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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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최근 "앱으로 구직하는 시대가 온다"고 말해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여당에선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워크넷, 잡코리아, 사람인, 커리어, 스카우트, 인디드, 잡플래닛, 알리오, 피플앤잡, 월드잡, 나라일터 정말 모르느냐"면서 "진짜 이다지도 무지하며 무례해도 되는 거냐"는 반응을 보였었다. 그러나 윤 후보의 발언이 일고의 가치도 없는 '뒷북'일까?

현재를 기준으로 윤 후보의 말은 '절반의 진실'을 담고 있다. 앱으로 구직을 할 수는 있지만, 모든 구직자와 구인기업이 앱을 통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경력직 채용이 확산하고 이직이 가속화하는 추세에서 수요자가 공고를 올리고 상대방이 봐주기만을 바라는 기존 형태로는 매칭이 어려워졌다. 채용 플랫폼들이 IT(정보기술)를 접목하는 이유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원티드랩, 인크루트는 자사의 정체성을 'HR(인적자원)테크 기업'으로 설정했다. 이는 채용 플랫폼이 단순한 공고 소개처가 아닌 '테크(기술)'를 활용해 기업과 구직자 사이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다.

경력직 채용에 필요한 '평판조회', 채용 플랫폼이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경력직 채용에 포함되는 과정이 '평판조회(레퍼런스 체크)'다. 회사와 이른바 '핏'이 맞는지를 보는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평판조회는 대기업을 넘어 중소기업까지 확산하는 추세다. 잡코리아가 중소기업 474곳 채용담당자를 대상으로 '올해 경력직 채용 현황'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72.8%가 경력직 직원을 채용했으며, 경력사원 채용 시 평판조회를 하는지에 대해선 60.8%가 '한다'고 답했다.

평판조회는 구직자의 직장 상사, 동료 등 인적 네트워크를 필요로 한다. 정성적 요소까지도 살펴보기 때문에 이력서 등의 문서로는 충족할 수 없던 과정이었다. 인크루트는 이런 세밀한 수요까지도 IT로 해결했다.

인크루트는 모바일 간편 평판조회 솔루션인 '인크루트 체크메이트(Checkmate)'를 이달 8일 론칭했다. 급성장 중인 국내 경력채용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인크루트가 자체 개발한 평판조회 솔루션이다. 지원자와 레퍼리(평판제공자), 기업 인사담당자 모두 장소와 시간 관계없이 평판조회의 모든 과정을 모바일에서 쉽고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

기업 인사담당자가 사전 설정한 질문지를 레퍼리에게 링크로 공유하면, 레퍼리는 PC와 모바일을 활용해 질문지에 맞게 정보를 전달하면 된다. 온라인 다면평가 방식을 채택해 지원자가 근무했던 기업의 상급자와 동료, 하급자 등 모든 구성원의 피드백을 받는다.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배되지 않도록 지원자에게 평판조회 및 제공에 대한 동의를 받은 후 진행한다.

출시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는 회사측 설명이다. 인크루트 관계자는 "인크루트 체크메이트는 론칭 이후 현재 솔루션 도입과 관련해 대기업, 스타트업, 연구원, 대학교 등 다양한 기업 고객의 관심을 받고 있다"며 "도입을 위한 사전 테스트에서도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인크루트는 온라인상에서 인재 채용이 가능한 리크루팅 소프트웨어(Recruiting Software)를 자체 개발했다. 공고등록과 채용 전형별 관리, 합격자 발표 등 채용의 전 과정을 관리할 수 있는 'RASP(Recruiting Application Service Provider) Biz'를 비롯해 화상·영상·AI면접이 가능한 비대면 면접 솔루션 '인크루트 뷰(View)', 온라인 필기시험 감독 솔루션 '인크루트 프록터(Proctor)', 온라인 진단검사 솔루션 '인크루트 어세스(Access)' 등이 있다.

채용에 IT를 접목하면 돈이 된다
인재 채용의 수고를 줄일 수 있는 솔루션에 돈이 몰리고 있다. 최근 기업용 채용 관리 솔루션 '그리팅'(Greeting)을 운영하는 두들린은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43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그리팅은 다수의 채용 플랫폼을 통해 지원한 이력서를 인사 담당자들이 한 번에 열람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해 액셀 프로그램으로 일일이 정보를 기입하는 번거로움을 없앴다.

일찍이 IT를 결합한 채용 플랫폼 '원티드랩'은 올 8월 코스닥 시장 상장까지 성공했다. 이 회사는 AI(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솔루션이 핵심 수입원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원티드랩의 주요 제품별 매출 비중은 △AI매칭 85.4% △광고 5.4% △원티드 긱스(프리랜서) 4.8% △커리어 플랫폼 2.2% △매치업 1.8% 순이다.

AI매칭은 약 200만개 이상의 매칭결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직자와 기업에 성공률 높은 매칭을 제안하는 기술이다. 입사 지원부터 최종 합격 이후 3개월 근무까지의 데이터를 국내 유일하게 확보했으며, 이를 통해 지원자의 합격률을 일반 지원 대비 4배 이상 높일 수 있다고 원티드랩은 설명한다.

원티드랩이 시장에서 주목받는 건 국내외 채용시장이 공개채용에서 수시채용으로 빠르게 변모 중이기 때문이다. 인크루트에 따르면 국내기업 채용방식 비중은 2019년 하반기 공채 49.6%·수시 30.7%에서 올 상반기 공채 30.1%·수시 49.9%로 변화했다. 이와 함께 원티드랩의 매출도 2019년 83억원에서 지난해 147억원으로 늘었다.

박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시장규모에서도 매칭채용의 비중이 31%까지 상승하며 매칭 중심 유니콘 기업들이 등장했다"며 "원티드랩은 수시채용이 확대되는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차별화된 AI 매칭 엔진과 축적된 DB의 강점을 바탕으로 빠른 성장세를 지속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채용에 AI가 만병통치약 될까?
윤 후보의 발언으로 논란이 있은 후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은 "윤 후보의 미래앱은 자동으로 일자리와 매칭되는 AI 방식"이라고 해명에 나섰다. 윤 후보가 이 같은 채용시장의 변화까지도 미리 내다봤다는 뜻이다.

그러나 채용에 AI를 도입하는 데 있어서 긍정적 전망만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AI가 가질 수 있는 '편향성' 이슈가 대표적이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Amazon)은 채용 담당자의 이력서 심사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이력서 검토 및 지원자 평가에 인공지능 기반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지난 10년 동안의 과거 데이터를 사용해 인공지능 모델을 훈련했으나, 정작 활용이 중단됐다.

과거 데이터에 여성에 대한 편견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후부터다. 채용 알고리즘이 남성 이력서에서 더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실행됨(executed)' 또는 '캡처됨(captured)'과 같은 단어를 기반으로 지원자를 선호한다는 것. 인공지능 모델은 아마존 직원의 60%인 남성들로부터 과거 데이터를 습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국경완 국방통합데이터센터 실장은 "성별 또는 기타 이념적 개념에 대한 의식적 및 무의식적 가정에서 훈련 데이터 세트를 정리할 수 있다면 편견 없는 데이터 기반의 결정을 내리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며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는 완벽하게 인공지능의 편향성을 없애기에는 많은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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