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거리두기·재택근무·비대면 수업은 일상이 됐다. 팬데믹 3년째인 2022년에 접어들며 주목받는 기업과 기술도 과거와 달라지는 양상이다. <블로터>는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기업 오픈서베이에 설문조사를 의뢰해 '2022년 우리의 일상을 바꿀 기업·기술·기기는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소비자들의 생각을 들었다. <편집자주>
▲ 사진=카카오
▲ 사진=카카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카카오·네이버가 ‘일상을 획기적으로 바꿀 기업’ 기업 순위 상위권에 올랐다. 대내·외적으로 각종 논란을 일으킨 데다 주가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지만 국내 정보기술(IT)업계를 이끄는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기대는 여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두 회사는 콘텐츠 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맞붙는 한편, 헬스케어·메타버스 등 신사업을 키우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작년 이어 올해도 10위권...카카오페이는 순위 밖으로
<블로터>가 오픈서베이와 실시한 ‘2022년 우리의 일상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되는 기업’ 설문조사에서 카카오는 총 108개 기업 가운데 3위에 오르면서 작년과 같은 순위를 수성했다. 응답자 1000명 가운데 321명(32.3%, 중복포함)이 카카오를 택했다. 네이버는 262명(26.3%)의 선택을 받아 전체 8위를 차지했다. 10위권 안에는 안착했지만, 7위를 기록했던 전년과 비교해 한 계단 하락했다. 연령대별 응답률은 고르게 나타났다. 카카오는 20대, 30대, 40대, 50대로부터 각각 33.1%, 32.7%, 30.8%, 32.5% 응답률을 기록했다. 네이버도 20대(26.6%), 30대(27.0%), 40대(26.0%), 50대(25.7%)로부터 비등비등한 선택을 받았다.

카카오·네이버를 선택한 응답자 수는 작년보다 줄었지만, 이번 설문에선 상위권 기업들의 득표율이 전반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작년 카카오는 454명(45.4%), 네이버는 399명(39.9%)으로부터 ‘일상을 바꿀 기업’으로 지목된 바 있다. 지난 설문에서 전체 2위를 차지했던 카카오 핀테크 자회사 카카오페이는 올해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기업공개(IPO) 이전까지는 기대가 컸으나 지난달 경영진 지분 매각, 영업이익 적자 등 잇딴 악재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시장의 관심도 식은 까닭으로 분석된다.

▲ 자료=블로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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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실적 냈지만 잡음으로 시끌
작년 두 회사는 글로벌에 틔울 ‘씨앗’을 뿌리는 데 주력했다. 웹툰·웹소설 사업을 해외로 넓히기 위해 글로벌 인수합병(M&A)을 거듭했고, 메타버스·대체불가토큰(NFT)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했다. 호실적도 이어졌다. 이른바 ‘코로나 특수’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지난 3분기에는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나란히 달성했다. 동시에 그림자도 짙어졌다. M&A로 몸집을 불려온 카카오의 성장 전략이 눈총을 받기 시작했다. 골목시장까지 무분별하게 들어와 사업을 벌인다는 비판이었다. 택시 호출료 인상, 꽃·간식 배달, 택시·대리업계와의 갈등 등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의 행보도 줄줄이 논란을 일으키면서 여론 악화에 불이 붙었다. 결국 김범수 의장은 국정감사에 3번이나 증인으로 출석해 고개를 숙였다.

네이버에선 노사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성과급 산정 기준을 놓고 진통을 겪은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40대 개발자가 임원의 과도한 업무지시·폭언 등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벌어졌다. 사태가 커지자 ‘괴롭힘’ 방조자로 지목된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회사의 경영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네이버는 만 40세 최수연 글로벌 사업지원부 책임리더를 차기 대표로 낙점하고 ‘체질 개선’을 약속했다.

