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거리두기·재택근무·비대면 수업은 일상이 됐다. 팬데믹 3년째인 2022년에 접어들며 주목받는 기업과 기술도 과거와 달라지는 양상이다. <블로터>는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기업 오픈서베이에 설문조사를 의뢰해 '2022년 우리의 일상을 바꿀 기업·기술·기기는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소비자들의 생각을 들었다. <편집자주>
▲ (그래픽=정두용 기자)
▲ (그래픽=정두용 기자)

“알고는 있지만 혁신은 글쎄…” <블로터>가 오픈서베이에 의뢰한 ‘2022년 우리 일상을 바꿀 기업·기술·기기’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우주산업의 현주소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개발은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태동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10월 누리호 1차 발사와 함께 전국민의 눈이 우주로 향하며 가슴 뭉클한 순간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주산업이 우리 일상을 바꿀 수 있을까’란 질문엔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우주산업 관련 항목들은 응답자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다만 ‘이미 알고 있는 기업·기술·기기’를 선택하는 질의에선 상대적으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누리호 1차 발사 등으로 우주산업에 대한 인식은 높아졌으나, 그로 인한 일상 변화 기대감은 낮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우주산업에 뒤늦게 뛰어든 ‘후발주자’다. 우주산업은 기술의 특성상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한 대표적 분야로 꼽힌다. 갈 길이 먼 우리나라 우주산업에 대한 인식이 이번 설문 결과에서도 그대로 확인됐다.

▲ 누리호가 2021년 10월 21일 오후 5시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는 모습.(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 누리호가 2021년 10월 21일 오후 5시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는 모습.(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누리호 발사에 주요 역할을 맡은 국내 기업은 물론 이미 ‘민간 우주여행’ 등 다양한 성과를 내놓은 해외 굴지 기업들도 이번 설문에서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우주발사체·인공위성 등 우주산업 관련 기술·기기 역시 ‘일상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을까’란 질문에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블로터>가 선정한 47개 기술·기기 중 인공위성은 21.9%로 12위, 우주발사체는 14.3%로 21위에 그쳤다. 상용화 기술 개발 단계에 접어든 성층권 드론은 4.7%로 42위를 기록할 만큼 선택을 받지 못했다. 1~10위에 오른 모빌리티·인공지능(AI)·메타버스 등과 비교해 우주개발 기술이 일상에 들어오기까진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인식하고 있단 방증이다.

‘우리 일상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되는 기업’에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우주산업 업체도 20위권에 진입하지 못했다. <블로터>가 선정한 108개 기업 중 한국항공우주산업(KAI·카이)이 18%로 21위에 오른 게 가장 좋은 성적이다. 카이는 누리호 개발에서 △체계 총조립 △탱크·동체 제작 등에 참여하며 국내 우주산업을 이끌고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카이와 함께 우리나라 우주산업 첨병 역할을 맡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9%로 56위를 기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프로젝트에서 △엔진 총조립 △터보펌프 △추진기관 공급계 △배관조합체 △구동장치시스템 △시험 설비 구축 등을 맡았다. 누리호 1차 발사에서 사용된 발사대를 총괄 제작한 현대중공업이 디즈니와 함께 26위(13.8%)에 오르긴 했지만, 이는 우주산업보단 해양모빌리티 등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인공위성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기업들의 성적은 이보다 낮았다. 올해 6월 국내 첫 지구 관측용 민간위성 ‘세종 1호’의 발사를 앞둔 한컴인스페이스는 93위, 국내에서 유일하게 정지궤도 인공위성을 보유한 KT SAT는 96위를 기록했다. 응답자 1000명 중 ‘일상을 바꿀 기업’으로 한컴인스페이스를 선택한 인원은 33명, KT SAT를 꼽은 인원은 30명에 불과했다. 218명이 인공위성을 올해 일상을 바꿀 기술로 꼽았지만, 국내 기업이 이 변화를 주도할 가능성이 작다고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 국내 첫 지구 관측용 민간위성 ‘세종 1호’(사진=한글과컴퓨터그룹)
▲ 국내 첫 지구 관측용 민간위성 ‘세종 1호’(사진=한글과컴퓨터그룹)

