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거리두기·재택근무·비대면 수업은 일상이 됐다. 팬데믹 3년째인 2022년에 접어들며 주목받는 기업과 기술도 과거와 달라지는 양상이다. <블로터>는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기업 오픈서베이에 설문조사를 의뢰해 '2022년 우리의 일상을 바꿀 기업·기술·기기는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소비자들의 생각을 들었다. <편집자주>

▲ (사진=블로터)
▲ (사진=블로터)

2022년 우리의 일상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되는 기술 혹은 기기로 ‘배달로봇’이 7위를 차지했다. 설문조사 응답자 1000명 가운데 31.1%인 309명(복수선택 가능)의 선택을 받았다. 지난해 조사에선 27.4%인 274명이 선택해 배달로봇이 11위에 오른 바 있다. 지난해 조사 결과와 비교해 올해 10위권 안에 새로 들어온 기술 및 기기는 배달로봇과 함께 ‘메타버스’뿐이다. 현재 국내 배달로봇은 어디까지 왔을까.

지난달 15일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우형)은 경기도 수원 광교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 ‘광교 앨리웨이’에서 자율주행 배달로봇 ‘딜리드라이브’를 활용한 ‘D2D(Door to Door) 로봇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로봇이 실내외를 자유롭게 오가며 식당에서 아파트 각 세대 현관 앞까지 음식 배달을 하게 된 것인데, 이는 세계에서 처음이다.

이를 위해 우형은 2020년 8월부터 해당 단지에서 1년 넘게 실외 배달로봇 실증을 진행해왔다. 이번에 로봇의 실내 출입을 가능케 한 건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해서다. 아파트 각 세대에 QR코드를 부여해 각 세대 위치를 로봇이 인식하게 했다. 공동현관문이나 엘리베이터 연동 문제는 각각 HDC랩스의 서버와 현대엘리베이터의 관제시스템과 연동하는 식으로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해 해결했다.

▲ (사진=우아한형제들)
▲ (사진=우아한형제들)

관련 규제로 제한된 지역서 실증 중인 '배달로봇'
우형이 실증을 진행할 수 있었던 건 정부로부터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를 받은 데 따른 것이다. 이와 같은 실증특례를 받은 배달로봇 업체론 △뉴빌리티 △로보티즈 △언맨드솔루션 등이 있다. 이 외에 △트위니가 지난해 세종시 자율주행 규제자유특구 실증특례로 실증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현재 도심에서 활발하게 상용화를 진행하고 있는 곳으로 뉴빌리티를 꼽을 수 있다. 지난해 10월 실외 자율주행 배달로봇 ‘뉴비’를 선보였는데 이를 현재 서울 서초, 송파 일대서 실증 중이다.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이 도입해 근거리 배달 서비스에 활용하고 있다. 로보티즈의 경우 실내 로봇 ‘집개미’를 서울 일부 호텔에서, 실외 로봇 ‘일개미’를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서 각각 시범 운행해왔다.

현재 배달로봇의 상용화가 더딘 이유는 기술보단 규제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행 규제로 자율주행 배달로봇은 도로교통법상 보행자가 아닌 ‘차’로 분류돼 보도·횡단보도 등에서의 통행이 제한되고, 공원녹지법상 30kg 이상의 동력장치로 공원 출입이 불가능하다. 또 개인정보보호법상 로봇에 부착된 카메라로 음식 배달과 보행자와의 충돌 방지 등을 위한 영상 촬영을 위해 불특정 다수 보행자에게 사전 동의를 받는 것이 불가능했다. 승강기 안전기준에 따라 로봇의 승강기 무선제어와 무선통신 모듈장치 설치도 제한됐다. 

이에 기업들은 실증특례를 받아 제한된 지역에서 실증을 하고 있다. 배달로봇의 주행 안정성 확보를 위해 운전면허가 있는 현장요원의 상시 동행도 필수다. 이는 현재 많은 배달로봇들이 ‘음식 배달’에 한정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 때문에 로봇 한 대 당 한 사람이 따라다녀야 하기 때문에 안전 요원 고용 비용이 많이 든다”면서 “그래서 당장 인건비가 들어가니까 그나마 현재 할 수 있는 것이 최소 주문 금액이나 배달비 등을 맞출 수 있는 단가가 높은 음식 배달이다”고 설명했다.

