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공장 안동 L하우스 전경.(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공장 안동 L하우스 전경.(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19 백신 생산·개발 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한 다양한 사업이 속도를 내는 모습이지만 시장에서의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사업 성과와 별개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 종료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되는 먹는(경구용) 약이 등장하고, 새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우세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에 사업적 역량이 집중된 SK바이오사이언스에 영향이 불가피한 소식들이다. 

2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 확대 △자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임상 3상 효능평가 시작 등의 성과를 냈다. 또 국제기구(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와 협력해 코로나19와 변이주가 속한 바이러스 계열을 전방위적으로 예방할 ‘범용 백신’ 개발에 착수하는 등 세계적으로도 기술력을 인정받는 추세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바이오산업 불모지’로 평가받는 우리나라에서 2001년부터 백신 개발·생산 사업을 전문적으로 영위해온 기업이다. 코로나19에 맞춰 그간 쌓아온 사업적 역량을 발휘,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지난 21일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GBP510’에 대한 임상 3상 시험 검체의 효능평가를 시작한다고 밝히며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등장 기대감이 높아졌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코로나19 바이러스 면역에 있어 가장 중요한 중화항체 생성률 등을 측정할 예정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미국 워싱턴대학 약학대 항원디자인연구소(IPD)와 공동으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GBP510)을 개발하고 있다. 이 물질 발굴에는 영국의 다국적 제약사 글락소 스미스클라인(GSK)의 면역증강제(Adjuvant) 기술이 활용됐다. 현재 임상 3상을 진행 중으로, 회사는 2022년 상반기 중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 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앞서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등 14개 기관에서 건강한 성인 328명에 GBP510을 투여하는 임상 1·2상을 진행했다. 면역증강제를 함께 투여한 투약군 99% 이상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가 형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이 같은 성과를 고려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1000만회분을 선구매하기로 했다. 정부는 내년에 3210억원을 치료제·백신 개발과 임상시험 지원에 투입하는데, 이 중 질병관리청에 1920억원이 배정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선구매는 질병관리청에 배정된 예산이 활용된다.

▲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BP510’의 임상 1·2상 결과.(자료=SK바이오사이언스)
▲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BP510’의 임상 1·2상 결과.(자료=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와 별개로 CEPI로부터 초기 연구개발비 5000만 달러(약 600억원)를 지원받아 ‘범용 백신’을 만들고 있다. 코로나19와 변이주가 속한 바이러스 계열을 전방위적으로 예방하는 게 이번 사업의 목적이다.