올해도 네이버보단 카카오?
끊임없는 논란으로 빈축을 샀지만 카카오·네이버에 대한 기대는 남아있다. 올해는 두 회사의 사령탑 교체가 예정돼 있는 데다 ‘글로벌’로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설문에 이어 이번 설문에서도 카카오는 네이버보다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두 회사는 광고를 비롯해 커머스·콘텐츠·테크핀 등 각종 사업영역에서 교집합을 이룬다. 네이버는 검색·쇼핑에서 선두를 달리는 반면 카카오는 수시로 이용하는 메신저·송금·은행·주차·택시·대리 등의 영역에서 생활 편의를 높여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때문에 대중의 인식에선 네이버보다 카카오가 ‘일상을 바꿀 기업’으로 체감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선호도는 주식시장에도 일부 반영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기업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를 뜻하는 일명 ‘동학개미’들은 지난해 카카오·네이버 주식을 각각 2조8979억원, 1조5996억원 순매수했다.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의 영향력, 그리고 카카오 자회사들의 성장성에 대한 무한한 기대가 개미들의 투심을 자극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지만 지난 연말부터 이달 6일까지 한 달여 동안 동학개미가 순매수한 주식 1·2위는 여전히 카카오(8521억원), 네이버(8325억원)가 차지했다.

▲ 사진=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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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나가는 카카오
카카오는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골목대장’ 꼬리표를 떼고 미래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의 ‘미래 10년(Beyond mobile)’ 사업을 준비하는 조직인 미래이니셔티브센터도 새롭게 꾸렸다. 작년 12월 카카오는 김 의장의 ‘복심’으로 불리는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를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으로 발탁했다. 업계에선 남궁 센터장이 메타버스·대체불가토큰(NFT) 등을 강조해온 데 비춰 카카오의 블록체인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카카오는 작년 말 싱가포르에 블록체인 자회사 크러스트(Krust)를 설립했다. 또 다른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의 ‘클레이튼’ 개발 사업을 크러스트가 맡고, 그라운드X는 NFT 사업에 ‘올인’한다. 이를 위해 송지호 전 카카오 공동체 센터장을 포함해 김범수 의장의 최측근들이 크러스트에 대거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카카오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계열사의 자산에 메타버스·NFT 등을 엮어 사업의 ‘새 판’을 짤 전망이다. 현재 카카오게임즈는 스포츠·게임·메타버스에 특화된 NFT 거래소를 개발 중이다.

헬스케어·인공지능(AI) 시장도 조준한다. 카카오는 지난 2019년 서울아산병원과 합작법인(JV)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센터를 설립했다. 작년에는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전담할 헬스케어 CIC를 꾸리고, 블록체인 의료 데이터 스타트업 휴먼스케이프에 150억원을 투자했다. 카카오브레인을 통해서는 신약설계 스타트업 갤럭스에 50억원을 투자, 신약 공동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또 카카오브레인은 이달 안에 전세계 최대 규모의 멀티모달(multi-modality) AI 모델을 일부 공개할 계획이다.

웹툰·웹소설 등 콘텐츠 분야는 올해 카카오의 기대주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해 카카오의 일본 웹툰 플랫폼 ‘픽코마’는 비게임 앱 연간 매출 3위에 오르면서 디즈니플러스(+), HBO맥스, 넷플릭스보다도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성장에 탄력이 붙은 픽코마는 작년 유럽법인을 설립하고 프랑스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카카오는 태국·대만에 출시한 ‘카카오웹툰’을 통해 동남아시아 지역을 공략 중이다. 작년 인수한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와 ‘우시아월드’ 등을 통해선 북미 지역을 노릴 계획이다. 한편 올해도 카카오 자회사의 상장 소식이 예고돼 있다. 카카오게임즈·뱅크·페이에 이어 올해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모빌리티가 IPO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네이버
▲ 사진=네이버
젊은 사령탑, 네이버 체질 개선 이끌까
네이버에는 굵직한 변화가 예고돼 있다. 오는 3월 네이버는 1981년생 최연소 최고경영자(CEO)를 공식 선임할 예정이다. 대표로 내정된 최수연 책임리더는 2005년 네이버에 입사해 커뮤니케이션‧마케팅 조직에서 근무했다. 변호사, 하버드 로스쿨을 거쳐 지난 2019년 네이버로 돌아와 글로벌 사업을 총괄했다. 신임 최고재무책임자(CFO)로는 김남선 사업개발·글로벌인수·합병 전담조직 책임리더가 내정됐다. 서울대, 하버드 로스쿨 출신으로 글로벌 투자회사인 모건스탠리와 맥쿼리를 거쳐 네이버에 왔다. 지난해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인 ‘왓패드’ 인수, 이마트·신세계와의 지분 교환 등 네이버의 빅딜을 주도했다.