▲ (왼쪽부터) 우아한형제들 '딜리드라이브', 뉴빌리티 '뉴비', 로보티즈 '일개미'. (사진=각 사)
▲ (왼쪽부터) 우아한형제들 '딜리드라이브', 뉴빌리티 '뉴비', 로보티즈 '일개미'. (사진=각 사)

궁극적 목표는 '라스트마일' 혁신
배달로봇이 장기적으로 노리고 있는 건 자그마한 생필품도 배달이 가능케 하는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라스트마일’을 혁신하는 것이다. 라스트마일이란 상품을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배송의 마지막 구간을 말한다. 

로봇 시장은 크게 산업용과 서비스용으로 나뉜다. 서비스용은 상대적으로 시장 규모가 작았지만 응용분야가 방대해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서비스용 가운데서도 ‘배달로봇’ 분야가 주목받게 된 건 자율주행차와 자율비행드론의 핵심 응용분야가 ‘배달’인데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급성장해서다.

사람들이 집밖으로 나오지 않다 보니 작은 생필품 등에 대한 배송 수요도 늘기 시작했다. 배민이 ‘B마트’를 선보인 이후 뷰티·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입점한 ‘배민 스토어’를 시범 운영하고, 요기요가 헬스·뷰티 등까지 주문 카테고리를 확장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잘한 배송 수요들을 모두 처리하려면 결국 라이더 공급 부족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안그래도 배송 물품 가격에 비해 배달비가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 상황인데, 더 오를 수 있는 것이다. 또 작은 물품들을 라이더 한 명이 여러 개 함께 배달한다면 배달이 늦거나 배달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러한 것들이 라스트마일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그간 라스트마일 구간은 배송단계 가운데 가장 비효율적인 구간으로 여겨져 오기도 했다. 전 물류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 중 53% 정도를 차지해서다. 배달로봇을 통한 혁신이 필요한 이유다.

업계에선 인건비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할 테지만, 배달로봇은 자동화와 함께 가격이 낮아지고 빠르게 성장하면서 라스트마일 구간의 물류 배송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상용화' 기대...'대중화'는 규제 개선돼야
일단 올해는 배달로봇 상용화에 조금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뉴빌리티는 세븐일레븐이 도입한 배달 서비스 운영 반경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올 2분기 이후엔 네네치킨을 배달하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올해 500대 이상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로보티즈 역시 실내 로봇의 상용화를 이달 본격 추진한다. 우형은 올해 딜리드라이브 운행을 광교 아이파크 아파트단지 내 뿐 아니라 인근 지역으로 넓히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인근 공원까지 배달하는 것도 관계 기관과 협의 중이다.

대중화는 관련 기준 마련 등 규제 개선과 함께 계속해서 복합적이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배달로봇이 원활하게 배달을 진행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고도화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함께 진행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제한적인 곳에서만 실증을 하고 있어서다.

그렇다고 현재의 실증이 의미없는 것은 아니다. 자율주행은 결국 데이터와 현장 경험 싸움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서비스를 정교하게 만들고 변수를 줄이는 등의 기술 고도화가 가능하다. 정부의 ‘2021년 로봇산업 선제적 규제혁신 로드맵 실행계획’에 따르면 실외 배달로봇의 보도통행 허용 추진은 2025년까지, 로봇의 고속주행 실증은 2026년부터 마련된다.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로봇이 서비스할 수 있는 환경은 제한적이라 대중화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배달로봇 서비스가 다양한 곳에 적용될 수 있어야 서비스 고도화와 함께 확산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블로터>와 오픈서베이는 이번 설문조사에서 기업 부문은 블로터가 선정한 정보통신기술(ICT)·바이오 관련 국내·외 108개 기업 중 2022년 우리 일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되는 기업을 선택하도록 했다. 기술·기기 부문은 블로터가 선정한 47개 중 일상을 바꿀 것으로 생각되는 것을 선택하도록 했다. 기업과 기술·기기를 선택하는 데 개수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응답자가 아는 기업·기술·기기가 없거나 일상을 바꿀만한 기업·기술·기기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없음' 항목을 선택하도록 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오픈서베이의 20~50대 남녀 4318명 중 1000명이 응답했다. 응답률은 23.2%다. 10세 단위의 각 연령대별로 균등하게 250명의 패널이 응답하도록 했다. 표본오차는 ±3.10% 포인트(95% 신뢰수준)다. 이번 설문에 대한 자세한 결과는 [☞오픈서베이 결과 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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