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삼성전자의 특허를 담당했던 임원이 퇴사 후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부사장급으로 오랫동안 그룹 내 지적재산권(IP) 업무를 총괄했던 임원이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에 특허소송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적잖게 논란이 되고 있다.

▲ (사진=삼성전자)
▲ (사진=삼성전자)

10일 미국 사법정보 사이트 페이서(PACER)에 따르면 시너지IP(Synerge IP)와 스테이턴 테키야 LCC(Staton Techiya LCC)는 공동으로 지난해 11월 5일자로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미국법인을 상대로 특허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시너지IP는 서울에 소재를 두고 있으며 2020년 5월 안승호 전 삼성전자 IP센터장(부사장)이 설립한 특허법인으로 알려졌다. 스테이턴 테키야는 이번 소송에서 권리 침해 여부가 판가름 날 특허를 가진 곳이다.

소송장에 따르면 두 회사는 스테이턴 테키야가 소유하고 시너지IP가 독점적 사용자로서 2차 라이선스 권한을 가진 특허 10건을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이들 특허는 모두 헤드셋과 관련된 기술인 게 확인된다. ‘올웨이스 온 헤드웨어 레코딩 시스템’ 관련 특허 2건, ‘자동 키워드 패스스루 시스템’ 2건, ‘오디오 녹음을 위한 방법과 장치’ 1건, ‘다중 마이크 음향 관리 제어 방법 및 장치’ 1건 등이다.

▲ 시너지IP와 스테이턴 테키야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건 소송의 소장 일부.(자료=PACER)
▲ 시너지IP와 스테이턴 테키야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건 소송의 소장 일부.(자료=PACER)

원고 측은 헤드셋이 사용자가 내는 자연어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소유한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헤드셋 사용자의 목소리를 감지하고, 내부 장치를 활성화하고 녹음하는 데 활용되는 다양한 기술에서 자사 특허들이 활용됐다는 게 소송의 주된 골자다.

소장에선 특허 침해가 갤럭시S20 시리즈를 비롯해 그와 유사한 스마트폰, 삼성 갤럭시 버즈 플러스(+) 및 기타 유사한 이어폰, 개인 비서 앱 빅스비(Bixby) 등에 광범위하게 적용됐다는 주장이다. 이들 제품을 미국에서 만들거나, 미국에 수입하고 판매하는 행위가 특허를 침해하는 것이란 주장도 소장에 담겼다.

▲ 시너지IP와 스테이턴 테키야는 특허 침해 분석의 대표 제품으로 삼성 갤럭시 버즈 프로를 들었다.(사진=삼성전자)
▲ 시너지IP와 스테이턴 테키야는 특허 침해 분석의 대표 제품으로 삼성 갤럭시 버즈 프로를 들었다.(사진=삼성전자)

소장에선 지난해 2월 2~3일에 걸쳐 안 전 부사장이 김상균 삼성전자 법무실장(사장)과 이인정 법무실 IP센터장(부사장), 김유석 법무실 IP센터 전무, 장호진 법무실 IP센터 전문위원을 만나 특허 침해와 관련해 사실을 입증하는 특허 목록과 청구 차트를 담은 바인더를 전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안 전 부사장, 삼성전자 지재권 총괄...애플 소송 주도하기도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안승호 전 부사장은 엔지니어 출신 미국 특허변호사로 삼성전자에선 LCD 차세대연구소 담당임원, 삼성종합기술원 IP전략팀장을 거쳐 2010년 IP센터장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전자에서 안 전 부사장은 구글, 시스코, IBM 등 주요 IT기업들과의 크로스 라이선스(특허 사용에 대한 상호간 허용) 관련 업무, 타 기업에 대한 특허소송을 전담해왔다. 애플, 화웨이 등과의 특허소송이 그가 IP센터장일 때 벌어졌다.

2011년 삼성전자가 애플과 소송전을 벌였는데, 당시 애플이 노키아와 맺었던 라이선스 계약 내용을 안 전 부사장이 노키아 측과 소통하던 중 언급해 논란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당시 협약 내용을 유출한 혐의로 200만 달러의 벌금을 물기도 했다.

삼성전자에서 그의 이름은 2019년부터 사라진다. 이인정 부사장이 그해 IP팀장 신규 임원으로 승진하면서 안 전 부사장은 퇴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 그가 3년만에 ‘친정’을 상대로 소송을 건 것이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