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테크체인저]⑨전기차 시장엔 계급장 없다…GM vs 소니도 가능

발행일 2022-01-10 18:24:24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거리두기·재택근무·비대면 수업은 일상이 됐다. 팬데믹 3년째인 2022년에 접어들며 주목받는 기업과 기술도 과거와 달라지는 양상이다. <블로터>는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기업 오픈서베이에 설문조사를 의뢰해 '2022년 우리의 일상을 바꿀 기업·기술·기기는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소비자들의 생각을 들었다. <편집자주>
'이미 알고 있는 기술이나 기기'를 묻는 질의에서 상위 10개 응답 항목. 전기차가 90.0%로 가장 높았다.(사진=오픈서베이)


블로터 독자들과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참여 기업들의 선택은 일치했다. 일상생활을 바꿀 첨단기술로 '전기자동차'를 꼽았다는 것이다.

2022 테크체인저 설문조사에 참여한 패널들은 '이미 알고 있는 기술이나 기기'를 묻는 질의에서 전기차를 꼽은 비중이 90.0%에 달했다. 이는 보기로 제시된 항목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전동킥보드(85.9%), 5G(84.9%) 등 보급이 대중화된 기술까지도 뛰어넘었다. 직업 분석 단위 기준으로 살펴보면 타 집단 대비 경영·관리직 응답자가 전기차(97.3%), 자율주행(95.9%), 전동킥보드(94.5%)를 많이 선택했다.

'2022년에 우리의 일상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되는 기술 혹은 기기'를 선택해달라는 질의에서 전기차는 45.6%를 기록해 자율주행(63.2%)과 함께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그 뒤를 AI(45.1%), 드론배송(44.6%), 메타버스(44.3%) 등이 이었다. 전기차는 연령 기준으로 타 집단 대비 50대 응답자(55.2%)가 많이 꼽았고, 직업 기준으로는 경영·관리직 응답자(57.5%)가 주로 택했다.

이 같은 결과는 소비자들이 자동차에 단지 운송수단으로써의 기능만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율주행과 결합한 전기차는 주행뿐만 아니라 인포테인먼트(정보+엔터테인먼트)까지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전화, 문자 기능만을 담당했던 휴대폰이 인간의 다양한 활동을 매개하는 스마트폼이 된 변천사를 잇는 셈이다.

일본 소니의 변신이 이를 증명한다. 이번 CES 2022에서 소니는 올 봄 전기차 회사인 '소니모빌리티'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최고경영자(CEO)는 "이미지센싱, 클라우드, 5G, 엔터테인먼트 등 소니의 기술로 모빌리티를 재정의하겠다"고 말했다.

소니는 스마트폰 분야에선 쓴 실패를 맛봤다. 소니의 자회사였던 소니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즈는 지난해 4월 소니 MC사업본부로 흡수합병됐다. 그럼에도 소니 스마트폰 엑스페리아(Xperia)의 카메라 성능만큼은 호평받았다. 수십년간 쌓아온 광학 기술을 스마트폰뿐 아니라 전기차까지 확대하려고 한다. 소니는 CES 2022에서 전기차 프로토타입으로 세단 형태의 '비전-S 01', SUV 형태의 '비전-S 02'을 공개했다.

소니가 4일 CES 2022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처음 공개한 SUV 전기차 콘셉트 버전 비전S.(사진=김성진 기자)


'비전'이라는 제품명에 부합하듯 소니 비전-S는 고감도, 고정밀, 광다이내믹 레인지의 CMOS 이미지 센서(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빛을 전기적인 영상 신호로 바꾸는 센서)와 입체 공간을 3D로 파악하는 360도 LiDAR(라이더) 센서로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인식해 안전운전을 지원한다는 특징을 가장 먼저 내세운다. 사이드미러를 없애고 카메라 기반의 화면으로 대체했다.

그리고 스마트폰 사업을 통해 쌓은 기술로 저지연 전송(영상·제어 신호)과 통신 제어(감시·예측) 등 5G 환경을 구현하면서, 자택에 있는 플레이스테이션과 연동해 게임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소니의 구상이다. 소니가 쌓은 기술이 전기차에 총동원되는 것이다.

