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없다면

•코인베이스 주가가 하락세인 건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최근 비트코인 시세는 고점 대비 40% 하락했습니다.
•이에 코인베이스는 매출을 다각화하고 ‘페이롤(급여와 관련된 서비스 제공)’까지 구현해 다가오는 크립토 경제를 선점한다는 전략입니다.
•증권가에서도 “크립토 경제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이야기하죠.

▲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CEO)
▲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CEO)

코인베이스는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중 유일하게 상장한 기업입니다. 티커(주식에 부여되는 특정 코드)로 ‘COIN’을 선점했죠.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로스엔젤레스(LA) 서부 벨에어 지역에 1억3300만 달러(약 1600억원)에 달하는 초호화 주택을 매입했다고 하는군요. 코인베이스 상장으로 세계적인 부호가 됐습니다.

코인베이스의 주식을 가진 개인투자자들도 암스트롱 CEO처럼 부의 단 맛을 보았을까요? 요즘 주가를 보면 아직은 요원한 것처럼 보입니다. 5일(현지시간) 코인베이스의 주가는 전일 대비 6.36% 하락한 234.23달러(약 28만1000원)로 마감했습니다. 이는 52주 최고가인 429.54달러(약 51만6000원) 대비 45.47% 낮은 수치입니다. 52주 최저가인 208달러(약 25만원)와 근접한 것이기도 하죠.

이는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잇따라 나오는 것과는 괴리되는 감이 있습니다. 주식종목으로서의 코인베이스는 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요?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에 의존하는 매출 구조가 그 원인으로 꼽힙니다. 지난해 3분기 코인베이스의 순매출(Net Revenue)은 12억3470만 달러(약 1조4800억원)였는데, 이 중 거래 수수료 매출(Transaction Revenue)이 10억8970만 달러(약 1조3100억원)로 88%를 차지합니다.

‘거래소가 거래 수수료로 먹고 사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라는 의문이 나올 법합니다. 그러나 특정 분야에서 매출 의존도가 크다면 그에 따라 주가의 동조성도 크겠죠. 최근 비트코인 시세는 고점 대비 40% 하락했습니다. 6개월 간의 코인베이스와 비트코인 시세를 나타낸 차트를 살펴봅시다.

▲ 6개월 동안의 코인베이스 주가 그래프(위쪽)와 비트코인 시세 추이(아래).
▲ 6개월 동안의 코인베이스 주가 그래프(위쪽)와 비트코인 시세 추이(아래).

흐름이 상당히 비슷하죠. 코인베이스는 변동성 높은 가상자산과 주가가 밀접히 연동된 것입니다. 가상자산 가격의 등락에 따라 코인베이스의 실적도 롤러코스터를 탔습니다. 코인베이스 내 거래량은 지난해 2분기 4620억 달러(약 555조3200억원)에서 3분기 3270억 달러(약 393조500억원)로 감소했습니다. 이에 같은 기간 코인베이스의 순 매출도 19억3040만 달러(약 2조3200억원)에서 10억8970만 달러로 급전직하했고요.

통화정책의 변화에 따른 타격을 더 크게 받는 모습입니다. 5일 나스닥이 3.34% 하락할 때 코인베이스 주가는 6.36%나 떨어졌으니까요. 주식과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에는 지난 2년여간 막대한 유동성이 풀린 게 주효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를 방어하기 위해 전 세계가 초저금리 정책으로 돈을 찍어냈고, 이 돈이 가상자산 시장에 흘러들어간 것이죠.

그러나 세계 질서의 중심으로 꼽히는 미국이 유동성을 다시 거둬들이려 합니다. 인플레이션(화폐가치가 하락해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5일 공개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을 보면 회의 참석자들은 “경제, 노동시장,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망을 고려할 때 앞서 예상했던 것보다 더 일찍 또는 더 빠르게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에 따라 코인베이스 주식 투자자들은 나스닥에 가상자산 시장까지의 위축 요인까지 더해 더 큰 피해를 본 셈입니다. 이렇다면 코인베이스 주식을 매수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차라리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매수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그러나 코인베이스는 ‘우리는 단기실적을 보고 투자하는 기업이 아니다’라고 당당하게 외칩니다.

코인베이스는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투자자들에게 분기별 투자가 아닌 암호화폐 경제의 성장, 그리고 당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라는 관점을 취하도록 독려한다”고 했습니다. 단기실적 가이던스(전망)를 중시하는 자본시장에서 ‘자사의 잠재력’을 믿으라는 자신감은 남다르다고 평가할만 합니다.

