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23일 이사회를 열고 베트남 생산법인에 1조원의 자금을 대여하기로 결정했다.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생산설비 및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재원이다. 다만 회사 측은 ‘서버용 FC-BGA' 시장 진입 관련해서는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FC-BGA는 반도체칩과 기판을 돌기처럼 동그란 형태의 범프로 연결한 반도체 패키지 기판이다. 자율주행차, 데이터센터 등에 탑재되는 비메모리 반도체를 만들 때 꼭 필요한 부품이다. 최근 FC-BGA 시장은 수요 증가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FC-BGA는 크게 PC용과 서버용으로 나뉜다. 삼성전기는 그간 PC용 FC-BGA 시장에 주력했다. 업계에선 꾸준히 삼성전기가 서버용 FC-BGA 시장 진출을 노릴 것이라고 예상해왔다. 지난 9월 김지산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기 리포트에서 “삼성전기는 고객 다변화 성과와 함께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고, 고부가 서버용 FC-BGA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도 관련 내용이 나왔다. 서버용 FC-BGA 시장 진출이 내년(2022년)이면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삼성전기 측은 “다수 거래선으로부터 참여 요청을 받아 협업 및 개발 참여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빠르면 내년 하반기 서버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지금까지 서버용 FC-BGA 시장은 이비덴과 신코덴키 등 일본 업체가 장악해왔다. 하지만 수요가 늘면서 공급이 부족해졌고, 삼성전기 입장에선 틈을 노릴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다만 삼성전기 측은 이번 투자 관련, 서버용 FC-BGA 진출 여부는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 FC-BGA: 반도체 칩과 기판을 연결할 때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하나는 선을 활용한 본딩 방식이고요. 다른 하나는 볼 형태의 범프로 연결하는 플립칩 방식인데요. 플립칩 방식은 크게 FC-BGA와 FC-CSP로 나뉩니다. FC-BGA는 중간 연결 구조 없이 반도체를 패키지 기판에 그대로 붙이는데요. 패키지 소형화에 용이합니다. 이 때문에 FC-CSP보다는 FC-BGA가 고부가 제품으로 평가 받습니다.
1조원대 투자로 순현금 기조는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 순차입금은 올해 3분기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순차입금이 마이너스라는 건 차입금보다 현금성자산이 더 많다는 의미인데, 대규모 투자는 차입금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