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모두 자사 플랫폼에 대체 불가능한 토큰, 일명 NFT(Non-Fungible Token)를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두 회사 모두 NFT 관련 사업을 직간접적으로 펼쳐왔지만 자사 디바이스에 들어가는 플랫폼을 만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NFT 경제가 활성화되는 모습이다.

▲ (사진=flickr.com/Marco Verch Professional)
▲ (사진=flickr.com/Marco Verch Professional)

삼성전자는 4일 NFT 콘텐츠를 구매하고 감상할 수 있는 NFT 플랫폼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2022) 최고 혁신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자사 프리미엄 TV군에 속하는 마이크로 LED, 네오 QLED, 더 프레임에 NFT 플랫폼을 탑재한다. 그간 게임과 영화 감상,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통해 영상을 시청하던 ‘스마트 허브’에 이 플랫폼이 탑재될 것으로 보이며 이를 통해 삼성전자 TV 사용자가 집에서 디지털 아트를 구매하거나 볼 수 있게 된다.

LG전자 또한 4일 HE(Home Entertainment)사업본부 간담회에서 자사 TV에 NFT를 탑재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박형준 HE사업본부장은 이날 “저희(LG전자)가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며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가 아트에 최적화됐다고 지난 몇 년간 마케팅했다”라며 “아티스트와 관계도 많이 있고, 그래서 저희가 NFT도 탑재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두 회사 모두 NFT를 바라보는 시각은 비슷해보인다. TV의 화질이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아졌고, 또 디지털화된 작품의 저작권과 소유권 개념이 활발히 퍼지고 있는 만큼 TV로도 디지털화된 예술작품을 팔아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수익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 삼성전자는 자사 TV에서 OTT 등의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스마트 허브'에 NFT 플랫폼을 탑재한다고 밝혔다.(사진=삼성전자)
▲ 삼성전자는 자사 TV에서 OTT 등의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스마트 허브'에 NFT 플랫폼을 탑재한다고 밝혔다.(사진=삼성전자)

NFT는 오늘날 인터넷 공간에서 ‘등기부등본’으로 쉽게 비유된다. 디지털 자산은 지금껏 그 권리를 인정받기 쉽지 않았는데 NFT로 소유나 거래의 개념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음원이나 그림과 같은 예술작품, 게임 속 아이템은 물론 디지털화된 모든 것이 NFT를 통해 거래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그간 NFT와 관련된 비즈니스를 직간접적으로 벌여왔다. 삼성전자는 주로 벤처캐피탈 자회사 삼성넥스트를 통한 지분투자를 하고 있다. 오늘날 NFT의 효시인 대퍼랩스(Dapper Labs)에 2018년 투자한 게 대표적이고 최근엔 슈퍼레어(SuperRare), DSRV LABS, 애니모카, 니프티스(Nifty's), 페이즈(Faze), 오프(OFF) 등 NFT 관련 스타트업 지분도 샀다.

NFT 관련 행사도 펼치고 있다. 자사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Z 폴드3·플립3’ 출시 때는 구매자에게 국내 작가들의 NFT 작품을 무료로 배포했고 지난 12월엔 NFT 갤러리 행사에 파트너사로 참가해 자사 TV로 디지털 작품 50여 점을 선보이기도 했다.

LG전자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 ‘그라운드X’가 만든 클레이튼(Klaytn) 생태계에 속하며 NFT와 간접적으로 이어졌다. 또 지난해에는 미국법인을 통해 블랙도브(Blackdove)와 손잡고 자사 프리미엄 가정용 사이니지 디스플레이에 NFT 아트 컬렉션을 추가하는 한편 NFT 기반 예술작품 전시회 더 게이트웨이(The Gateway)에서 LG 시그니처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 LG전자가 지난해 12월 열린 NFT 기반 예술작품 전시회 '더 게이트웨이'에서 LG 시그니처 올레드 R을 통해 예술작품을 띄운 모습.(사진=LG전자)
▲ LG전자가 지난해 12월 열린 NFT 기반 예술작품 전시회 '더 게이트웨이'에서 LG 시그니처 올레드 R을 통해 예술작품을 띄운 모습.(사진=LG전자)

NFT 경제는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 데이터 플랫폼 댑레이더(DappLader)에 따르면 NFT 거래액은 지난해 230억 달러(약 27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2020년 9500만 달러(1100억원) 대비 약 242배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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