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현대글로비스)
▲ (사진=현대글로비스)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인 칼라일(Carlyle) 그룹이 현대글로비스의 주요 주주로 참여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정부의 내부거래 규제에 대응해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일부를 매각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30% 이상 되는 상장사(비상장사 20%)에 내부거래 등으로 부당 이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30일부터 법 개정으로 총수일가 지분율을 20% 이상으로 축소해 규제를 강화했다.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은 30%에 달해 규제 대상이 됐다. 그런데 정 회장은 이번 지분 매각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자유로워졌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5일 공시를 통해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 10%(375만주)를 칼라일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매각 금액은 약 6113억원이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칼라일그룹은 '덴 노르스케 아메리카린제 에이에스(Den Norske Amerikalinje AS)에 이어 3대 주주로 이름을 올린다. 2대 주주인 덴 노르스케 아메리카린제 에이에스는 노르웨이 해운업체인 빌헬름센의 자회사다. 빌헬름센은 2004년 양사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갖고 있다.

▲ (자료=금융감독원)
▲ (자료=금융감독원)

정몽구 명예회장은 보유 지분(6.71%)을 전량 매각하고, 정의선 회장은 3.29%(123만2299주)를 매각한다. 매각 가격은 1주당 16만3000원으로 정몽구 회장은 지분 매각으로 4103억원을, 정의선 회장은 2000억원을 얻게 된다.

정몽구 회장 부자의 지분은 공정거래법 규제가 강화되는 시기에 맞춰 이뤄졌다. 지난해 30일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발효되면서 대기업 집단의 소속회사 중 총수일가 지분이 20% 이상인 회사에 내부거래 등으로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기존에는 30% 이상인 경우 규제 대상이었다.

재계에서는 정 회장 부자가 규제 시행에 맞춰 현대글로비스의 10%를 처분할 것으로 예측했다. 정 회장 부자는 2015년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맞춰 지분을 13.4%를 1조1576억원에 매각했다. 이번에도 규제가 강화되면서 정 부자의 지분 매각이 예상됐고, 칼라일그룹이 우군으로 나섰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현대차와 기아 등 완성차의 해상 운송 및 자동차 부품 수출을 맡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된 완성차와 해외 공장으로 실어보낼 부품은 현대글로비스가 운송을 도맡고 있다. 이외에도 현대글로비스는 종합물류업과 중고차 등 유통판매업 등을 맡고 있다. 하지만 현대글로비스의 매출 대부분은 현대차와 기아에서 나온다. 계열회사의 매출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만큼 정 회장 부자는 현행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칼라일 그룹의 현대글로비스 투자는 오랜 논의 끝에 진행됐다. 칼라일 그룹은 코로나19로 물동량이 폭증하면서 해운 운임이 높게 유지되는 등 해운산업에 투자 가치가 높을 것으로 판단했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의 물류 일감을 도맡고 있고, 해운사업과 중고차 사업, 신성장 분야 등 자체 사업의 비중을 키우고 있다.

한편 올해 3분기 현대글로비스의 누적 매출은 15조9358억원, 영업이익은 801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6.8%(4조2950억원), 영업이익은 64.5%(3141억원) 증가했다. 정 회장 부자의 지분 매각이 공시를 통해 알려진 이후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는 전일 종가보다 8.09% 오른 18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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