이처럼 전기차 시장에선 '계급장'이 없다. 전통의 완성차업체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함께 자웅을 겨룬다. 소니뿐 아니라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도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초미의 관심사로 꼽힌다. 애플은 2025년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완성차기업인 GM(제네럴모터스)은 CES 2022에서 약 350억 달러(약 42조원)를 투입해 전기차를 현재 2종에서 최소 30종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2년 안에 전기차 10종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크라이슬러는 2028년까지 내연기관을 버리고 순수 전기차 브랜드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5일(미 현지시간) 오후 12시에 진행된 부스 소개 행사에서 안내 직원이 SK온 배터리를 설명하고 있다.(사진=김성진 기자)


배터리 산업의 성장도 전망된다. SK그룹 6개 계열사는 CES 2022 부스에서 SK온의 전기차 배터리를 가장 앞단에 전시했다. SK온이 개발한 배터리는 니켈 함량이 90%로 효율이 좋다. 기존 내연기관 대비 탄소를 대량으로 감축 가능하다. 이미 포드사에 납품 계약을 맺은 이 배터리는 이번 CES 2022 전시에서 두 개의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전기차가 이미 현실로 다가온 기술이라면, 다음 단계인 수소차는 친환경 차량의 완성형으로 꼽힌다. 수소차 분야에선 한국의 리더십이 돋보인다. 한국은 지난해 수소전기차 판매 세계 1위, 수소연료전지 발전 세계 1위 기록을 세웠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세계 각국에 등록된 수소차의 총 판매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95.1% 증가한 1만6000대로 나타났다.

이 중 현대차는 넥소(1세대) 2021년형 모델 판매 증가로 전년비 46.1% 늘어난 8900대의 수소차를 판매해 점유율 55.0%(1위)를 차지했다. 일본 도요타는 미라이 2세대 신모델을 앞세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3.8% 증가한 5700대를 판매해 점유율 35.0%로 나타났다.

이 분야에선 국내 대기업들도 수소 생태계 확대 방안을 함께 추진한다는 '수소 동맹'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CES 2022에서 SK의 전시관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을 찾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사진을 게재하면서 "수소동맹 정의선 파이팅"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의 주도권이 지속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수소경제 이행을 위한 법률인 '수소법 개정안' 국회 상임위 통과가 최근 무산되면서다. 지난해 3월 열린 3차 수소경제위원회에 참석한 포스코, SK, 현대차 등 대기업은 2030년까지 수소경제 전 분야에 걸쳐 43조원 투자를 확정한 바 있다. 법안 통과가 지속 미뤄지면서 이 같은 구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정치권이 대선 이슈에 집중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기에 개정안 통과가 난망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번 2022 테크체인저 조사에선 수소차도 '우리의 일상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되는 기술 혹은 기기' 질의에서 선택률이 여섯 번째로 높은 36.5%를 차지했다. 모바일 기술에 이어 전기차, 수소차 등 첨단 모빌리티 분야를 국내 기업들이 선도하기를 바라는 국민이 많다는 뜻이다.

한편 <블로터>와 오픈서베이는 이번 설문조사에서 기업 부문은 블로터가 선정한 정보통신기술(ICT)·바이오 관련 국내·외 108개 기업 중 2022년 우리 일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되는 기업을 선택하도록 했다. 기술·기기 부문은 블로터가 선정한 47개 중 일상을 바꿀 것으로 생각되는 것을 선택하도록 했다. 기업과 기술·기기를 선택하는 데 개수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응답자가 아는 기업·기술·기기가 없거나 일상을 바꿀만한 기업·기술·기기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없음' 항목을 선택하도록 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오픈서베이의 20~50대 남녀 4318명 중 1000명이 응답했다. 응답률은 23.2%다. 10세 단위의 각 연령대별로 균등하게 250명의 패널이 응답하도록 했다. 표본오차는 ±3.10% 포인트(95% 신뢰수준)다. 이번 설문에 대한 자세한 결과는 [☞오픈서베이 결과 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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