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우리가 생각해야할 건 자연 생태계와의 균형이다”.

얼핏 들으면 환경 단체에서 할 법한 발언이지만, 주인공은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이다. 한 부회장은 4일(현지시간) 베네시안 팔라조 볼룸에서 CES 기조연설을 진행하며 ‘환경, 지속 가능성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직접 탄소배출량(Scope 1) 증가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리스크를 고려한 발언으로 보인다.

한 부회장은 기조연설 시작부터 ‘환경’을 강조했다. 한 부회장은 “기술에 대한 기대가 바뀌어왔다. 눈부신 제품만을 원하는 게 아니라 더 건강한 지구를 원한다. 삼성은 새로운 현실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경 보호, 지속 가능성을 위한 삼성전자의 노력을 덧붙였다. 한 부회장은 “제품 전반에 재활용 소재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라면서 “TV 등 디스플레이 제품의 경우 올해 전년 대비 30배 더 많은 재활용 소재를 활용하려고 한다. 3년 내에는 모든 가전과 모바일 제품에 재활용 소재를 확대 적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삼성전자 TV 관련 포장 상자. (사진=블로터) 
▲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삼성전자 TV 관련 포장 상자. (사진=블로터) 

포장 단계에서도 재활용 소재 활용을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한 부회장은 “지난해 사용된 모든 TV 포장 상자에는 재활용 소재가 포함됐다”고 설명한 뒤 “앞으로는 박스 내 포장재에도 재활용 소재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 부회장은 이런 노력들이 탄소 배출 감축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부회장은 이날 “탄소 배출량이 줄었다고 (관련 기관으로부터)인정 받았다”고 밝혔지만 삼성전자가 탄소 정보공개프로젝트(CDP)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직접 탄소배출량(Scope 1)은 늘고 있는 상태다. 탄소 배출은 성격과 범위에 따라 Scope 1~3까지 3단계로 구분된다. Scope 1은 사업장에서 직접 배출되는 탄소를 의미한다.

지난해 제출된 CDP 삼성전자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2020년 Scope 1은 572만6300톤으로 전년 506만7000톤과 비교해 약 66만톤 증가했다. 2년 전(485만5000톤)과 비교하면 약 87만톤 늘어난 수치다. CDP 기후변화대응(Climate Change) 평가 등급도 2010년 A-에서 2021년 B로 강등됐다.

업계에선 CDP가 A등급 기준을 높인 탓에 삼성전자 등급이 떨어졌다고 분석한다. 다만 CDP 등급이 글로벌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로 활용된다는 점, 지난 2020년 7월 주요 고객사 중 하나인 애플이 공급망 탄소배출까지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본격적인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 부회장이 환경 보호, 지속 가능성을 강조한만큼 글로벌 RE100(Renewable Energy 100%) 가입도 조속히 이뤄질지 주목된다. RE100은 2050년까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력수급 100%를 달성하겠다는 선언이다. 국내에서는 SK그룹 다수 계열사와 LG에너지솔루션 등 14개 업체가 가입했다.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가입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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