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의 경쟁력은 자체 콘텐츠인 '오리지널 시리즈'입니다. [OTT오리지널]에서는 특색 있는 작품을 분석하고 그 안에 '숨겨진 1인치'를 찾아봅니다. 내용 중 '스포일러'가 있으니 원치 않는 분들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는 한국에서 보기 드문 우주 배경의 SF 스릴러 장르를 표방한다. 필수 자원이 고갈된 근미래를 배경으로, 달에 남아있을지 모르는 자원의 흔적을 찾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달에 숨겨진 '물', 즉 '월수'(月水)는 고요의 바다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다. 

'달'에는 정말 '물'이 있을까
실제로 지구에 물이 부족해질 경우,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달'이나 '화성'으로 건너가 관련 자원을 채취할 수 있을까. 우선 '지구 외에 다른 행성에도 물이 존재한다'는 가설을 입증해야 한다. 과학계에서는 지난 수 년간 꾸준히 '달 표면에 물이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최초로 달 표면에서 물을 확인한 것은 2008년이다. 인도의 '찬드라얀 1호' 남극점으로 투하한 '달 충돌 실험체'(Moon Impact Probe)의 충돌 여파로 흩날린 입자에서 물의 흔적을 발견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도 2009년 엘크로스 탐사선을 통해 달 남극에 탑재체를 충돌시키는 방식으로 물의 흔적을 확인한 바 있다. 당시 NASA 측은 지름 20m·깊이 4m의 구덩이가 파인 충돌 부분의 사진을 판독해 90리터 가량의 물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이후 각국에서 달 표면에 있는 물을 확인하기 위해 달 남극으로 탐사선을 보내기 시작했다. '고요의 바다'에 등장하는 '발해 기지'처럼 우주 기지를 건설하고 이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물' 확보가 필수적이다. 지구에서 직접 물을 공수할 경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가급적 자체적으로 물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인 셈이다. 

특히 지구가 황폐화돼 물을 구할 수 없다면 '고요의 바다'에 등장하는 것처럼 국가간 치열한 물 확보전이 벌어질 수 있다. 극중과 같이 달 탐사 대원 무리에 섞여 물을 탈취하는 '산업 스파이'가 등장하는 것도 과언이 아닌 셈.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지금도 각국에서는 과학자들과 우주 탐사 대원들을 파견해 달 표면에 물 존재 여부를 연구하고 있다. NASA는 지난 2020년 10월,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천문학>에 "달 표면에서 물 분자(H2O)의 분광 신호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우주를 탐사하는 '적외선천문학 성층권 관측소'(SOFIA)가 적외선 카메라로 달을 관측한 결과 달에 있는 분화구 중 '클라비우스' 근처에 많은 양의 물이 포착됐다. NASA 측은 "달 표면에 부딪힌 운석이 물을 운반했거나 태양풍이 수소를 만들고 미네랄과 화학 반응을 일으켜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가설을 내세웠다.

'월수' 찾기는 현재진행형…자원 고갈의 역설
달에 물이 존재한다면 사람이 마실 수 있을까. '고요의 바다'에서는 월수에 적응한 인류와 이를 이겨내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을 보여준다. 극중 월수는 누군가에게는 생명수이자, 다른 한편에서는 재앙의 매개체로 작용한다. 이는 달 탐사 등 우주에 대해 인간이 가진 '환상'과 '현실'을 극명히 대비시킨다. 여전히 지구에는 상당량의 물이 존재하지만, 급격하게 빨라진 산업화 등의 영향으로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우리나라는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가 지정한 '물 스트레스' 국가다. 1인당 이용할 수자원량을 기준으로 1700m³ 미만일 경우 '물 스트레스' 국가에 해당한다. 이는 '물 부족 국가'(1000m³ 미만)와 '물 풍요 국가'의 (1700m³이상) 중간 단계로, 수자원 기근에 대해 안심할 처지는 아닌 셈이다. 국제연합(UN)도 "담수 소비량이 현재와 같이 유지되면 오는 2025년쯤에는 27억명의 인구가 심각한 물 부족 사태를 겪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월수를 차지하기 위해 속고 속이는 '고요의 바다'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콘텐츠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요의 바다는 우주 배경의 SF이지만 물 부족으로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현 시대 인류의 고민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이라며 "수자원 고갈이 현실화될 경우 각국이 대체제를 찾기 위해 살벌한 경쟁을 벌일 지도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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