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셀트리온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 제품 이미지.(사진=셀트리온)
▲ 셀트리온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 제품 이미지.(사진=셀트리온)

‘잘 나가던’ 셀트리온 코로나19 항체치료제가 암초를 만났다. 먹는(경구용) 코로나19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새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도 변수로 꼽힌다.

2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는 팬데믹 초기부터 ‘게임체인저’로 여겨졌다. 먹는 약은 코로나19 팬데믹 종료를 앞당길 수 있는 전제조건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그 게임체인저가 등장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화이자가 개발한 경구용 항바이러스 알약 ‘팍스로비드’의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팍스로비드는 이에 따라 의사의 처방을 받은 후 가정에서도 복용될 수 있다. 팍스로비드가 바이러스 체내 복제를 막아 환자의 중증 진행을 멈출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FDA는 코로나19 중증으로 갈 수 있는 고위험군 중 12살 이상 환자(몸무게 40㎏ 이상)이면 이 약을 복용할 수 있도록 했다.

경구용 치료제의 등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종료에 긍정적 신호이긴 하지만 경쟁사 입장에선 그리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경구용 치료제는 분명 코로나19를 종식할 수 있는 강력한 요건 중 하나로 여겨진다”며 “이를 달리 말하면 다른 치료제를 사용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화이자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가 그만큼 극적인 효과를 보일지는 현재 미지수고 추후 경과를 더 지켜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셀트리온은 국내 기업 중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사용에 따른 사업적 영향이 가장 큰 곳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이거나, 백신 개발에 나선 국내 기업과는 달리 이미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성분명 레그단비맙)’ 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치료제의 사업화 과정이 가속화될 시점에 암초가 등장한 셈이다. 렉키로나는 이제 막 국내사용 확대와 유럽 등 해외 수출에 속도가 붙고 있었다.

▲ (사진=픽사베이)
▲ (사진=픽사베이)

렉키로나, 투약 방식 밀리지만…방대한 검증 결과 ‘장점’
렉키로나와 팍스로비드 간 효능 비교는 아직 정확한 데이터가 없어 업계에선 판단에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다만 투약 방식에 있어선 팍스로비드의 손을 들어주는 견해가 많다. 주사제인 렉키로나는 정맥투여 방식으로 약 60분이 소요된다. 가정에서도 복용이 가능한 팍스로비드와 비교해 간편성이 떨어지는 셈이다. 팍스로비드는 코로나19 감염 증상이 나타난 직후부터 5일 동안 12시간마다 복용해야 한다.

두 약 모두 임상 결과는 나온 상태다. 다만 팍스로비드의 투약이 이제 시작된 만큼 실제 효능은 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바이오업계의 중론이다.

화이자가 공개한 팍스로비드 임상 2·3상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고위험군이 증상 발현 사흘 안에 먹을 경우 위중증·사망 위험이 89%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5일 안에 복용하면 효과가 88% 정도로 나타났다. 임상은 코로나19 고위험군 2246명을 대상으로 했다.

▲ 화이자는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알약 ‘팍스로비드’의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고 알렸다.(사진=화이자 홈페이지 갈무리)
▲ 화이자는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알약 ‘팍스로비드’의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고 알렸다.(사진=화이자 홈페이지 갈무리)

렉키로나 역시 중증 발현을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경증·중등증 환자 13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렉키로나 글로벌 임상 3상 결과, 고위험군 환자군에선 중증환자 발생률이 위약군(임상의약 효과를 검증할 때 효과가 없는 약을 투여한 집단) 대비 72%, 전체 환자에선 70% 감소했다. 임상적 증상 개선 시간 역시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험군 환자에게선 위약군 대비 4.7일 이상, 전체 환자에게선 4.9일이 단축돼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

렉키로나는 또 일선 병원에서 사용되고 있어 실제 효능이 보다 정밀하게 측정됐다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 렉키로나는 지난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조건부허가를 받아 방역 현장에 투약되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 9월 렉키로나 임상 3상 결과 등을 확인한 후 정식 품목허가로 변경 승인했다. 지난 15일에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입원치료기관에만 쓰였던 렉키로나를 생활치료센터·요양병원·일반병원·재택치료자 대상 단기외래진료센터·노인요양시설 등으로 사용 범위 확대를 결정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렉키로나는 17일 기준 189개 병원에서 3만1229명에게 투여됐다. 아직 사망 사례는 물론 심각한 부작용도 보고되지 않았다.

렉키로나의 치료 효과는 국가 연구원을 통해서도 확인된 바 있다. 국립보건연구원 국립감염병연구소는 실제 의료현장에서 렉키로나의 치료 효과를 분석해 발표했다. 삼성서울병원 등 3개 병원에서 연구용역으로 수행된 이 조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코로나19 고위험 경증·중등증 환자 778명을 대상으로 했다. 렉키로나 치료군이 대증요법(원인이 아닌 증세에 대해서만 실시하는 치료법) 치료군보다 중증으로의 진행 비율이 78% 낮게 나타났다. 통계적으로도 중증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결과는 지난달 23일 첨단면역학회지(Frontiers in Immunology)에도 게재됐다.

셀트리온은 이 같은 검증 결과를 바탕으로 수출을 늘리고 있다. 셀트리온이 만든 제품을 해외에 수출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현재 18개국과 렉키로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에는 유럽 9개국에 공급하는 렉키로나 초도물량 15만 바이알(주사용 유리 용기)의 선적도 완료했다. 현재 유럽 판매가 시작된 상태다. 회사는 기존 공급 물량과 추가 발주를 포함해 이달에만 1500억원 규모의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약 70개국과 렉키로나의 수출 협의도 진행되고 있다.

흡입형 렉키로나 개발 나선 셀트리온…오미크론은 ‘변수’
셀트리온은 렉키로나의 투약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현재 ‘흡입제형’ 개발도 진행 중이다. 경구용 치료제와 비교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셀트리온은 미국 바이오기업 인할론 바이오파마와 함께 호주에서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 흡입제형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흡입형 렉키로나는 호흡기를 통해 폐에 약물을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환자 편의성 증대라는 측면에서 항체치료제 접근성을 한층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흡입형 렉키로나가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사업성을 갖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렉키로나가 해당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를 보일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효과가 전혀 없다는 연구결과도 등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대학교 의과대 연구팀이 진행한 오미크론에 대한 주요 항체치료제 시험 결과, 렉키로나는 억제력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화이자는 팍스로비드가 오미크론에 대해서 효능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 (사진=셀트리온)
▲ (사진=셀트리온)

회사는 이와 별개로 렉키로나가 오미크론에 효과가 나타나는지를 자체적으로 검사하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오미크론과 관련해선 회사 자체적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슈도 바이러스(병원성이 없는 바이러스) 중화능 테스트를 통해 렉키로나가 오미크론에도 효능이 있는지 검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도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렉키로나의 효능을 비임상수준에서 평가할 예정이다.

다만 화이자의 팍스로비드가 오미크론을 비롯한 코로나19에 효능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당장 국내에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세계에서 가용한 팍스로비드는 18만 코스(1코스당 30알)이다. 이 중 미국에는 6만∼7만 코스가 배정됐다. 얄약 제조에 9개월이 걸려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더라도 국내 시판까지는 상당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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