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존 알렉사 유튜브 채널에선 '당신이 알지 못했던 알렉사의 5가지 기능들'이라는 영상을 최상단에 배치했다.(사진=아마존 유튜브 썸네일컷)
▲ 아마존 알렉사 유튜브 채널에선 '당신이 알지 못했던 알렉사의 5가지 기능들'이라는 영상을 최상단에 배치했다.(사진=아마존 유튜브 썸네일컷)

AI(인공지능) 스피커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으나 구입 후 흥미를 빠르게 잃는 비율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대만큼의 기능성을 보여주지 못하면서다. 특히 그동안 이 시장을 주도해왔던 아마존의 음성인식 플랫폼 알렉사(Alexa)의 주춤세가 확연하다.

아마존 내부에서도 알렉사 미래를 걱정한다
올해 시장분석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가 발행한 '2019~2021년 미국 스마트 스피커 구매자의 수’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스마트 스피커(AI 스피커)를 한 번 이상 구매한 미국인은 1830만명이었고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1년에는 2350만명 규모였다.

그러나 성장세는 예전같지 않다. 시장분석기업인 옴디아(Omdia)는 '스마트 스피커 시장 추적' 보고서를 통해 올 2분기 미국 내 스마트 스피커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16%에 그쳤고 전 분기 대비 출하량은 27% 감소했다고 밝혔다.

옴디아는 미국 내 스마트 스피커 출하량의 대부분을 차지해온 아마존 알렉사 플랫폼의 올 2분기 출하량이 전분기 대비 31% 감소했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그 대신 구글의 스마트 스피커가 약 80만건의 출하량으로 아마존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아마존은 알렉사 플랫폼의 2분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42%의 점유율로 1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구글(37%)이 코 앞까지 다가왔으며, 애플(21%)도 추격세를 더하고 있다.

옴디아 측은 "스마트 스피커 시장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특히 미국의 경우 가구 보급률이 60%에 육박하는 등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아마존 내부에서도 알렉사 사용자를 붙잡는 데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BBW)>가 입수한 아마존의 2018~2021년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알렉사 기기는 구매 2주차부터 더 이상 이용하지 않는 비율이 15~25%에 달했다. 2019년 계획서에서는 알렉사 사용자가 새 기기를 활성화한 지 불과 3시간 이내에 자신이 이용할 모든 기능의 절반을 발견한다고 언급했다. 사용자 대부분의 주요 사용 기능은 음악 재생, 타이머 설정, 조명 제어 등 세 가지뿐이었다.

이에 따라 수익성 전망도 불투명하다. 2018년 아마존은 알렉사 기기 한 대당 평균 5달러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는 2028년에는 한 대당 2달러의 이익을 거둘 것으로 희망했다. 알렉사와 다른 아마존 서비스를 연결해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기대에 따른다. 그러나 지난해 아마존은 스마트 스피커 시장이 성장기를 지났다고 결론내리며 향후 연간 성장률이 1.2% 수준일 것으로 추정했다. 아마존의 올해 알렉사 관련 고정비용은 42억 달러(약 5조원)로 추산된다.

아마존은 이 같은 보도가 부정확한 지표에 근거한다고 반박했다. 킨리 펄솔(Kinley Pearsall) 아마존 대변인은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에 "알렉사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주장은 정확하지 않다"며 "알렉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가정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IT 전문매체 <더 버지(The Verge)>의 논조는 더욱 신랄하다. <더 버지>는 '알렉사는 당신이 새 기능에 관심 없는 걸 알기 때문에 더욱 잔소리한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알렉사에게 타이머 설정과 같은 기본 작업을 수행하도록 요청하면 '이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까'라는 질문으로 답변을 마친다"라며 "제한된 사용자 참여와 새로운 기능에 대한 낮은 발견 가능성은 관심과 잠재적 이익의 정체를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한국 AI 스피커 시장도 다르지 않다
한국의 AI 스피커 시장도 이와 비슷하게 이용자는 늘어나는 반면 만족도는 낮아지는 '반비례' 궤적을 그리고 있다. 음성명령 인식 등 기본 성능에 대한 불만이 점점 커지고 용도는 여전히 날씨 검색, 음악 듣기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이다.

올 3월 이동통신 전문 리서치기관 컨슈머인사이트의 발표에 따르면 AI 스피커를 이용한다는 응답은 25%로 4명 중 1명꼴이었다. 전년 상반기(19%)보다 6%포인트(p) 증가했다. 용도는 날씨·미세먼지 검색이 52%로 가장 많았고 음악검색·재생 46%, TV제어 43%였다. 가정 내 전자기기와 연결해 스마트홈을 구현하는 'IoT(사물인터넷)제어 기능'은 7%만 활용하고 있었다.

AI 스피커의 여러 측면에 대한 종합적인 만족률(매우 만족+약간 만족)은 42%에 그쳤다. 세부적으로 △디자인(51%) △크기(51%) △음질(49%)에 대한 만족률은 50% 내외였으며, △명령어 반응속도(39%) △명령어 정확하게 수행(33%) △명령어 지원/수행 기능 많음(32%) 등의 핵심 기능에 대해서는 모두 30%대였다. 부수적 특성보다 본원적 기능에 대한 만족률이 더욱 낮은 셈이다.

만족률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추세다. 2019년 상반기 47%에서 2019년 하반기와 2020년 상반기 각각 44%, 지난해 하반기에는 42%로 하락했다. 불만족하는 이유로는 '음성명령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서'가 47%로 절반에 가까웠고 △자연스러운 대화가 안 돼서 33% △외부 소음을 음성명령으로 오인해서 31% △이용 가능한 기능이 제한적이어서 31%였다. 컨슈머인사이트 측은 "성능과 기능 개선이 소비자 눈높이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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