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LG화학)
▲ (사진=LG화학)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소재 내재화율을 높이기 위해 세계 최대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건설한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 8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CATL에 이어 글로벌 점유율 2위 업체이다.

그런데 니켈과 코발트, 인조흑연 등 핵심 원료와 전구체 등은 중국 의존도가 높아 공급망 관리(SCM)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는 양극재와 음극재 등 희귀 광물을 사용하는 소재를 직접 생산하고, 동시에 원료업체와 지분 투자 또는 파트너십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게 필요하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이 글로벌 톱티어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핵심 소재의 내재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번 양극재 공장 건설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

LG화학은 11일 오전 구미컨벤션센터에서 구미 양극재 공장 착공식을 개최했다. LG화학은 구미 양극재 공장에 5000억원을 투자해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도 규모로 지을 계획이다.

생산량은 연간 6만톤 규모로 예상된다. 캐파는 글로벌 최대 규모이며, 연간 고성능 전기차 50만대 분량에 탑재할 수 있는 규모다. 구미공장은 NCMA(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양극재 전용라인으로 지어진다.

NCMA는 LG화학의 소재 기술력이 집약된 제품으로 니켈 함량이 90%에 달해 에너지 밀도가 매우 높다. 안전성을 높이는 소재인 알루미늄을 첨가해 안정성과 출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게 특징이다.

LG화학의 '배터리 내재화 전략'은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다. LG화학의 양극재 사업은 2016년 GS에너지의 자회사 GS이엠을 600억원에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GS그룹은 2010년 GS칼텍스가 대정이엠 지분 일부를 인수하면서 양극재 사업에 발을 들였다. 2013년 GS에너지가 대정이엠 지분을 모두 인수하면서 양극재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당시에는 배터리 시장에 대한 기대가 지금처럼 크지 않았는데, GS그룹이 LG그룹이 관련 사업을 헐값에 넘겼다.

LG화학은 양극재를 시작으로 음극바인더와 전해액첨가제, 분리막까지 내재화 소재를 확대했다. 이중 양극재와 분리막은 LG화학이 공을 들이고 있는 소재들이다. 양극재는 배터리 원가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고성능 전기차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배터리의 성능 또한 높아지고 있다. 니켈 비중이 높은 하이니켈 양극재 수요가 많다.

양극재에는 니켈과 리튬, 코발트 등 향후 '쇼티지'가 예상되는 소재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니켈은 광산업체들이 가격을 높이기 위해 추가 채굴에 나서지 않고 있어 향후 공급부족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배터리 업체들은 양극재 내재화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현재 LG화학의 양극재 캐파는 8만톤이다. LG화학은 국내 청주공장과 구미공장, 익산공장에서 양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화유코발트와 합작해 우시공장을 건설해 운영 중이다. LG화학은 2026년까지 양극재 캐파를 225% 늘릴 계획이다. 전기차 핵심 생산기지인 유럽과 미국에서도 양극재 공장건설이 전망된다.

앞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양극재 수요의 대부분을 LG화학에서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마진을 높이기 위해서는 핵심 원재료의 내재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캐파는 약 150GWh로 예상된다. 고성능 전기차 225만대에 배터리를 탑재할 수 있는 분량이다. 같은해 LG화학의 양극재 캐파는 8만톤이며, 전기차 66만4000대에 탑재할 수 있는 규모다. 약 29.5% 가량을 자체 조달할 수 있는 셈이다.

2025년 LG에너지솔루션은 캐파를 400GWh 규모로 확대한다. 전기차 600만대에 탑재할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 같은 시기 LG화학은 양극재 캐파를 26만톤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양극재 1톤당 8.3대의 전기차에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약 215만8000대에 탑재할 수 있다. 양극재 내재화 비율은 35.9%로 6% 포인트 가량 높아진다.

LG에너지솔루션은 양극재 부족분을 포스코케미칼과 벨기에 유미코아 등에서 조달하고 있다. 내재화 비율이 높아질 수록 납품사들의 매출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특히 포스코케미칼은 LG에너지솔루션의 공급사슬에 참여하면서 사세를 빠를게 키울 수 있었다. 그런데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소재 전략이 내재화로 기울면서 성장 속도도 더뎌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구미공장에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설비를 투자할 것"이라며 "급성장하는 전기차 배터리 소재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최고의 공장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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