해외 기업 중에선 스페이스X(22위·16.9%)가 카이에 이어 우주산업 기업 중 두 번째로 높은 순위를 기록, 30위권에 들었다. 반면 블루오리진(83위·4.8%)·버진갤럭틱(86위·4.3%)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스페이스X·블루오리진·버진갤럭틱은 국가 단위 프로젝트에서도 달성하지 못한 성과를 올리며 뉴 스페이스 시대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민간 우주여행 시대 개막 △재사용 우주발사체 상용화 △인공위성 기반 지구 전역에서 이용 가능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구축 추진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성과에도 ICT(정보통신기술)·BT(생명공학기술) 기업보다 적게는 15%P에서 많게는 25%P까지 차이를 보였다. 그만큼 우주산업과 일상의 연결점이 적다고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강준서 어비셜항공우주 대표는 우주산업에 대한 인식이 낮은 이유에 대해 “여전히 우주산업이 미래 가치로 여겨지기 때문”이라며 “ICT나 BT는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기술의 발전과 상업화가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체감될 수 있으나 우주산업은 비교적 그 체감이 적은 것도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무선통신기기가 작동하기 위해선 인공위성이 핵심이지만 사용자에게는 화면을 통해 필요한 정보만 전달돼 우주산업의 의존성을 알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강 대표는 “수도꼭지를 돌리면 물이 나온다고 생각하나 그 뒤에 놓인 배관은 잊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추후 로켓이나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장면을 보며 우주에 관한 관심을 갖거나 우주가 직접적인 생활권으로 다가오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관심도가 올라가리라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어비셜항공우주는 2017년에 설립된 국내 항공우주 연구조직이다. 지난해 8월 3km 이상 도달 가능한 80kgf급 고체연료 로켓을 개발한 바 있다. 현재 △복합 추진제 △위성 추력기 △항공기 전자장비 등을 개발 중이다. 올해 100km 이상 도달 가능한 우리나라 첫 민간 우주 발사체의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또 2027년까지 재활용 가능한 소형 발사체를 통해 100kg 인공위성을 지구저궤도(LEO)에 안착시킨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2021년 11월 2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이중소행성경로변경실험(DART) 우주선을 싣고 발사되고 있는 모습.(사진=미국 항공우주국)
▲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2021년 11월 2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이중소행성경로변경실험(DART) 우주선을 싣고 발사되고 있는 모습.(사진=미국 항공우주국)

과학계 최대 이슈 ‘누리호’…여성보단 남성이 우주산업 관심
우주산업으로 인한 일상변화 기대감은 낮게 조사됐지만 우주개발 기업 자체에 대한 인식도는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 누리호 1차 발사 등으로 국민적 관심이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누리호 발사는 지난해 과학계를 달군 최대 이슈로 꼽혔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최근 과학기술계와 일반 국민 총 1만3227명이 참여한 온라인·모바일 투표 결과 등을 토대로 ‘2021년 10대 과학기술 뉴스’를 선정했다. 누리호 발사는 과학기술 이슈 부문에서 득표율(10건 복수선택) 88.3%를 나타냈다.

이 같은 인식 향상은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인공위성과 우주발사체를 이미 알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각각 81.7%와 48.6%로 조사됐다. 또 카이를 알고 있다고 답한 비율도 42.6%를 기록했다.

우주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은 여성보단 남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우주산업 관련 항목에서 공통으로 남성과 여성의 응답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남성 중 55.8%가 우주발사체를 알고 있다고 답했지만 여성은 41.4%에 그쳤다. 카이를 알고 있는 비율 역시 남성이 50.6%를 기록했지만 여성은 34.6%에 불과했다. 이 같은 현상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남성 40.8%·23.4%) △스페이스X(남성 52.2%·여성 21.4%) △블루오리진(남성 22.0%·여성 12.4%) △버진갤럭틱(남성15.6%·여성 6.4%) 등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 한화가 ‘서울 ADEX 2021’ 전시를 통해 일반에 공개한 누리호 75t급 엔진. 누리호 1단에 4기, 2단에 1기가 탑재됐다.(사진=정두용 기자)
▲ 한화가 ‘서울 ADEX 2021’ 전시를 통해 일반에 공개한 누리호 75t급 엔진. 누리호 1단에 4기, 2단에 1기가 탑재됐다.(사진=정두용 기자)

1320조원 시장 열린다…올해도 속도 내는 韓 뉴 스페이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우주산업 규모가 2018년 3500억 달러(약 420조원)에서 오는 2040년 1조1000억 달러(약 1320조원)까지 연평균 5.3% 성장하리라 전망했다.

우주 기술은 국가 방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나라 간 ‘패권 다툼’으로 여겨졌다. 실제로 우주산업은 미국과 소련이 냉전기 때 체제 경쟁의 상징으로 삼으며 발전해왔다. 그러나 현재 우주 기술 개발은 과거와 달리 민간이 주도하고 있다.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우주산업을 ‘미래먹거리’로 꼽으며 투자를 확대하면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양상이다.

