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특정 통신망에 사고가 발생해도 사용자들은 타사 통신망이 제공하는 긴급 통신 서비스를 통해 네트워크 단절에 따른 불편이 최소화될 예정이다.

2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정부 서울청사에서 KT 네트워크 사고 후속 대책으로 준비한 '네트워크 안정성 확보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은 크게 △예방·대응 △생존성 확보 △장애 복원력 제고 △제도개선 등 4가지 핵심 과제를 중심으로 마련됐으며 통신사업자들의 네트워크 관리 의무 및 소프트웨어 개선, 이통사 간 재난 시 협력 프로세스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 홍진배 과기정통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네트워크 안정성 확보방안' 브리핑을 진행했다 (사진=이건한 기자)
▲ 홍진배 과기정통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네트워크 안정성 확보방안' 브리핑을 진행했다 (사진=이건한 기자)

이통사 간 통신망 상호백업 시스템 강화
지난 10월에 발생한 KT 전국 네트워크 장애 사고 당시 KT 이용자들은 망이 복구되는 동안 1시간 이상 크고 작은 불편을 겪었다. 같은 시각 SKT, LG유플러스 망은 정상이었지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진 못했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네트워크 안정성 확보를 위한 주요 방안 중 하나로 전국적인 통신망 장애 시 특정 무선망 이용자가 타사 유선망을 경유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이통사 간 상호백업체계'를 필수 서비스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A사에서 통신단절 사고가 발생하면 B사, C사의 통신망이 A사 이용자들에게 긴급 제공되는 구조다.  

국지적 장애에 대해서도 이용자가 타 이통사 무선망에 접속할 수 있는 로밍 규모가 현재의 1.5배(200만명→300만명)까지 늘어난다. 웬만한 시·도 통신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다.

▲ 앞으로 통신장애 발생 시 사용자들은 타사 통신망을 경유한 통신 서비스를 제공받게 된다 (자료=과기정통부)
▲ 앞으로 통신장애 발생 시 사용자들은 타사 통신망을 경유한 통신 서비스를 제공받게 된다 (자료=과기정통부)

또한 과기정통부는 통신재난 위기경보 '경계'가 발령되면 긴급 인터넷 서비스 제공을 위해 공공·상용 와이파이를 전방위적으로 개방할 계획이다. 이때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와이파이는 'Public WiFi Emergency'라는 이름으로 송출된다. 현재 국내에서 이용 가능한 공공·상용 와이파이는 약 34만개다.

점심시간에 발생했던 최근 KT 네트워크 장애는 특히 식당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에게 많은 불편을 안겼다. 앞으로는 비슷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개인 휴대폰 무선통신(테더링) 기능으로도 작동되는 POS 결제기기 기능이 개발·도입될 예정이다. 다양한 통신재난 백업 서비스와 무선 백업요금제 도입도 검토된다.

망분리로 장애 확산 방지…AI·디지털트윈 기술로 관제 고도화
다방면의 통신사고 예방 대책도 추가됐다. 이통사의 통신 작업 및 시스템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먼저 최근 KT 사태를 교훈 삼아 네트워크 코어망에서 발생한 오류가 전국망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모의시험체계를 활용한 사전검증은 코어망 전체로 확대하도록 했다.