회사는 구체적으로 GBP510의 플랫폼을 활용해 ‘사베코바이러스(sarbecovirus)’를 표적으로 한 백신을 개발한다. 사베코바이러스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이다. △코로나19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바이러스와 이와 관련한 변이주 등이 이 계열에 속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관계자는 “개별 백신이 아닌 사베코바이러스 계열 전체에 유효한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며 “향후 관련 바이러스와 변이주를 한 번에 예방하는 광범위한 대응 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높은 시장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발은 국제기구인 CEPI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개발 능력이 그만큼 높다는 방증”이라며 “코로나19 대응엔 비교적 우리나라 바이오 기업들이 선두 입지를 차지하지 못했으나, 현재 기반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만큼 ‘제2 코로나’ 등의 상황에선 사업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K바사, WHO·EU 승인받은 노바백스 백신 생산량 확대
백신 생산 영역에서도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회사는 지난 24일 미국 바이오기업 노바백스와 코로나19 백신 ‘NVX-CoV2373’의 원액 생산 및 글로벌 공급을 위한 CMO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로써 2022년 12월까지 안동 백신공장 L하우스의 9개 원액 생산시설 중 3개 시설을 NVX-CoV2373 생산에 활용하게 됐다. 안동 L하우스의 코로나19 백신 제조 시설은 EU-GMP(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를 획득하며 제조 및 품질 관리의 우수성을 세계에서 인정받기도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번 계약에 따라 노바백스로부터 △원액(DS) 생산에 따른 위탁 수수료 △노바백스의 완제(DP) 판매에 따른 매출 수수료를 받는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태국·베트남에선 백신을 직접 판매, 추가 매출을 확보할 수도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측은 “원액 계약에 따라 발생될 예상 수수료 약 2000억원을 포함, 각각의 계약별로 추가 매출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에 앞서 노바백스와 지난해 8월 위탁생산 계약과 올해 2월 원액과 완제를 포함한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미 NVX-CoV2373 생산에 필요한 단백질 기반 나노입자 재조합 및 생산 공정 기술의 이전 등을 완료한 상태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노바백스 간 계약 확대는 최근 유럽연합(EU)과 세계보건기구(WHO)가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의 긴급사용을 허가한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20일(현지시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18세 이상 성인에 대한 노바백스 백신의 조건부 판매를 최종 결정했다. 같은날 WHO도 노바백스가 생산하는 모든 백신의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WHO가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을 긴급사용목록(EUL)에 올리면서 국제 백신 공동구매·배분 프로젝트 코백스(COVAX)를 통해 국제 사회에 공급이 진행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에 따르면 노바백스가 미국과 멕시코에서 18세 이상 성인 약 3만명을 대상으로 NVX-CoV2373를 투약한 임상시험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 예방 효과는 9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 접종 후 발생한 이상 반응 대부분이 경증 혹은 중등증으로 나타나 안전성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 (사진=게티이미지)
▲ (사진=게티이미지)

사업 성과에도 시장 반응 ‘미지근’…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대응 사업이 이처럼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비교적 미지근한 편이다. 실제로 회사 주가는 이 같은 성과가 집중적으로 발표된 시기에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20일 주가가 한때 28만2500원까지 올랐으나, 24일엔 23만9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5일 만에 약 15%가량 하락한 셈이다.
▲ SK바이오사이언스의 최근 주가 추이.(사진=네이버 금융 페이지 갈무리)
▲ SK바이오사이언스의 최근 주가 추이.(사진=네이버 금융 페이지 갈무리)

이는 화이자가 개발한 경구용 항바이러스 알약 ‘팍스로비드’가 미국 식품의약처(FDA)로부터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FDA는 코로나19 중증으로 갈 수 있는 고위험군 중 12살 이상 환자(몸무게 40㎏ 이상)이면 이 약을 먹을 수 있도록 했다. 팍스로비드가 바이러스 체내 복제를 막아 환자의 코로나19 중증 진행을 멈추는 효능이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경구용 치료제의 등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종료에 긍정적 신호이긴 하지만 경쟁사 입장에선 그리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진행하는 사업이 대부분 코로나19 백신과 관련이 있어 화이자 치료제와 직접적인 시장경쟁을 벌이진 않는다. 다만 먹는 약은 코로나19 종식의 가장 필수적인 전제조건으로 여겨지는 만큼 백신 사업 확대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경구용 치료제는 분명 코로나19를 종식할 수 있는 강력한 요건 중 하나로 여겨져 ‘게임체인저’로 불려왔다”며 “화이자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의 효능을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먹는 약의 등장은 백신·치료제 개발 기업의 향후 사업 확대에 영향을 줄 요소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사진=픽사베이)
▲ (사진=픽사베이)

코로나19 새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도 변수로 꼽힌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이 오미크론에도 효과를 보일지는 미지수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노바백스가 진행한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NVX-CoV2373는 오미크론 및 기타 변이 바이러스에도 면역반응을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NVX-CoV2373을 2회 접종하고 6개월 뒤 부스터샷으로 1회 접종한 결과 오미크론 변이에 반응하는 항체가 2회 접종 대비 9.3배, 델타변이는 11.1배로 높게 나타났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하는 코로나19 백신이 오미크론에 얼마나 대응할 수 있을지가 향후 사업 확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미 시장에 백신이 다수 출시된 상태고 세계적 백신 접종률도 높아지고 있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효능 측면에서 확실한 데이터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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