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주목할 만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나 업계 트렌드를 알기 쉽게 풀어봅니다.
▲ 글렌체크 한정판 NFT 이미지(사진=EMA)
▲ 글렌체크 한정판 NFT 이미지(사진=EMA)

NFT(대체불가능토큰) 시장과 가장 친밀한 음악장르는 무엇일까요? 현재로선 '일렉트로니카'가 그렇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흥미로운 사례를 몇 개 들어보겠습니다.

일렉트로니카 밴드 글렌체크의 소속사 EMA는 지난 24일 오후 6시에 무료 배포한 크리스마스 버전 한정판 NFT 111개가 2분도 채 안 돼 소진됐다고 27일 밝혔습니다. EMA는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 소장과 투자의 목적에 그치지 않고 아티스트 글렌체크의 음악 세계를 팬들과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탐험하는 열쇠라고 할 수 있다"고 묘사했습니다.

글랜체크의 음악 세계에 더 빠져들기 위해 팬들이 디지털 지갑을 만들고 NFT라는 신기술을 택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EMA는 이런 팬심을 놓치지 않고 내년 초 7777개의 NFT 컬렉션을 공식 판매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 NFT 소지자들만 참여할 수 있는 특별 커뮤니티도 연다고 합니다.

또 오는 28일에는 블록체인 전문기업 코인플러그의 NFT 거래 플랫폼 '메파타이'에서 일렉트로니카 그룹 캐스커(Casker)의 '융진'의 'Winter Chime'이라는 곡을 NFT로 한정판 발행한다고 합니다. 융진은 에픽하이의 'Love Love Love'라는 곡의 피처링으로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만, 한국 일렉트로니카 씬의 초창기를 이끌어온 아티스트로 꼽히죠.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NFT와 일렉트로니카는 좋은 궁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올 초 일렉트로니카 뮤지션 에이펙스 트윈의 NFT 디지털 아트는 NFT 마켓 '파운데이션'에서 72 ETH에 낙찰됐습니다. 이는 당시 12만7600달러(약 1억5000만원) 상당의 가치였죠. 해당 NFT 작품명은 '/afx/weirdcoreblockscanner'로 에이펙스 트윈의 앨범에도 실렸다고 합니다.

많고 많은 음악 장르 중에서도 왜 일렉트로니카일까요? '전자음악'이니까 디지털 기술에도 친숙한 것일까요? 좋은 시각이지만 일렉트로니카 장르 애호가들의 특성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시장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을 줄 것입니다.

먼저 일렉트로니카 리스너들은 음악을 찾아 듣는 주체성을 보입니다. 음원차트나 누군가가 정리해준 플레이리스트를 곧이곧대로 수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입니다.

일렉트로니카는 다양한 장르로 나뉘어집니다. 조상님격인 크라프트베르크부터 디페시 모드나 뉴 오더 등의 '신스팝', 케미컬 브라더스와 펫보이 슬림 같은 '빅비트' 등으로 입문한 이후부터는 자신에게 맞는 장르가 다 다릅니다. 하우스, 라운지처럼 감각적인 것부터 몽환적인 앰비언트, 클럽이나 페스티벌을 달구는 EDM 등 다양합니다. 대중음악처럼 '이지 리스닝'이 안 되기 때문에 외국 비평사이트나 커뮤니티를 찾아다니는 등의 수고를 들여야 하는 것이지요.

이 과정에서 트렌드를 앞서나간다는 자부심도 제가 만나본 일렉트로니카 리스너들에게서 적잖이 느낀 부분입니다. 마냥 근거 없는 자부심은 아니죠. 딥 하우스의 경우도 대형기획사의 아이돌들이 이 장르를 적용한 곡을 발표하면서 케이팝에 자리잡았으니까요.

DJ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카이스트(KAIST) 이원재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와 위형석 박사 연구팀이 일렉트로닉 음악 페스티벌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명 DJ들의 사회적 관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명성이 높은 DJ일수록 일관되고 확고한 음악 정체성을 표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새로운 스타일과 장르가 끊임없이 탄생하는 음악 시장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하고 가치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사회적 명성을 얻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동한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입니다.

또 유명 DJ들은 다른 집단을 연결하는 중개적 위치와 한 집단의 응집력이 높은 위치에 있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위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하이브리드 위치는 새로운 기회와 자원의 유입을 컨트롤할 수 있는 가장 유리한 위치"라고 해석했습니다.

이 같은 특성을 가진 일렉트로닉 리스너와 아티스트의 상호작용이 NFT 시장에서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NFT 기술은 블록체인을 통해 디지털 자산에 대체 불가능한 '유일성'을 부여해주죠. 음악과 커버아트와 같은 결과물을 NFT로 주고받는 것은 자신의 취향에 대해 자산적인 가치를 인정받으면서도, 응집력을 더욱 강화시켜주는 좋은 거래입니다.

글렌체크의 한정판 NFT 제작을 돕는 임지순 3PM 대표는 "아티스트의 세계관이 팬들과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전개되는 NFT 캠페인 '더 래빗 홀'은 이제 막 '미술'에서 '음악'으로 확장되고 있는 NFT 시장에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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