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거리두기·재택근무·비대면 수업은 일상이 됐다. 팬데믹 3년째인 2022년에 접어들며 주목받는 기업과 기술도 과거와 달라지는 양상이다. <블로터>는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기업 오픈서베이에 설문조사를 의뢰해 '2022년 우리의 일상을 바꿀 기업·기술·기기는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소비자들의 생각을 들었다. <편집자주>

소비자들은 5G가 일상을 바꿔줄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에 대해 여전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2022년 우리 일상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되는 기술 혹은 기기'를 묻는 질문에서 5G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함께 각각 23.7%의 선택률로 공동 10위에 올랐다. 지난해 같은 내용의 설문조사에서 5G는 8위(32.8%)를 기록했다. 선택률과 순위 모두 하락했지만 여전히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5G는 품질과 요금 측면에서 국내 소비자들의 비판의 대상이 됐지만 전국망 구축이 완료되고 서비스가 안정화에 접어든다면 획기적인 서비스가 나올 수 있는 기반 역할을 해줄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자들은 직접 5G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는 적어 실망했지만 미디어를 통해 로봇·스마트팩토리·자율주행 등에서 5G가 기반 기술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2019년 4월3일 전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 성공했다. 미국과의 경쟁 끝에 전세계 최초 타이틀을 가져왔다.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5G의 다운로드 속도가 LTE보다 최대 20배 빠른 20Gbps를 낼 수 있으며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20Gbps라는 속도는 통신망과 기기 등이 최적화된 환경에서 나올 수 있는 최대 속도였고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5G 스마트폰으로 느낄 수 있는 속도는 1Gbps가 되지 않았다.

과기정통부의 '2021년 통신서비스 커버리지 점검 및 품질평가' 결과에 따르면 5G 다운로드 전송속도는 3사 평균 801.48Mbps를 기록했다. 2020년에 비해 16.1%(111.01Mbps) 향상됐지만 여전히 1Gbps에도 미치지 못했다. 5G 업로드 속도는 평균 83.01Mbps로 전년(63.32Mbps) 대비 31.1%(19.69Mbps) 빨라졌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의 기대감에는 미치지 못한 결과다. 통신사들의 5G 요금제 가격도 소비자들의 불만 원인이다. 5G 스마트폰을 구매해도 5G 신호가 제대로 잡히지 않아 LTE망을 쓰는 경우가 있는데 요금은 LTE보다 더 비싸기 때문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통신사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기도 했다.

▲ SKT가 투자와 퍼블리싱을 맡고 액션게임 제작사 '액션스퀘어'가 개발한 슈팅 게임 '앤빌'. SKT의 5GX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게임패스 얼티밋' 이용자는앤빌을 비롯해 200개 이상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사진=SKT)
▲ SKT가 투자와 퍼블리싱을 맡고 액션게임 제작사 '액션스퀘어'가 개발한 슈팅 게임 '앤빌'. SKT의 5GX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게임패스 얼티밋' 이용자는앤빌을 비롯해 200개 이상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사진=SKT)

SKT·KT·LGU+, '안정적 5G망·킬러 콘텐츠·적정 가격' 해결해야 
소비자들이 5G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은 확인이 된 가운데 SKT·KT·LG유플러스의 과제는 △안정적 5G망 운영 △킬러 콘텐츠 △적정 가격 책정 등으로 요약된다. 소비자들은 대부분의 일상에서 끊기지 않는 LTE망에 익숙해져있다. 하지만 5G는 LTE만큼의 안정성과 가능한 서비스 지역은 확보되지 않았다.

통신사들은 3.5기가헤르츠(㎓) 대역의 주파수를 활용해 5G 전국망을 구축하며 커버리지(도달거리)를 늘리고 있다. 옥외의 경우 지난해 10월 기준 통신사들이 공개하는 85개 시 5G 커버리지 지역의 면적은 3사 평균 1만9044.04㎢로, 2020년 하반기(5409.30㎢) 대비 3.5배로 확대됐다. 주요 시설 내부(인빌딩)의 경우 85개 시의 주요 다중이용시설 약 4500개 중 5G를 이용할 수 있는 시설 수는 3사 평균 4420개(98%)로 나타났다. 전년(2792개) 대비 58.3% 증가했다. 통신사들은 LTE와 5G망을 함께 사용하는 NSA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5G망이 도달하지 못하는 곳에서는 LTE망으로 대체하는 방식이다. 5G망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SA 방식의 적용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KT가 지난해 7월 먼저 SA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아직 이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이 부족하다. 현재까지 삼성전자의 갤럭시 S 20 시리즈와 갤럭시노트20 시리즈 정도다. SKT와 LG유플러스는 배터리 사용량이나 지연시간 개선 등의 효과가 기존의 NSA 방식에 비해 얼마나 큰지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5G만의 킬러 콘텐츠의 부재도 통신사들의 고민거리다. 일반 소비자가 5G를 체감하려면 킬러 콘텐츠가 필요한데 아직 B2C(기업·소비자간거래)용 킬러 콘텐츠는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은 다양한 콘텐츠 제작사들과 협업하며 아이돌·프로야구·게임 등의 콘텐츠를 마련했지만 소비자들의 큰 호응은 이끌어내지 못했다. 킬러 콘텐츠에 따른 적절한 이용요금도 필수적이다. 5G 서비스 확대를 위해 일반 소비자들도 부담없는 가격이 책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신민수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일반 소비자들이 5G 서비스를 체감할 수 있도록 체험관을 늘리면 좋겠지만 면적이나 게임 등급 등의 제한이 있다보니 가장 대중적인 스마트폰이나 TV를 통해 즐길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며 "이에 따른 적합한 비용을 추산해내는 것도 통신사들의 과제"라고 말했다.

