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물적분할을 결정하는 임시주주총회가 24일 남은 가운데 포스코그룹이 소액주주 표심 잡기에 나섰다. 물적분할 후 설립될 자회사 포스코를 상장할 경우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의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했다.

주주총회 결의는 보통결의가 원칙인데, 특별결의를 거칠 경우 출석한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보통결의는 과반수 이상의 동의만 받으면 되는데 반해 특별결의는 주총 문턱이 더욱 높다. 포스코그룹은 이를 통해 신설법인 포스코의 상장 가능성을 사실상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포스코그룹은 지주사 전환을 위한 물적분할로 인해 기존 주주들의 우려가 커짐에 따라 이중삼중의 '안전핀'을 마련했다. 포스코가 '쪼개기 상장'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추가 조치를 내놓음에 따라 소액주주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 신설법인 포스코의 정관 수정안.(자료=포스코)
▲ 신설법인 포스코의 정관 수정안.(자료=포스코)

포스코는 4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분할 신설회사의 정관을 일부 수정했다. 포스코 이사회는 신설법인인 포스코의 정관 9조에 '주권의 상장' 항목을 추가했다. 9조에는 "포스코가 국내외 주권시장에 상장하고자 하는 경우 단독주주인 포스코홀딩스의 주주총회 특별결의에 의한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신설법인인 포스코의 상장을 매우 어렵게 하는 내용으로 국내 기업 중에는 이러한 내용을 정관에 담은 전례가 없다. 정관에 이러한 조항이 담길 경우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가 협소해지기 때문이다.

만약 포스코그룹이 향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포스코의 상장을 추진할 경우 최대주주인 포스코홀딩스의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포스코의 최대주주는 9.75%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다. 미국 시티은행이 7.30%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5%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다. 포스코는 사실상 '주인없는 기업'이며, 유의미한 지배력을 갖고 있는 곳은 국민연금공단이다.

소액주주 비율은 74.3%(5655만주)에 달한다. 이 때문에 만약 포스코그룹이 지주사 전환 후 신설법인인 포스코의 상장을 추진하려면 주주총회 출석한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와 함께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의 수가 충족되어야 한다. 이는 상법 434조에 규정돼 있다.

예를 들어 발행주식 총수가 120주, 출석한 주주가 60주라고 가정해보자. 특별결의의 경우 출석한 주주의 3분의 2인 40주 이상이 찬성을 하고, 그것이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인 40주 이상이 되어야 주총을 통과할 수 있다. 보통결의인 경우 과반수인 30주 이상이 찬성하고,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인 30주 이상이 되면 가능하다.

특별결의의 요건이 보통결의보다 매우 높은 셈이다. 만약 포스코그룹이 수년 후 철강시황이 악화되고, 수소환원제철의 필요성이 커져 상장을 추진한다면 특별결의를 통과해야 한다. 주총 문턱을 넘기 상당히 어렵다는 관측이다.

포스코 발행주식(9648만주)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는 3212만8048주이다. 국민연금공단과 미국 시티은행 지분을 합쳐도 1486만주에 그치는 만큼 정족수를 채우기 조차 어렵다. 다만 향후 신설법인인 포스코가 정관을 개정한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는 있다.

하지만 포스코그룹은 향후 물적분할 후 상장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장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이중삼중의 '안전핀'을 마련했다. 신설법인 포스코의 정관 '제3자 배정' 또는 '일반공모' 등 상장에 필요한 요건을 넣지 않는다. 상장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정관에 이러한 내용을 반영했다.

한국상장사협의회가 발간한 '상장회사 표준정관'에 따르면 '3자 배정' 또는 '일반공모' 등의 조항을 통해 상장이 가능하도록 한 내용이 담겼다. 신설법인 포스코는 이러한 내용을 정관에 담지 않아 제3자 또는 일반공모를 통한 신주발행이 불가능하다.

▲ 한국상장사협의회가 발행한 상장회사 표준정관. '제3자' 또는 '일반공모' 등의 내용이 담겼다.(자료=한국상장사협의회) 
▲ 한국상장사협의회가 발행한 상장회사 표준정관. '제3자' 또는 '일반공모' 등의 내용이 담겼다.(자료=한국상장사협의회) 

포스코그룹은 정관에 각종 규제장치를 마련해 향후 상장을 어렵게 했다. 포스코그룹은 3년마다 그룹 경영을 지휘할 대표이사 회장을 뽑는다. 회장은 수십조원에 달하는 그룹 경영을 책임진다. 포스코그룹은 임기제의 회장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향후 경영 방침과 철강 시황에 따라 상장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그룹의 경우 탈탄소 시대 기업가치를 적절하게 반영하기 위해서는 지주사 전환이 필요하다"며 "물적분할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상장 가능성이 없다면 포스코의 기업가치가 단독주주인 포스코홀딩스에 고스란히 반영돼 오히려 기존 주주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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