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성장세는 예전같지 않다. 시장분석기업인 옴디아(Omdia)는 '스마트 스피커 시장 추적' 보고서를 통해 올 2분기 미국 내 스마트 스피커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16%에 그쳤고 전 분기 대비 출하량은 27% 감소했다고 밝혔다.
옴디아는 미국 내 스마트 스피커 출하량의 대부분을 차지해온 아마존 알렉사 플랫폼의 올 2분기 출하량이 전분기 대비 31% 감소했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그 대신 구글의 스마트 스피커가 약 80만건의 출하량으로 아마존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아마존은 알렉사 플랫폼의 2분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42%의 점유율로 1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구글(37%)이 코 앞까지 다가왔으며, 애플(21%)도 추격세를 더하고 있다.
옴디아 측은 "스마트 스피커 시장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특히 미국의 경우 가구 보급률이 60%에 육박하는 등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아마존 내부에서도 알렉사 사용자를 붙잡는 데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BBW)>가 입수한 아마존의 2018~2021년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알렉사 기기는 구매 2주차부터 더 이상 이용하지 않는 비율이 15~25%에 달했다. 2019년 계획서에서는 알렉사 사용자가 새 기기를 활성화한 지 불과 3시간 이내에 자신이 이용할 모든 기능의 절반을 발견한다고 언급했다. 사용자 대부분의 주요 사용 기능은 음악 재생, 타이머 설정, 조명 제어 등 세 가지뿐이었다.
이에 따라 수익성 전망도 불투명하다. 2018년 아마존은 알렉사 기기 한 대당 평균 5달러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는 2028년에는 한 대당 2달러의 이익을 거둘 것으로 희망했다. 알렉사와 다른 아마존 서비스를 연결해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기대에 따른다. 그러나 지난해 아마존은 스마트 스피커 시장이 성장기를 지났다고 결론내리며 향후 연간 성장률이 1.2% 수준일 것으로 추정했다. 아마존의 올해 알렉사 관련 고정비용은 42억 달러(약 5조원)로 추산된다.
아마존은 이 같은 보도가 부정확한 지표에 근거한다고 반박했다. 킨리 펄솔(Kinley Pearsall) 아마존 대변인은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에 "알렉사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주장은 정확하지 않다"며 "알렉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가정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IT 전문매체 <더 버지(The Verge)>의 논조는 더욱 신랄하다. <더 버지>는 '알렉사는 당신이 새 기능에 관심 없는 걸 알기 때문에 더욱 잔소리한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알렉사에게 타이머 설정과 같은 기본 작업을 수행하도록 요청하면 '이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까'라는 질문으로 답변을 마친다"라며 "제한된 사용자 참여와 새로운 기능에 대한 낮은 발견 가능성은 관심과 잠재적 이익의 정체를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올 3월 이동통신 전문 리서치기관 컨슈머인사이트의 발표에 따르면 AI 스피커를 이용한다는 응답은 25%로 4명 중 1명꼴이었다. 전년 상반기(19%)보다 6%포인트(p) 증가했다. 용도는 날씨·미세먼지 검색이 52%로 가장 많았고 음악검색·재생 46%, TV제어 43%였다. 가정 내 전자기기와 연결해 스마트홈을 구현하는 'IoT(사물인터넷)제어 기능'은 7%만 활용하고 있었다.
AI 스피커의 여러 측면에 대한 종합적인 만족률(매우 만족+약간 만족)은 42%에 그쳤다. 세부적으로 △디자인(51%) △크기(51%) △음질(49%)에 대한 만족률은 50% 내외였으며, △명령어 반응속도(39%) △명령어 정확하게 수행(33%) △명령어 지원/수행 기능 많음(32%) 등의 핵심 기능에 대해서는 모두 30%대였다. 부수적 특성보다 본원적 기능에 대한 만족률이 더욱 낮은 셈이다.
만족률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추세다. 2019년 상반기 47%에서 2019년 하반기와 2020년 상반기 각각 44%, 지난해 하반기에는 42%로 하락했다. 불만족하는 이유로는 '음성명령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서'가 47%로 절반에 가까웠고 △자연스러운 대화가 안 돼서 33% △외부 소음을 음성명령으로 오인해서 31% △이용 가능한 기능이 제한적이어서 31%였다. 컨슈머인사이트 측은 "성능과 기능 개선이 소비자 눈높이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