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바쁜 데 몸이 2개였으면 좋겠다는 말이 있었다. 개인적인 꿈은 이것을 실현해보는 것이다. 나는 현실을 살아가고, 나의 인공지능(AI) 에이전트(대리인)는 메타버스 세상에서 성장하다 다시 나와 교류하는 세상 말이다. 이처럼 인간으로서 아바타와 함께 현실과 가상세계를 동시에 살아가는 모습을 '아이버스'라 부르기로 했다."

'CES 2022'에 참가 중인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ICT 미래 비전으로 '아이버스'를 제시했다. 아이버스는 지난해 11월 취임한 유 대표가 구상한 미래 서비스다. 유 대표는 취임 당시 SKT를 '유무선 통신 기반의 서비스 회사'로 전환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구독 플랫폼 'T우주'와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IFlabd)'를 출시했으며, 올해는 AI 에이전트 서비스(가칭 '아폴로)를 공개할 계획이다.

▲ CES 2022가 열린 라스베이거스에서 자사 비전을 발표 중인 유영상 SKT 대표 (사진=SK텔레콤)
▲ CES 2022가 열린 라스베이거스에서 자사 비전을 발표 중인 유영상 SKT 대표 (사진=SK텔레콤)

내 아바타가 메타버스 세상을 직접 배우고 넘나드는 세상 '아이버스'
유 대표에 따르면 AI 에이전트는 현재 메타버스 세계에 생성되는 아바타처럼 기본적으로 가상세계에서 사용자를 대신하는 역할을 하며, 현존하는 AI 시스템처럼 '비서' 혹은 '친구' 역할을 할 수 있다. 지금의 메타버스 아바타와 다른 점은 '능동성'을 띈다는 점이다.

유 대표는 "지금은 사용자들이 아바타로 분장해 메타버스 세계에서 직접 살아가고, 또 경쟁하는 구조"라며 "메타버스는 앞으로 더 복잡해질 거고 종일 메타버스만 즐기며 살 순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버스는 현실과 메타버스를 동시에 즐기기 위한 수단이 된다. 사용자가 직접 제어하지 않아도 AI 에이전트가 메타버스 세상을 돌아다니며 학습·성장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다시 사용자와 교류하게 함으로써 마치 현실과 가상을 동시에 살아가는 듯한 경험을 주는 것이 목표다.

다만 AI 에이전트를 넘어 아이버스로 가는 길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미지수다. 유 대표도 "아직 기술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SKT는 아이버스 구현을 목표로 기존 기술·서비스들을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 SKT는 지난 1일 이프랜드를 통해 메타버스 제야의 종 타종 행사를 시연했다 (사진=SKT)
▲ SKT는 지난 1일 이프랜드를 통해 메타버스 제야의 종 타종 행사를 시연했다 (사진=SKT)

SKT는 이프랜드 기반 메타버스 고도화, 아이버스 구현 과정에서 독립적인 메타버스 경제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투자전문법인으로 분리된 SK스퀘어는 가상자산(암호화폐)거래소 코빗에 900억원을 투자했다. 단순 가상자산 개발로 이윤을 만들기보단 메타버스 경제 생태계 성장을 가속하기 위한 수단으로 접근하겠단 포부다.

단기적으론 이프랜드 고도화에 집중한다. 유 대표는 "이프랜드가 비록 '제페토(네이버제트)'보단 출시가 늦었지만 전략 방향성이 다르다"며 "커뮤니티에 특화된 플랫폼으로 성공했고 지금은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 요소 등 부족한 부분들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AI 에이전트 출시는 이프랜드와 SKT 메타버스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관문이 될 전망이다. 유 대표에 따르면 SKT는 이프랜드 외에도 다양한 메타버스 서비스를 구상 중이며, 추후 서로 다른 메타버스를 연결할 수 있는 '웜홀(두 공간을 잇는 통로)' 같은 플랫폼도 생겨날 수 있다. 궁극적으론 AI 에이전트들이 각기 다른 메타버스를 이동할 수 있는 수준까지 확대될 것이란 예측이다.

5G 혁신은 새로운 기기 간 연결에서 시작...'커넥티드 인텔리전스'
한편, 아이버스와 함께 '커넥티드 인텔리전스'라는 새로운 개념도 제시됐다. 유 대표는 "5G를 3년 이상 했지만 스마트폰이란 기기가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는 메타버스 외 획기적인 사용 사례를 찾기 쉽지 않다"며 "이번에 CES 현장을 둘러보니 새로운 기기가 새로운 세상을 만들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통신사업자인 SKT는 앞으로 스마트폰 외 어떤 기기들을 연결시키고, 그 연결에 인텔리전스를 더해 고객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핵심 화두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궁극적으로 SKT는 플라잉카, 로봇 등 차세대 디바이스에 '연결'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아가 이들 기기까지도 아이버스와 연동한다는 비전이다.

앞서 박정호 대표 시절부터 'AI 컴퍼니'를 표방해온 SKT는 더 이상 통신 기업에 머물지 않겠단 의지를 수차례 드러내 왔다. SKT 분사에서 통신 법인과 투자 법인으로 나뉘긴 했지만 SKT는 통신에 집중함과 더불어 AI와 디지털 인프라 중심 회사로 거듭나겠단 계획이다. 이번 CES 2022에서 공개된 '아이버스'와 '커넥티드 인텔리전스'는 이 같은 SKT의 비전과 지향점을 구체화한 개념으로 풀이된다.

유 대표는 "어느 순간 플랫폼 회사들이 통신회사들을 앞질렀지만 메타버스나 AI 에이전트는 우리가 완전히 다른 차선에서 속도를 내고 있는 과정이며 역전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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