▲ 조경식 과기정통부 2차관(왼쪽)이 서울 2호선 지하철 객차 내에서 통신사 관계자로부터 5G 28㎓를 활용한 와이파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과기정통부)
▲ 조경식 과기정통부 2차관(왼쪽)이 서울 2호선 지하철 객차 내에서 통신사 관계자로부터 5G 28㎓를 활용한 와이파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과기정통부)

과기정통부와 통신사들은 5G 28㎓ 주파수 대역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고심 끝에 등장한 것이 지하철 와이파이의 백홀 용도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백홀은 상위 기간망과 하위망을 연결해 와이파이 속도를 높이는 전송망을 말한다. 기존에는 LTE망을 활용해 와이파이 신호를 내고 있지만 LTE 대신 5G 28㎓ 대역의 주파수를 활용해 지하철의 와이파이 속도를 끌어올려 소비자들이 개선된 인터넷 속도를 체감하도록 하는 것이다. 과기정통부와 통신사들은 지난해 9월부터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신설동역 5.4km 구간의 20개 객차를 대상으로 28㎓ 활용 와이파이 실증을 시행했다. 올해말까지 서울 지하철 본선(2, 5, 6, 7, 8호선)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설문조사의 기업 부문에서 SKT·KT·LG유플러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감은 지난해보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일상을 획기적으로 바꿀 기업'을 묻는 질문에서 SKT는 지난해 9위에 올랐지만 올해는 20위로 밀렸다. 같은 기간 KT는 13위에서 24위로, LG유플러스는 22위에서 25위로 각각 뒷걸음질쳤다. 통신사들이 일반 소비자들에게 기업의 비전을 심어주기 위해 특히 5G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여야 할 이유다.

5G 특화망(이음 5G)도 5G 28㎓ 주파수 대역의 활용처로 꼽힌다. 5G 특화망은 5G 융합서비스를 희망하는 사업자가 직접 5G를 구축할 수 있도록 토지나 건물 등 특정구역 단위로 5G 주파수를 활용하는 통신망을 말한다. 28㎓는 직진성이 강해 넓은 지역에 활용하기엔 어렵지만 특정 지역에 적용해 보다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5G 특화망은 통신사가 아닌 일반 기업도 필요에 따라 5G망을 구축해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일반 기업도 B2B(기업간거래) 시장에서 28㎓의 확대에 나설 수 있는 셈이다. 첫 테이프는 네이버가 끊었다. 네이버의 자회사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해 12월 5G 특화망 사용을 위한 주파수를 할당받고 기간통신사업 등록을 완료했다. 네이버클라우드와 네이버는 성남시 분당구의 네이버 사옥 옆에 구축 중인 제2사옥에 5G 특화망을 적용해 브레인리스 로봇을 선보일 계획이다. 5G 특화망에는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어 B2B 시장에서 28㎓ 주파수 대역의 활용처가 확대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블로터>와 오픈서베이는 이번 설문조사에서 기업 부문은 블로터가 선정한 정보통신기술(ICT)·바이오 관련 국내·외 108개 기업 중 2022년 우리 일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되는 기업을 선택하도록 했다. 기술·기기 부문은 블로터가 선정한 47개 중 일상을 바꿀 것으로 생각되는 것을 선택하도록 했다. 기업과 기술·기기를 선택하는 데 개수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응답자가 아는 기업·기술·기기가 없거나 일상을 바꿀만한 기업·기술·기기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없음' 항목을 선택하도록 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오픈서베이의 20~50대 남녀 4318명 중 1000명이 응답했다. 응답률은 23.2%다. 10세 단위의 각 연령대별로 균등하게 250명의 패널이 응답하도록 했다. 표본오차는 ±3.10% 포인트(95% 신뢰수준)다. 이번 설문에 대한 자세한 결과는 [☞오픈서베이 결과 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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