그렇다면 코인베이스가 장기투자의 근거로 제시한 ‘능력’은 무엇인지 살펴봅시다. 우선, 매출의 다각화입니다. 지난해 3분기 순매출에서 구독·서비스 매출(Subscription and services revenue)은 1억4510만 달러(약 1750억원)로 12%에 그쳤지만 2020년 3분기 3.8%에 비하면 비약적으로 상승한 수치죠. 이는 가상자산의 역할이 투자를 넘어 도구(유틸리티)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코인베이스는 해석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블록체인 보상 매출액이 3분기 8150만 달러(약 980억원)로 전 분기 대비 109% 증가했습니다. 이 성장은 주로 ‘스테이킹’에 의해 이뤄졌습니다. 스테이킹은 이용자가 자신의 가상자산을 동결시킨 수량만큼 블록체인 네트워크 유지 및 관리에 기여한 ‘보상’을 받는 것을 뜻합니다. 거래소는 이 서비스를 대행하고 이용자와 수익을 나눕니다.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3분기 말 약 280만명의 사용자가 스테이킹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고 합니다.

스테이킹은 은행의 예금이자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즉 거래소의 스테이킹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건, 주거래은행처럼 고정적으로 해당 거래소를 이용할 개연성이 높다는 뜻이죠. 코인베이스는 유저들에게 투자뿐만이 아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구상입니다. 스테이블 코인인 USDC(USD코인)를 개발해 1달러와 1 USDC를 거래소 내에서 교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나아가 코인베이스는 고객이 자신의 급여를 입금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페이롤'(Payroll, 급여와 관련된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구현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수수료 없이 펀드에 직접 입금하고 가상자산 또는 달러로 인출할 수 있도록 하고, 코인베이스 카드로 결제하고 보상을 얻을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입니다. 일상적인 금융서비스와 유기적으로 통합해 신규 이용자가 암호화폐 경제에 쉽게 스며들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죠.

그럼, 암호화폐 경제가 도래할 것이라는 근거는 뭔가요? 아무도 확답할 수 없지만, 코인베이스는 10년 동안 암호화폐의 채택 속도가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인터넷의 도입과 비슷한 경로를 보인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합니다. 크립토닷컴에 따르면 전세계 암호화폐 이용자는 지난해 2월부터 5월까지 1억600명에서 2억300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앞서 이용자가 6500만명에서 1억명까지 도달하는데는 9개월이 소요됐죠.

▲ 코인베이스가 주주서한에 첨부한 암호화폐 채택과 인터넷의 도입 속도를 나타낸 그래프.
▲ 코인베이스가 주주서한에 첨부한 암호화폐 채택과 인터넷의 도입 속도를 나타낸 그래프.

인터넷의 대중화 과정을 본 유저라면, 암호화폐 경제의 성장성도 믿으라는 얘기입니다. 전통적인 기업가치 측정방식인 PER(주가수익비율) 대신 ‘주가 대비 꿈 비율(Price to Dream Ratio)’이 가장 어울리는 기업은 코인베이스로 보입니다. 확실한 건, 코인베이스에 단타로 뛰어드는 건 난이도가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증권가에서도 ‘크립토 경제의 가능성’을 보라고 조언하죠.

서병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거래소 매출은 가상화폐 거래량의 영향을 받으므로 단기 실적 변동성이 존재한다”면서도 “크립토 경제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만큼 크립토 경제 수혜주에 장기 투자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코인베이스는 지난해 상장한 새내기 주식입니다. 이에 상승여력에 대한 기대감이 존재하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애널리스트인 제이슨 쿠퍼버그는 최근 코인베이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조정하면서 “암호화폐 소매거래 이상의 수익 다변화 징후를 관찰했으며 이러한 추세는 2022년 이후 가속화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가상자산 투자에 관심이 있지만 알트코인은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고,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메이저 코인은 클 만큼 컸다고 느낀다면 코인베이스의 ‘성장 가능성’에 투자해보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는 선택지가 되겠네요. 다만 ‘크립토 경제’를 믿는다는 건 단지 추상적인 느낌에서 나아가 탈중앙·탈권력성을 내재한 대안적인 체제가 전통적인 경제와 공존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스스로의 답을 가지고 있다는 뜻도 됩니다. 높은 곳을 보는 투자자라면 숙고도 깊어야 할 것입니다.

생각해 볼 문제

•코인베이스에 이어 추가적으로 가상자산 거래소가 상장된다면 그곳으로 투자자금이 빠지면서 손해가 될까요? 아니면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정당성이 강화돼 코인베이스에도 이득이 될까요?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탄압을 펴고 있는 중국과 달리, 미국은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구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각국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이 같은 스탠스도 정반대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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