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노성산 이사, 오혜신 데이터사이언티스트, 김새미나 데이터사이언티스트. (사진=샌드박스)
▲ (왼쪽부터) 노성산 이사, 오혜신 데이터사이언티스트, 김새미나 데이터사이언티스트. (사진=샌드박스)

“유튜브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데이터를 소프트웨어 형태의 솔루션으로 제공하고 있는 곳은 샌드박스네트워크(샌드박스)밖에 없을걸요?”

샌드박스 데이터랩팀 노성산 이사의 말엔 자신감이 묻어났다. 국내 대표 MCN인 샌드박스는 크리에이터의 성장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과 컨설팅을 제공하는 회사다. 이는 철저하게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샌드박스 데이터랩팀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팀은 지난해 2월 조직됐는데, 김새미나·오혜신 데이터사이언티스트(DS)까지 3명이 중심이다. 현재 이들은 국내 유튜브 채널 데이터를 수집해 인사이트 뽑아내는 일을 하고 있다.

데이터 수집은 어떻게 이뤄지는 걸까. 기본적으로 크게 2가지 방법이다. 하나는 현재 샌드박스에 소속돼 있는 유튜브 채널 700개의 내부 데이터다. 유튜브에서 CMS(콘텐츠관리시스템)를 제공하기에 가능하다. 샌드박스에 따르면 소속 채널이 한국 전체 유튜브 트래픽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또 하나는 팬덤이 있다고 판단되는 구독자 5만명 이상의 유의미한 유튜브 채널 1만5000개의 데이터다. 이는 자체적으로 태깅 작업을 한다. 카테고리(패션뷰티·지식기술 등 43개), 제작 주체, 얼굴 공개 여부, 소속사 등 여러 가지 속성을 사용해 분류가 이뤄진다.

수집된 데이터는 어떻게 활용될까. 내부 데이터는 구독자 수, 조회 수, 시청 시간, 수익, RPM(조회수 당 수익), 업로드 수 등 6개 주요 지표를 중심으로 채널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채널이 성장세인지 하락세인지 알 수 있다. 외부 데이터로는 경쟁업체 현황(점유율), 카테고리별 현황 등을 보여주고 시장 및 상권 분석 등을 주로 하고 있는데 이를 외부 업체에 솔루션으로 제공하고 있다.

노 이사는 “예를 들어 영화 카테고리를 선택하면 어느 채널이 1등이고 조회 수, 점유율은 얼마인지 다 나온다”면서 “이와 함께 채널이 성장 중인지, 하락 중인지도 등급화 돼 있어 알 수 있다”고 전했다.

▲ 내부 채널 데이터 분석 화면. (사진=샌드박스)
▲ 내부 채널 데이터 분석 화면. (사진=샌드박스)

중요한 건 카테고리 분류다. 김 DS는 “지식기술 관련 내용을 전달하는 것 같으면서도 일상을 전달하는 브이로그같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미묘하게 섞여 있는 콘텐츠들이 많아 채널 태깅은 너무 힘든 작업이다”면서 “그런데 이 기준을 확실하게 세워야 분석에 신뢰성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분류 작업은 ‘인사이트’의 시작이기도 하다. 유튜브라는 것이 ‘취향’을 베이스로 이용자들에게 콘텐츠를 추천해주기 때문이다. 예컨대 같은 음식 관련 콘텐츠라도 카테고리가 ASMR(자율감각쾌락반응)일 수 있고 정보성(레시피 등)일 수 있다. 이런 걸 다 구분해야 한다. 내년엔 카테고리를 100개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유튜브 채널 데이터만 분석한다고 트렌드를 알 수 있을까. 노 이사는 “애초에 트렌드가 가장 빠르게 반영되는 산업이 ‘뉴미디어’고, 뉴미디어 가운데 유튜브가 MAU(월활성이용자수) 4200만명에 달할 정도로 점유율이 제일 높다”면서 “실제로 유튜브에 트렌드가 반영되면 광고주와 브랜드들이 빠르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플랫폼에서 먼저 트렌드가 형성된다 하더라도, 유튜브로 넘어오는 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에 점점 세분화되는 취향들이 유튜브에 반영되다 보니, 이제 유튜브엔 없는 게 없는 상황이라 앞으로도 유튜브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 DS는 “동물 카테고리를 본다면 보통 강아지나 고양이 채널을 많이 볼 것 같은데 곤충이나 파충류 채널도 심지어 조회 수가 높다”면서 “‘이런 걸 봐?’ 할 정도로 신기한 콘텐츠들이 정말 많다”고 전했다.

내년에 주목할만한 트렌드는 뭐가 있을까. 오 DS는 “특정 분야 전문 지식이나 기술을 다루는 콘텐츠들이 꾸준히 성장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갑자기 트렌드로 뜬다기보단 요즘은 궁금한 게 있으면 사람들이 유튜브로 찾아보면서 공부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소통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DS는 “세대가 거듭되면서 프로 스포츠가 멀어져 가는 느낌”이라면서 “저희는 잘 체감하지 못해도 밑에 세대부터는 e스포츠가 중요한 트렌드가 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다. 노 이사는 “올해 ‘부캐’가 큰 트렌드였는데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연예인들뿐 아니라 이제 크리에이터들도 감을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얼굴 없이 아바타나 캐릭터 등으로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해당 영상들의 조회 수가 높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데이터랩팀의 장기적 목표를 물었다. 노 이사는 “국내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IP(지식재산) 굿즈 등 커머스 사업엔 적극적이지만, 대부분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다”면서 “한국 외 미국, 일본, 동남아 등의 데이터도 모아 전 세계 대중의 흐름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글로벌 플랫폼 빅데이터 솔루션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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