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없다면

• 임기 마지막 해를 맞은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올해 경영전략으로 '리:부트'를 선언했습니다. 진 행장의 이런 전략은 '한계를 뛰어 넘은' 은행이 되기 위한 목표라는 설명입니다.

• 진 행장이 '리딩 뱅킹'으로 거듭나기 위해 세운 올해의 경영 목표는 은행의 ESG 전략과 맞닿아 실질적 성과를 내는 실행 방안으로 보입니다. 진 행장이 약속한 '미래'는 올 한해동안 어떻게 그려질까요?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올해가 임기 마지막 해입니다. 지난 2020년 연임한 진 행장의 임기는 2년으로, 올해 12월에 끝납니다. 신한은행장으로 마지막 해를 보낼 수도 있는 진 행장에게 2022년은 의미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진 행장은 올해 다시 시동을 걸기로 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고객 중심으로 온·오프라인 채널의 서비스를, 내부적으로는 조직 체계와 문화를 확 바꾸겠다는 계획입니다.

새해 첫 날, 진 행장은 올해 경영 전략에 대해 '고객중심 RE:Boot! 한계를 뛰어넘는 Banking!'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이를 위한 실행 방안은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밝힌 신한금융의 핵심가치인 ‘바르게, 빠르게, 다르게’에 맞춰 진행한다는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세 가지 큰 틀 안에서 진행되는데요.

△새로운 플랫폼 개발 △은행ESG를 통한 사회적 금융 △애자일 조직체계 시행 등입니다. 이 계획 모두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리:부트(RE:Boot)'입니다. 지난해에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신한은행의 모바일 앱 등을 포함한 디지털 플랫폼은 그 어느때보다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요. 올해는 개인뱅킹 앱과 종합 기업금융 플랫폼 개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신한은행이 최근까지 진행한 은행 앱의 혁신은 반려동물 생활 플랫폼 '쏠 펫(Sol Pet)', 음식 주문 중개앱 '땡겨요'까지 이어졌는데요. 모두 은행의 금융거래와는 거리가 먼 라이프스타일 분야의 플랫폼입니다. 이런 플랫폼은 은행의 '트래픽'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어 진 행장의 올해 전략은 정통 금융 플랫폼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 진옥동 신한은행장 (사진=신한은행)
▲ 진옥동 신한은행장 (사진=신한은행)

진 행장의 올해 플랫폼 전략은 사이먼 시넥의 저서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진 행장은 4일 열린 신한은행 임원·본부장 워크숍에서 플랫폼의 변화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 저서를 언급했습니다.

이날 워크숍에서 진 행장은 '나는 왜 이일을 하는가'에 나오는 '골든서클'을 예로 들면서 직원들에게 열의와 성취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소통의 방법으로 왓(WHAT)은 실천의 결과물, 하우(HOW)는 실천방법, 와이(WHY)는 미션, 일의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플랫폼을 통해 가맹점, 소비자, 라이더 모두 이익을 얻고 싶어 하는 것이 바로 고객의 와이(WHY)”라면서 “고객의 와이에서 시작해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프로토콜 경제 생태계로 ‘땡겨요’를 구축한 것처럼 앞으로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와이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죠.

▲ 신한은행의 디지털 혁신전략. (자료=신한은행 2020-2021 ESG 보고서)
▲ 신한은행의 디지털 혁신전략. (자료=신한은행 2020-2021 ESG 보고서)

플랫폼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한 진 행장의 이런 계획들은 은행의 ESG 전략과도 맞닿아 있는데요.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0-2021 ESG 보고서'를 보면 신한은행이 2020~2021년 펼친 ESG 활동 성과의 대부분은 '디지털 금융 혁신'을 통한 결과물이었고 그린 파이낸싱(녹색금융)이나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결과물은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인지 진 행장의 올해 경영전략에 사회적 금융 지원이 포함된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는 신한은행이 금융 소외계층이나 코로나19 위기 속 중소상공인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이를 통한 '숫자 데이터'를 쌓을 수 있는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기후변화 대응 강화를 위해 지난 2020년 10월 참여를 선언한 과학적 기반 감축 목표 설정 (SBTi, Science Based Target initiative) 추진도 지난해 12월 SBTi에 제출한 목표를 검증 중이어서 올해 중 SBTi의 공식 인정과 공시를 이끌어낼 전망입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까지 준비된 실제 실행 계획을 보면 신한은행의 ESG 전략 키워드 'F.I.N.E.' 중 I에 해당합니다. I는 영향(Influence)의 알파벳 스펠링 첫 자를 딴 것입니다. I 실행 계획은 △N.E.O 대출·투자 강화 △Open API 등 기술 역량 개발 & 활용 △따뜻한 금융의 사회적 확산 강화 등입니다.

이 중 '따뜻한 금융의 사회적 확산' 분야에서는 지난해 출시한 신한 ESG 우수 상생지원 대출과 중소상공인 지원 플랫폼인 '신한 퀵 정산 대출'에 대한 성과 확대가 올해 더욱 속도를 낼 전망입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ESG 우수 상생지원대출 실적은 310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진 행장은 "금융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머신러닝 기반의 정밀한 신용평가 시스템 구축, 누구나 동등하게 소중한 나의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머니버스’ 플랫폼 강화에 나서겠다"고 말했습니다.

▲ (자료=신한은행 2020-2021 ESG 보고서)
▲ (자료=신한은행 2020-2021 ESG 보고서)

기술금융을 비롯한 디지털 뉴딜, 그린뉴딜 확대를 통해 친환경 ESG 대출 및 투자를 강화하는 한편, 대출·투자 등 자금을 공급한 고객에게서 발생된 자산 포트폴리오 탄소배출량을 활용한 관리체계를 구축해 ESG 통합 리스크를 관리하기로 했습니다. 신한은행의 금융 배출량(Scope 3) 공식은 은행의 자금이 공급된 기업의 '전체 탄소배출량 X 신한은행 포트폴리오 비중'입니다. 신한은행의 포트폴리오 비중은 탄소배출업체의 자산을 탄소배출업체의 신한은행 익스포저로 나눠 산출합니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신한은행의 '애자일(Agile) 조직체계'도 진 행장이 강조한 '리부트 전략' 중 하나인데요. 애자일 조직체계는 부서간 경계를 허물고 소규모 팀을 구성해 대응하는 조직체계 구성 방식 중 하나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어 조직의 유연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게 큰 특징입니다.

진 행장의 애자일 조직은 최근 조직개편으로 구축한 6개 핵심 ‘트라이브(Tribe)’ 중 4개 ‘트라이브’에 본부장을 배치하면서 탄력을 받았습니다. 특히 디지털 혁신을 위해 큰 규모의 디지털혁신단을 △데이터기획Unit  △데이터사이언스Unit  △혁신서비스Unit  △데이터플랫폼Unit 등 4개 소규모 조직으로 다시 세분화 했습니다.

생각해 볼 문제

• 진 행장은 최근 공개한 ESG 보고서에서 "신한은행은 눈에 보이는 '착한 활동'에 머물지 않고, '함께 성장하는 미래'를 위해 단단한 토대가 될 것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습니다.

• 진 행장의 이 같은 약속은 '그린워싱'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입니다. 진 행장의 약속이 지키고 있는지는 올해 반기 실적보고에서 '중간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