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하반기 국내 5G 품질평가 결과에서 KT와 LG유플러스는 웃지 못했다. 다운로드 속도, 전환율, 지연시간, 커버리지 등 5G 체감 성능을 좌우하는 주요 지표에서 SKT가 모두 1위를 가져간 까닭이다. 특히 올해 3사 중 가장 먼저 5G 단독모드(SA)를 도입한 KT는 하반기에도 SKT를 추격하거나 주파수 대역폭 보유량에서 뒤지는 LG유플러스와의 격차를 벌리지 못했다.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통신 서비스 품질평가 결과'에서 SKT는 시장 1위 사업자의 체면을 지켰다. 올해 상반기 평가에서 LG유플러스에 뒤졌던 5G 커버리지 순위를 뒤집으며 주요 지표에서 모두 경쟁사를 앞선 것.
이에 대해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는 커버리지 확대에 주력했고, 하반기에는 실내 음영지역 해소에 노력한 결과"라며 "데이터 손실률 및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 전송 속도는 당사가 가장 우수했다"고 말했다. 설비투자 수준을 뜻하는 'CAPEX'도 전년과 동등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KT가 이번 평가에서 경쟁사를 앞선 항목은 주요 다중시설 5G 구축 수준이다. KT는 조사 대상 4500개 중 4495개를 구축하며 1위를 기록했지만 유일하게 4000개를 넘긴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에는 SKT와 LG유플러스도 각각 4409개, 4357개를 구축하며 차이가 미미해졌다.
하반기 통신품질평가는 KT 입장에서 아쉬운 구석이 많다. 특히 5G 단독모드가 이번 평가 기준에 포함되지 않은 점은 뼈아프다. 현재 국내 5G 서비스는 LTE와 5G망을 동시에 활용하는 '비단독모드(NSA)'로 제공되고 있다.
이 가운데 KT는 올해 7월 이통3사 최초로 단독모드(SA)를 상용화하며 차별점 만들기에 나선 바 있다. 단독모드는 이름 그대로 5G망으로 업로드·다운로드 등 모든 통신 프로세스를 처리하는 기술이다. 5G의 특징인 저지연성이 강화되고 네트워크 슬라이싱(5G 자원을 필요에 따라 쪼개 쓰는 기술)이 가능해진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 따르면 배터리 소모량도 NSA 대비 8.8% 정도 낮다.
그러나 이번 평가는 NSA 기준으로 진행됐다. 현재 5G SA는 KT가 단독으로 서비스 중인 만큼, 3사의 공정한 평가를 위해 SA가 배제됐다. 만약 SKT, LG유플러스가 5G SA 상용화를 늦춘다면 내년 상반기 통신품질평가 결과에도 KT의 5G SA 도입 성과는 확인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5G 주파수 측면에서도 KT에 이번 통신품질 평가 결과는 난감하게 다가온다. 2018년 5G 주파수 경매 당시 SKT와 KT는 각각 100MHz, LG유플러스는 20MHz를 확보했다. 일반적으로 주파수 대역폭이 넓으면 전송속도를 개선하고 쉽다. 이는 도로가 넓어질수록 교통체증이 줄어드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KT의 5G 다운로드 속도는 같은 대역폭의 SKT와 비슷하고 LG유플러스보다 20% 이상 빨라야 한다. SKT가 이번에 기록한 5G 다운로드 속도 929Mbps는 LG유플러스(712Mbps) 대비 약 30% 빠른 것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에서 KT의 다운로드 속도는 762Mbps로 LG유플러스를 7% 앞서는 데 그쳤다. SKT와 비교하면 22% 느리다.
이 같은 차이가 발생한 원인에도 NSA가 거론된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LTE 성능의 영향을 받는 5G NSA의 특성상 LTE 품질이 가장 좋은 SKT가 유리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통신품질평가에서 공개된 이통 3사의 LTE 다운로드 속도는 SKT가 208Mbps를 기록하며 KT(138Mbps)와 LG유플러스(104.43Mbps)를 크게 앞섰다. KT 입장에서는 SA로 평가받지 못한 점이 더 뼈아픈 대목이다.
아울러 KT에 남은 또 다른 복병은 과기정통부의 5G 주파수 추가 공급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달 3일 5G 주파수 20㎒폭(3.40~3.42㎓)에 대한 추가 할당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2018년 5G 주파수 경매 당시에는 공공 주파수와 전파 혼간섭 우려가 있어 할당이 보류된 대역이다.
이후 전문 연구반의 검토 결과 해당 대역 활용에 문제가 없고, 전파자원 이용 효율성도 제고될 것으로 판단되면서 추가 할당이 결정됐다. 과기정통부는 해당 주파수를 기간통신사업자라면 누구나 할당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이 대역에 대한 할당 방식이나 시기는 미정이지만 통신업계는 LG유플러스의 몫이 될 가능성을 높게 본다. 추가 할당 대역이 LG유플러스의 5G 주파수와 인접한 대역인 만큼 활용에 가장 유리하기 때문이다. 만약 LG유플러스가 20MHz를 추가로 확보한다면 현재 구도상 KT가 다운로드 속도에서도 LG유플러스에 밀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경우 시장 2위 자리를 지켜온 KT에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된다.
한편 다음 통신품질평가 결과 발표는 올해와 비슷한 2022년 여름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기정통부는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유·무선 품질 정보를 제공하고, 이통사의 망 투자 확대를 촉진하기 위해 매년 2회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