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전국망 주파수(3.5GHz) 20MHz 추가 할당을 앞두고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KT가 첨예한 입장차이를 보였다. LG유플러스는 대국민 편익 개선 및 공정 경쟁 차원에서의 주파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SKT·KT는 구조적으로 LG유플러스만을 위한 특혜 경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해당사자 간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주파수 할당 주체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가격 및 할당 방식 결정을 두고 고심이 깊어지게 됐다.

과기정통부는 4일 SKT·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와 통신 전문가 3인, 소비자단체 1인을 초빙해 '5G 주파수 할당계획(안) 공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3일 과기정통부가 2018년 5G 주파수 경매에서 보류한 20MHz폭에 대한 추가 할당을 결정한 뒤,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해 주파수 가격 및 할당 방식 등을 공개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 4일 열린 주파수 할당계획 공개 토론회에는 정부, 업계, 학계, 소비자단체 등에서 8명의 패널이 모여 의견을 나눴다 (사진=행사 영상 갈무리) 
▲ 4일 열린 주파수 할당계획 공개 토론회에는 정부, 업계, 학계, 소비자단체 등에서 8명의 패널이 모여 의견을 나눴다 (사진=행사 영상 갈무리) 

주파수 추가 할당은 소비자를 위한 것?
지난해 여름 과기정통부에 5G 주파수 추가 할당을 신청한 LG유플러스는 △이통사 간 대등한 네트워크 품질 경쟁 △이용자 선택권 확대 △통신업계 서비스 경쟁 촉진을 핵심 이유로 내세웠다.

김인호 LG유플러스 공정경쟁담당 상무는 "현재 국내 이동전화 시장은 가입자가 사업자를 변경하는 비율이 매우 높은 만큼 이통사 간 네트워크 품질이 대등해야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지고, 사업자는 서비스와 요금 경쟁을 더 치열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주파수 적시 공급은 전파법이 명시한 대로 주파수 이용 효율을 높이고, 이용자 편익 증진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5G 주파수 추가 할당은 소비자와 시장 모두에 대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주장이다.

앞서 2018년 5G 주파수 경매에서 SKT와 KT는 각 100MHz 대역폭을, LG유플러스는 80MHz 대역폭을 낙찰받았다. 이번에 추가 할당이 결정된 대역은 LG유플러스가 차지한 A 블록과 인접해 있어 할당 시 LG유플러스는 추가 투자 없이 곧바로 넓어진 대역폭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반면 SKT와 KT는 주파수 집성 기술(CA)를 통해 해당 대역의 활용은 가능하나, 이를 위해 전국에 기지국을 추가 증설해야 한다는 한계가 따른다.

▲ 사진=행사 갈무리
▲ 사진=행사 갈무리

주파수 추가할당 요청은 LG유플러스의 꼼수?
이 때문에 경쟁사인 SKT와 KT는 전에 없이 강하게 반발했다. 주파수는 이동통신 산업 특성상 서비스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자원으로서, 3사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에서 추가 할당이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주파수 추가 할당이 사실상 LG유플러스 단독입찰, 무혈입성이나 다르지 않을 것이란 점에 대해서도 생각을 같이했다.

이상헌 SKT 정책혁신실장은 "역대 주파수 경매 역사상 이통 3사가 주파수 양을 동일하게 맞춘 경우가 없고, 사업자마다 각사 전략에 따라 주파수 대역을 가져갔다"며 "LG유플러스는 5G 주파수 1차 경매 당시 주파수 간섭으로 확장이 불가능한 대역(A블록)을 받는 조건으로 (위치 가격) 351억원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추후 더 큰 확장성을 노려볼 수 있는 C블록에 대해 SKT는 당시 2505억원의 위치 가격을 지불했다. 반면 확장성이 없는 B블록을 가져간 KT는 위치 비용이 들지 않았다. SKT의 주장은 이미 경매 당시 상황을 고려한 주파수 블록별 가격 지불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김광동 KT 정책협력담당은 "LG유플러스가 추가 투자도 없이 수도권 지역에서 KT와 속도 격차를 내려고 한다"며 비판했다. 이동통신 속도는 대개 '주파수 대역폭X기지국 성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현재 수도권에서 100MHz를 보유한 KT와 80MHz를 보유한 LG유플러스는 유사한 수준의 5G 속도를 구현하고 있는데, LG유플러스에 유리한 할당이 이뤄질 경우 오히려 공정 경쟁 구도가 근본적으로 훼손된다는 주장이다.

