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 넥슨 창업주는 줄곧 넥슨을 '아시아의 디즈니'로 만들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저서 <플레이>에서 "어린이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돈을 내는 디즈니의 100분의 1이라도 따라가고 싶다"고 밝힐 만큼, 디즈니를 동경해왔다. 실제로 넥슨은 지난 2020년 9월 디즈니에서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역임했던 '케빈 메이어'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이후 넥슨은 지난해 7월 닉 반 다이크 수석 부사장을 최고전략책임자로 내정한 '넥슨 필름 & 텔레비전' 조직을 설립하고 엔터테인먼트 사업 다각화에 주력했다. 닉 반 다이크 수석 부사장은 디즈니에서 10년 간 기업 전략 및 사업 개발 부문 수석 부사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픽사, 마블, 루카스필름 등의 인수와 사업 전반 전략 수립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이후 넥슨 필름&텔레비전은 넥슨의 엔터테인먼트 사업 다각화를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 오웬 마호니 넥슨 대표. (사진=넥슨)
▲ 오웬 마호니 넥슨 대표. (사진=넥슨)
사업 다각화에 나선 넥슨 필름&텔레비전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곳은 '어벤져스: 엔드 게임' 제작사였다. 6일 넥슨은 세계적인 영화 감독 '루소' 형제와 프로듀서 '마이크 라로카'가 설립한 'AGBO 스튜디오'에 4억달러(약 4799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는 넥슨 필름&텔레비전 조직이 주도했으며 올 상반기 중 최대 1억달러(약 12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할 예정이다. 해당 투자까지 진행될 경우 넥슨은 AGBO 스튜디오에 총 5억달러(약 6000억원)를 베팅하는 셈이다. 

AGBO의 공동 창업자 겸 회장인 루소 형제는 "넥슨과 AGBO의 파트너십은 프랜차이즈 영화와 게임의 융합을 전 세계적인 영향권으로 넓히는 중요한 분기점"이라며 "이번 협업을 통해 양사 직원들은 스토리텔링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며 남다른 역량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은 이번 투자로 AGBO 지분을 38% 이상 확보해 최대주주인 AGBO 경영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지분을 보유한 단일투자자가 된다. 넥슨 필름&텔레비전의 닉 반 다이크와 팀 코너스 수석 부사장은 AGBO 이사회에 합류할 예정이다.

▲ AGBO 스튜디오의 OTT 오리지널 작품들. (사진=AGBO 스튜디오 홈페이지 갈무리)
▲ AGBO 스튜디오의 OTT 오리지널 작품들. (사진=AGBO 스튜디오 홈페이지 갈무리)
넥슨 필름&텔레비전은 AGBO와 대형 IP 기반의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사업군에서 시너지 효과를 도모할 계획이다. AGBO는 '어벤져스: 엔드게임', '캡틴아메리카: 시빌워' 등 4편의 마블 영화를 연출한 루소 형제를 비롯해 크리스토퍼 마커스, 스테판 맥필리 등이 집필진으로 포진해 있다. 현재 AGBO는 넷플릭스, NBC 유니버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디즈니+, 애플 TV+, A24, 로쿠 등 파트너와 함께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및 극장 배급을 위한 영화 텔레비전 콘텐츠를 제작 중이다.

업계에서는 넥슨의 게임 IP와 AGBO의 콘텐츠 제작 역량을 결합한 글로벌 프로젝트에 주목하고 있다. 반대로 AGBO의 콘텐츠를 게임 IP화 하거나 관련 굿즈 상품을 제작·판매하며 국내외에서 저변을 넓힐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웬 마호니 넥슨 대표는 "넥슨은 수십 년 동안 대형 IP를 개발하고 전 세계 시장에 서비스해왔다"며 "AGBO와 넥슨은 다양한 플랫폼과 시장을 아우르는 콘텐츠로 전 세계의 고객을 감동시킨다는 핵심 비전을 공유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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