 활용한 게 맞다고 봤다. 카톡 대화에 포함된 개인정보를 삭제하거나 암호화하는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스캐터랩은 과징금·과태료 총 1억330만원을 물게 됐다.

‘이루다2.0’ 예고에 집단소송인단 “재판부터”
9개월여가 지났지만 집단소송은 답보 상태다. 우지현 태림 변호사는 “해당 사건은 스캐터랩의 구체적, 실질적 답변이 제출되지 않은 채로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개인정보침해로 손배 책임이 있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니 스캐터랩은 ‘책임이 없다’거나 ‘개인정보침해가 아니다’ 등 법리적 다툼이 가능한 실질적인 답변을 해야 하는데 일부 원고의 (소송) 참여자격을 지적하는 동떨어진 얘기를 하고 있다”면서 “‘시간끌기’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개발사의 일방적인 입장발표만 이어지면서 피해자들은 서비스 재개를 걱정하고 있다”고도 부연했다.

태림에 따르면 이번 집단소송에는 △연애의 과학·텍스트앳·진저에 카톡 대화를 제공한 이용자 △연인 등이 본인과의 카톡 대화 내역을 해당 앱에 제공한 사람 △대화 내역 제공 여부는 모르나 이루다에서 유사 대화내역이 발견된 사람 등이 참여했다.

이에 대해 스캐터랩 관계자는 “개인정보 수집 절차에 있어 자사 ‘연애의 과학’ 앱 이용자분들에게 충분히 소통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해당 소송에 관해 당사는 적시에 답변서를 제출하는 등 소송 과정에 성실히 참여하고 있다. 법원 소송 진행에 따라 필요한 사항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스캐터랩은 지난 1월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고 ‘챗봇 윤리 준칙’을 정비, 서비스를 고도화했다고 밝혔다. 약 3000명을 선발해 내년 1월11일부터 3주간 이루다2.0의 비공개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고, 2022년 공식 출시일정을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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