또 "2013년 KT에 인접했던 LTE용 1.8GHz 주파수 경매 당시 LG유플러스가 지금과 정반대 논리로 특혜 논란을 제기했다"고 꼬집었다. 1.8GHz 인접 대역에 대한 KT 할당이 논의된 시기 LG유플러스는 "속도 경쟁력은 영업에 가장 중요, 정부 주파수 할당으로 속도 격차가 발생한다", "특정 사업자만 혜택을 받는 건 금지돼야 할 사항" 등의 주장을 폈는데, 이는 지금 SKT와 KT가 5G 주파수 추가 할당을 비판하는 것과 동일한 논리를 포함하고 있다.

▲ 사진=행사 갈무리
▲ 사진=행사 갈무리

주파수 가치 산정에 대한 새로운 기준 만들어야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업계 전문가들과 소비자 대표는 보다 중립적인 시각에서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오병철 연세대 교수는 "이번 문제는 제로 베이스 경매가 아닌 추가 할당 상황인 만큼, 어떤 전파 자원이 특정 사업자에 인접해 3사가 느끼는 주파수 효용 가치가 달라진다면 전통의 경매 방식을 통한 할당은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진 않았지만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해 새로운 가치 산정 공식 및 할당 방식의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용희 숭실대 교수도 "경매가가 적당한지는 물론이고, SKT와 KT의 경매 입찰조차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에 기존의 오름입찰식으론 적정한 가치 산출이 어렵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추가 할당 주파수에 대한 최저경쟁가격을 '과거 경매 대가+시장 불확실성 해소 및 주파수 활용도 증가에 따른 가치 상승요인(+a)'을 더한 가격으로 책정할 계획이다. 다만 '주파수 가치 상승요인'에 대한 해석이 주관적인 만큼 업계의 의견 수렴과 시장 분석을 거쳐 추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김인호 LG유플러스 상무는 "이번 할당과 유사한 과거 사례에서 인접대역 경매 시 낙찰가 외에 추가적인 대가를 부과한 사례가 없다는 점을 고려해달라"며 가치 상승요인 계산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길 희망했다. 또 "2018년 경매 당시 지불한 주파수 위치 가격을 통해 이미 가치 상승 요인을 지불했다고 볼 수 있고, 과도한 할당 대가는 사업자의 투자 여력과 추후 신규할당 대가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과대평가돼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 사진=행사 갈무리
▲ 사진=행사 갈무리

주파수 할당의 본질적 의미 기억해달라
각사의 이해관계를 고려한 업계, 학계 의견과 달리 윤명 소비자 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주파수 할당의 의미부터 되새길 것을 권고했다.

윤 사무총장은 "전파의 특성이나 각사의 경쟁 상황은 잘 모르지만 주파수 할당은 애초에 사업자의 영업이익을 보전하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며 "이번에 어떤 방식의 추가 할당이 이뤄지든 낙찰된 20MHz폭이 대국민 서비스 품질 개선 측면에서 어떻게 쓰일지에 더 주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승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본부장도 "본질적으로 전파 자원의 이용효율 촉진도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 문제"라며 "이번 20MHz 추가 할당도 최소한 이 주파수가 낭비되지 않고 효율적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일정 수준 이상의 망 구축 의무가 더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LG유플러스가 "공공재로서 주파수 할당의 대전제는 사업자 이익 보전이 아닌, 국민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라 주장하는 대목과 맞닿는 부분이다. LG유플러스는 토론회 후 추가자료 배포를 통해 "5G 상용화 후 품질 논란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추가 할당이 소비자 편익 증진과 확실히 연결된다면 통신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해 20㎒ 할당은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박태완 과기정통부 주파수정책과장은 "추가 주파수 할당이 국민들에게 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아직 할당 대가와 관련해선 이통 3사 모두 불만이 많은 상황"이라며 "어떤 사업자가 이번 주파수를 할당 받더라도 가치상승요인에 대한 적절한 대가는 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이달 내에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주파수 추가 할당 계획을 확정하고, 2월 중 계획을 공고한 뒤 경매 신청과 접수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다만, 이날 토론회에서 더 많은 토의와 기업별 대응 준비 기간을 고려해 경매 시기를 미루자는 의견도 제기된 만큼, 일정에는 다소간 변동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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