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거리두기·재택근무·비대면 수업은 일상이 됐다. 팬데믹 3년째인 2022년에 접어들며 주목받는 기업과 기술도 과거와 달라지는 양상이다. <블로터>는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기업 오픈서베이에 설문조사를 의뢰해 '2022년 우리의 일상을 바꿀 기업·기술·기기는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소비자들의 생각을 들었다. <편집자주>
▲ (사진=픽사베이)
▲ (사진=픽사베이)

"IT(Information Technology, 정보기술)를 이긴 BT(Biotechnology, 생명공학기술)."

이번 테크체인저 설문조사는 테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바이오' 분야까지 넓어졌다는 것을 역력히 보여준다. 미국의 제약사인 화이자, 모더나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도와 기대의 정도가 굴지의 테크기업을 상회할 정도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알고 있는 기업을 모두 선택해달라'는 질의에서 화이자는 87.3%로 2003년 창립된 중고나라와 함께 공동 4위를 차지했다. 특히 모더나(81.4%)의 경우 녹십자그룹(68.2%)을 10%포인트(p) 넘는 수치로 제친 점이 눈에 띈다. 같은 제약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코로나19에 대한 솔루션을 갖고 있단 점이 이 같은 차이를 낳은 것으로 분석된다. 녹십자는 코로나19 혈장치료제의 개발을 중단했다.

'2022년에 우리의 일상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되는 기업'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화이자는 선택률 31.0%를 차지해 구글(30.8%), LG전자(27.2%), 네이버(26.3%)를 앞섰다. 현재 국내 소비자들은 미국의 4대 테크기업(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아마존) 중 하나인 구글보다 화이자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뜻이다. 모더나도 23.4%로 국내 주요 핀테크 기업인 카카오페이(23.0%)를 뛰어넘었다.

구체적으로 이 질문에 대한 응답자 특성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도출된다. 화이자를 선택한 응답자의 연령층은 △20대 26.2% △30대 30.6% △40대 30.8% △50대 36.1%이며 모더나의 경우 △20대 18.5% △30대 22.6% △40대 26.0% △50대 26.5%로 나타났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순증하는 추이를 보인 것이다. 응답자를 성별 기준으로 살펴보면 화이자는 여자 32.4%·남자 29.5%인 반면 모더나는 남자 24.1%·여자 22.7%로 집계됐다.

▲ '2022년에 우리의 일상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되는 기업'을 묻는 질의에 상위 10위권을 차지한 기업들(사진=오픈서베이 자료 재가공)
▲ '2022년에 우리의 일상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되는 기업'을 묻는 질의에 상위 10위권을 차지한 기업들(사진=오픈서베이 자료 재가공)

올해 화이자와 모더나가 새롭게 조사 대상에 포함됐지만 바로 상위권에 오른 것은 코로나19에 대해 많은 소비자들이 인식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단지 개발된 백신을 접종했다고 해서 코로나19에 대한 위험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일상을 되찾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염원이 바이오테크 기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반영됐다고도 볼 수 있다.

코로나19의 특성은 돌연변이 가능성이 높은 RNA(리보핵산) 바이러스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염기 서열을 업데이트하는 방식으로 변이 대응이 수월한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이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왕관처럼 생긴 스파이크로 표면이 구성됐다. 인체에 투여된 mRNA 백신은 스파이크 단백질(항원)의 모양에 맞춰 항체를 만들어준다. 여기서 mRNA는 인체세포에 스파이크 단백질을 복사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설계도이자 전령의 역할을 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mRNA 백신을 상용화한 기업은 화이자와 모더나 두 곳뿐이다. 코로나19는 알파, 델타에 이어 오미크론까지 변이가 심화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달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라고 선언했다. CDC의 자문기구인 접종자문위원회(ACIP)는 지난달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얀센 백신보다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권장한다는 내용의 권고 수정안을 의결했다. 다양한 발표 속에서 mRNA 백신이 주목받는 것은 주된 흐름으로 나타난다.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국내 주요 인터넷 플랫폼처럼, 화이자와 모더나는 독점력 있는 'mRNA 플랫폼'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두 기업만이 mRNA 상용화에 성공한 건 백신 개발에 중요한 특허 사용권을 가지고 있어서다. 백신을 감싸는 지질나노입자(LNP), mRNA 내부를 설계하는 메틸수도유리딘에 대한 특허다. 이 같은 기존 특허와 충돌하지 않고 자체 특허를 통해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이 나오지 않는 이상 화이자, 모더나의 높은 영향력은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 시급한 건 오미크론 변이에 효과적인 백신을 만드는 것이다. 미국 마운트시나이 아이칸의대 미생물학과, 분자세포의학·병리학과, 감염병부, 보건·응급병리학연구소와 시애틀 워싱턴대 의대 소아과학과, 시애틀아동병원연구소 공동연구팀은 코로나19 감염 병력이 있는 사람도 백신을 접종하지 않으면 오미크론 예방효과가 낮고, 또 현재의 백신은 오미크론을 완벽하게 차단하기 어렵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해 12월 31일자 과학저널 '네이처'에 게재됐다.

화이자나 모더나는 오미크론 변이에 특화한 개량 백신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화이자는 오미크론 변이용 백신을 개발하는 데 100일 가량, 모더나는 새 백신의 임상시험 착수까지 최대 90일이 걸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학계 일각에선 코로나19가 변이 과정에서 전염성은 높지만 치명률은 낮아지면서 감기나 독감처럼 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는다. 아직까지는 희망사항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오미크론 변이는 델타 변이 대비 전파 속도가 2~3배까지 빠르고 중증화율·치명률이 30~50% 수준이라는 자료가 나오고 있다"며 "이전보다 감염 규모는 2∼3배 커지는데 치명률이 절반으로 떨어진다고 해도 사망자는 더 나온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염성을 낮추기 위해선 범국가적인 방역 전략과 함께 국민의 접종률이 더 높아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백신 접종 그 자체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거듭된 변이에 따른 추가 접종은 정부의 독려 메시지가 아니라 백신 접종에 따른 위험성 우려를 낮추는 노력이 선결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백신 개발사인 화이자와 모더나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편 국내 바이오기업들도 이번 테크체인저 설문조사에서 눈에 띄는 저력을 보여줬다. '우리의 일상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되는 기업' 질문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2위(22.6%), 셀트리온이 14위(21.7%), SK바이오사이언스(21.0%) 16위로 나타났다. 5명 중 1명은 'K-제약·바이오'의 가능성을 믿고 있단 뜻이다. 셀트리온의 코로나19 항체치료제인 '렉키로나'는 유럽 시장을 뚫었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는 위탁생산개발(CDMO) 사업의 글로벌화에 탄력이 붙고 있다.

<블로터>와 오픈서베이는 이번 설문조사에서 기업 부문은 블로터가 선정한 정보통신기술(ICT)·바이오 관련 국내·외 108개 기업 중 2022년 우리 일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되는 기업을 선택하도록 했다. 기술·기기 부문은 블로터가 선정한 47개 중 일상을 바꿀 것으로 생각되는 것을 선택하도록 했다. 기업과 기술·기기를 선택하는 데 개수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응답자가 아는 기업·기술·기기가 없거나 일상을 바꿀만한 기업·기술·기기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없음' 항목을 선택하도록 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오픈서베이의 20~50대 남녀 4318명 중 1000명이 응답했다. 응답률은 23.2%다. 10세 단위의 각 연령대별로 균등하게 250명의 패널이 응답하도록 했다. 표본오차는 ±3.10% 포인트(95% 신뢰수준)다. 이번 설문에 대한 자세한 결과는 [☞오픈서베이 결과 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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