또 장애가 발생한 경우, 문제 범위를 최소화하고 전체 네트워크의 생존성이 높아지도록 네트워크를 개선한다. 핵심은 지역 네트워크의 중심이 되는 코어망 장비에 오류가 발생해도 전체 장비로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보 교환이 허용되는 네트워크 주소 사전 지정 △지역별 가입자망을 독립적인 자율 시스템으로 구성 △주요 무선망 재난 시 긴급하게 활용 가능한 인터넷 접속경로 확보 방안 등이 마련됐다. 과기정통부의 현장검증,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이 같은 시스템 구조 개선이 기존 네트워크 성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기술적 측면에선 인공지능(AI) 자동관제 기술을 가입자 수가 많은 가정용 인터넷, IPTV에 우선 적용할 계획이다. 통신재난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이상감지 시스템도 구축한다. 과기정통부는 시스템에 통신사업자들의 자체 장애보고 데이터(트래픽, 회선, 기지국 등)를 연계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론 AI가 오류를 조기에 발견하고 경보를 울리는 기술, 24시간 운영되는 기간통신망의 사전 시험검증을 가능하게 만드는 디지털 트윈 개발이 추진된다. 디지털 트윈은 실존하는 장비와 시스템을 디지털 공간에 동일하게 구현하는 기술이다. 가상 시스템이지만 실존 장비와 동일한 데이터가 실시간 공유되므로 다양한 실험, 사전 검증, 오류 관제를 더욱 편리하고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코어망 분리, 인터넷 접속경로 이중화 등 통신장애 확산 방지를 위한 다양한 기술적 조치가 이뤄진다 (자료=과기정통부)
▲ 코어망 분리, 인터넷 접속경로 이중화 등 통신장애 확산 방지를 위한 다양한 기술적 조치가 이뤄진다 (자료=과기정통부)

네트워크 작업은 승인된 작업자와 장비, 시간에만 허용된다. KT 사고는 서류상 네트워크 작업시간을 야간(01시~06시)로 승인됐으나, 정작 네트워크 이용량이 높은 점심시간에 작업이 진행돼 피해가 확대된 바 있다. 과기정통부는 작업·관리의 중앙 통제를 강화하고 통제 우회작업은 원천적으로 제한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공사로 인한 케이블 단선, 정전, 화재, 지진 등 다양한 사고 유형에 대한 대응 대책도 마련됐다. △이통사, 협회, 지자체 간 공사 정보 공유체계 강화 △정전 시 최소한의 통신 서비스 이용을 위한 건물 내 비상전원단자, 소형 발전기 설치 확대 △KT 아현지사 화재 이후 추진 중인 중요통신시설(885개)에 대한 통신망 이원화, 소방시설 보강 등이 지속 추진된다.

이통사, 매년 네트워크 안정성 보고서 발표하도록 의무화
이와 함께 통신 재난의 빠른 수습, 지원을 돕기 위한 제도개선이 진행된다. 정부는 먼저 이용자가 네트워크 장애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문자메시지(SMS)를 포함해 카카오톡, 라인 같은 메신저를 통해 장애 내용이 지체 없이 고지되도록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이번 KT 장애 발생 당시 이용자들은 장애 내용을 신속히 전달받지 못해 큰 혼란을 겪었다.

이용자 알 권리 보장과 통신사업자의 책임 있는 네트워크 관리를 유도하기 위해 '네트워크 안정성 조치현황 연차보고서(가칭)' 공개를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보고서에는 통신사의 네트워크 관리, 기술적 보강조치 이행 실적과 안정성 시험 결과 등이 포함된다. 정부는 새롭게 의무화하는 제도들은 추후 이행에 미흡함이 발견되면 기업에 과태료 등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 네트워크 안정성 확보방안 개요 (자료=과기정통부)
▲ 네트워크 안정성 확보방안 개요 (자료=과기정통부)

한편 2018년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사고, 올해 10월 KT 전국 인터넷 먹통 사고는 많은 이용자 불편을 야기했지만 국내 통신업 전반의 약점들 돌아보고 보완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은 "아현국사 화재 사고 직후에는 주로 물리적 예방책 마련에 중점을 뒀지만 최근 발생한 네트워크 사고는 인적 측면, 정전, 공사 등 내외부적 요인이 다양하게 확인됐다"며 "한층 체계적인 대응 방안의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주요통신사업자, 유관기관, 전문가들로 구성된 네트워크 안정성 대책TF를 구성하고 8회에 걸친 회의 끝에 이번 네트워크 안정성 방안을 도출했다.

홍 국장은 "신뢰성와 안정성을 갖춘 기간 네트워크가 디지털 경제 성장의 밑거름이 되도록 여러 내·외부 요인에 따른 네트워크 장애를 예방하고, 이번에 마련한 대책들도 철저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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