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겸 DS부문장이 3일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읽고 있다.(사진=삼성전자)
▲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겸 DS부문장이 3일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읽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연말 인사로 새로운 대표가 된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이 신년사를 통해 내부적으로 쓴소리를 남겼다. 선두 사업은 쫓기고 있고 도약해야 하는 사업은 멈칫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대표는 이런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조직문화 개편도 시사했다.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은 3일 삼성전자 임직원을 대상으로 공동 명의의 2022년 신년사를 전했다.

신년사에서 두 대표이사는 "우리가 하는 사업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며 "선두 사업은 끊임없는 추격을 받고 있고, 도약해야 하는 사업은 멈칫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경직된 프로세스와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문화는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신임 대표들의 이런 목소리는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의 매출이 전반적으로 정체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적으로는 승승장구하고 있는 삼성전자이지만 주요 실적 지표들을 들여다보면 처지고 있는 사업부문이 뚜렷이 드러난다.

명확히 추격받고 있는 사업은 모바일이 꼽힌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으로 삼성전자는 총 203조393억원의 매출을 거뒀는데 이 가운데 외형상 IT·모바일(IM) 부문이 39.5%로 가장 컸다. 하지만 매출 변화로 좁혀 보면 전 사업부문 가운데 하락폭이 가장 크다.

IM부문은 2013년 138조8172억원에서 7년 뒤인 지난해 말까지 2017년과 2019년을 제외하면 매년 역성장해왔다. 그 결과 지난해 말 매출 99조5875억원으로 100조원 벽이 깨졌다. 올해 3분기에도 80조3000억원으로 3분기 기준으로 지난해(77조2471억원)보단 3조원가량 많지만 매출 100조원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진 불투명하다.

삼성전자는 올해 조직 개편과 함께 소비자 가전(CE) 부문과 IM 부문을 합쳐 DX(Device eXperience) 부문으로 만들기로 했다. IT와 모바일에서의 뚜렷한 실적 하락 원인이 그간 괴리됐던 소비자 가전, 그리고 세트가전 전체로 이어지는 소비자 경험의 빈약함 때문으로 진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쟁사인 애플과 비교했을 때 이런 문제는 더 두드러진다. 애플은 독자적 OS를 바탕으로 스마트폰과 노트북, 아이맥, 웨어러블 기기 등으로 이어지는 우수한 연속성을 자랑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수년째 ‘갤럭시 에코 시스템’을 강조했음에도 연속성에선 호평을 받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가전과 합쳐지는 DX부문에서 한 부회장은 이런 부분에 과감히 ‘메스’를 들이댈 것으로 보인다.

▲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겸 DX부문장.(사진=삼성전자)
▲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겸 DX부문장.(사진=삼성전자)

도약하지 못하는 사업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하만에서 감지된다. 반도체의 경우 메모리는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위탁생산)에선 경쟁사들의 벽에 막혀 메모리만큼의 성과를 내고 있진 못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디자인하우스와 팹리스에서 우리나라는 매출 기준으로 상위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 못하다. 파운드리에서도 삼성전자는 TSMC와 큰 격차로 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하드웨어엔 강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에선 1위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대형에선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지 오래다. 2018년부터 이재용 부회장을 필두로 13조1000억원의 투자를 단행한 QD디스플레이가 올해 본격적으로 양산되는데 성패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하만도 마찬가지다. 2017년 인수 직후 7조1026억원의 매출을 냈었는데 2019년 10조771억원을 기록한 뒤 지난해는 9조1837억원, 올해는 3분기까지 7조1867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전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는 LG전자와 비교했을 때 하만의 정체는 더욱 뚜렷해보인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부문과 CE 부문의 매출 신장에 힘입어 사상 최대 수준에 근접하는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올해 1분기부터 가격 하락이 예고됐으며, 코로나19 특수 3년차에 접어든 소비자 가전은 지금과 같은 매출 신장이 이뤄지리란 보장이 없다. 삼성전자로선 ‘도약이냐 정체냐’의 기로에 선 셈이다.

▲ 3일 삼성전자가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에서 시무식 행사를 갖고 있다.(사진=삼성전자)
▲ 3일 삼성전자가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에서 시무식 행사를 갖고 있다.(사진=삼성전자)

한편 삼성전자는 3일 오전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에서 시무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대표이사 가운데 경 사장이 참석했고 한 부회장은 CES 2022 해외 출장으로 불참했다.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전경훈 네트워크사업부장 사장 등 주요 경영진도 자리를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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