우리나라 역시 이 같은 세계 추세에 맞춰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누리호 개발은 우리나라의 뉴 스페이스 시대 진입을 알린 것으로 평가받는다. 12년 개발 과정 기간 약 2조원이 투입된 프로젝트엔 30개의 주력 업체를 포함에 총 300여개의 국내 기업 참여해 기반 기술을 확보했다.

정부는 올해도 △누리호 추가 발사 △한국형 달궤도선(KPLO) 발사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착수 등을 통해 민간 우주 기업 육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최근 위원장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에서 국무총리로 격상된 국가우주위원회를 중심으로 제도적 지원에도 나선다. 지난달 28일에는 우주개발 진흥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며 △우주 연구시설 개방 확대 △우주 산업 집적지(클러스터) 조성 등에 대한 근거가 마련될 가능성이 커졌다. 우주개발 진흥법 개정안은 법제처를 거쳐 국회에 제출돼 심사를 받는다.

▲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 구상도.(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 구상도.(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누리호 2차 발사는 1차 발사에서 발견된 문제를 수정한 후 이뤄질 전망이다. 누리호는 1차 발사에서 3단에 장착된 7t급 액체엔진이 목표된 521초 동안 연소되지 못하고 475초에 조기 종료됐다. 인공위성이 궤도에 오르려면 중력을 이겨내는 속도가 필요한데, 누리호는 마지막 과정에서 오류를 일으켜 위성모사체가 목표 속도(7.5km/s)에 도달하지 못했다. 누리호에 탑재된 위성모사체가 궤도 안착하지 못하고 추락한 이유다. 누리호 발사조사위원회(조사위)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두원중공업이 공동으로 개발한 산화제탱크의 설계 오류를 문제로 지목했다.

항우연 측은 규명된 원인을 보완하는데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은 만큼 향후 개발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누리호 2차 발사 예정일 수정 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초 누리호 2차 발사는 2022년 5월로 예정돼 있었다. 누리호 2차 발사는 문제를 보완한 후 0.2t 성능 검증 위성과 1.3t 더미 위성을 동시에 탑재하고 우주로 향하게 된다. 정부는 2차 발사 후에도 누리호의 성능을 꾸준히 개선하기 위해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에 내년도 예산으로 1728억원을 배정했다.

▲ 누리호 1차 발사에서 비정상 비행의 원인을 일으킨 부품으로 지목된 3단 산화제탱크. 이 부품은 두원중공업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개발했다.(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 누리호 1차 발사에서 비정상 비행의 원인을 일으킨 부품으로 지목된 3단 산화제탱크. 이 부품은 두원중공업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개발했다.(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올해 8월에는 한국형 달궤도선(KPLO)도 발사된다. KPLO는 총중량 678㎏으로 △고해상도 카메라 △광시야 편광카메라 △자기장 측정기 △감마선 분광기 △우주인터넷 △섀도캠 등 6종의 탑재체를 활용해 달 탐사 임무를 수행한다. 스페이스X의 우주발사체 팰컨9이 이용된다.

우리나라 우주개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사업으로 추진되는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orean Positioning System·KPS) 개발’도 올해부터 시작된다. 2022년부터 2035년까지 14년간 총 3조7234억5000만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이는 누리호 개발사업보다 약 1조8000억원 많다. 정부는 KPS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인프라를 구축할 방침이다. 초정밀 위치·항법·시각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 개발해 신규 산업군의 진흥을 촉진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올해 기업이 마음 놓고 우주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고 창의·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된다”며 “기업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부분부터 단계적으로 계약방식을 도입하고, 기술료 감면·지체상금 완화로 부담을 경감하는 등 기업이 마음 놓고 우주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이 운용된다”고 설명했다.

<블로터>와 오픈서베이는 이번 설문조사에서 기업 부문은 블로터가 선정한 정보통신기술(ICT)·바이오 관련 국내·외 108개 기업 중 2022년 우리 일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되는 기업을 선택하도록 했다. 기술·기기 부문은 블로터가 선정한 47개 중 일상을 바꿀 것으로 생각되는 것을 선택하도록 했다. 기업과 기술·기기를 선택하는 데 개수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응답자가 아는 기업·기술·기기가 없거나 일상을 바꿀만한 기업·기술·기기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없음' 항목을 선택하도록 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오픈서베이의 20~50대 남녀 4318명 중 1000명이 응답했다. 응답률은 23.2%다. 10세 단위의 각 연령대별로 균등하게 250명의 패널이 응답하도록 했다. 표본오차는 ±3.10% 포인트(95% 신뢰수준)다. 이번 설문에 대한 자세한 결과는 [☞오픈서베이 결과 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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