경영진을 교체한 네이버는 글로벌 사업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낸다. 우선 올해 1분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마이스마트스토어’라는 이름으로 일본에 정식 수출한다. 일본 국민 70% 이상이 이용하는 메신저 ‘라인’을 발판으로 점유율을 키워, 2027년까지 일본 시장 과반 이상을 차지하겠다는 포부다. 북미 웹툰‧웹소설 시장 공략에도 집중한다. 네이버웹툰과 지난해 인수한 왓패드의 월이용자수(MAU)를 합치면 총 1억6000만명에 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네이버는 올해 ‘왓패드 웹툰 스튜디오’를 통해 지식재산권(IP) 기반 영상화 사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헬스케어 시장에도 발을 뻗는다. 올해 완공되는 제2사옥에 약 200평 규모의 사내병원을 개설해 직원 대상 의료 서비스인 ‘네이버 케어’를 선보일 예정이다. 사내독립기업(CIC) ‘클로바’의 AI 기술을 사내병원에 접목해, 본격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는 지난 12월 순천향대학교 중앙의료원과 업무협약(MOU)를 맺고 보이스 전자의무기록(EMR) 시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에 앞서 지난 2018년에는 대웅제약, 분당서울대병원과 합작법인 다나아데이터를 설립했다. 2020년에는 로봇수술 권위자 나군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를 네이버헬스케어연구소 소장으로 영입했다.

메타버스 사업도 확장한다. 이미 해외 이용자 비중이 90%를 넘어선 네이버 손자회사 네이버제트의 3D 아바타 서비스 ‘제페토(ZEPETO)’가 이를 주도한다. 제페토 누적가입자는 전세계 2억4000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성장을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소프트뱅크 등으로부터 2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총알’을 확보한 네이버제트는 작년 미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이달에는 홍콩 자회사 네이버제트 리미티드를 세웠다. 싱가포르 블록체인 개발사, 국내 가상인간 전문 개발사 등에도 투자하기로 했다. 북미·아시아를 거점 삼아 제페토를 ‘글로벌 메타버스’로 띄우겠다는 의도다. 올해는 게임·쇼핑 등으로 생태계를 확대하고 수익모델을 다각화할 계획이다.

한편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카카오·네이버 등 빅테크에 대한 규제가 예고돼 있다. 증권가에서는 대선 결과에 따라 추가 규제가 도입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카카오의 경우에는 차기 공동대표로 내정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상장 한 달여 만에 지분을 매각, ‘먹튀’ 논란에 휘말리면서 노조가 대표 선임 철회를 요구하고 있어 이 역시 풀어야 할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블로터>와 오픈서베이는 이번 설문조사에서 기업 부문은 블로터가 선정한 정보통신기술(ICT)·바이오 관련 국내·외 108개 기업 중 2022년 우리 일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되는 기업을 선택하도록 했다. 기술·기기 부문은 블로터가 선정한 47개 중 일상을 바꿀 것으로 생각되는 항목을 선택하도록 했다. 기업과 기술·기기를 선택하는 데 개수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응답자가 아는 기업·기술·기기가 없거나 일상을 바꿀만한 기업·기술·기기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없음’ 항목을 선택하도록 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오픈서베이의 20~50대 남녀 4318명 중 1000명이 응답했다. 응답률은 23.2%다. 10세 단위의 각 연령대별로 균등하게 250명의 패널이 응답하도록 했다. 표본오차는 ±3.10% 포인트(95% 신뢰수준)다. 이번 설문에 대한 자세한 결과는 [☞오픈서베이 결과 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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