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없다면

·리멤버를 운영하는 드라마앤컴퍼니가 지난달 1600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비즈니스 포털로 도약하기 위한 인재채용과 인수합병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가입자 수 350만명, 등록 명함 수 3억장 등 그동안 쌓아온 데이터를 활용해 채용뿐 아니라 비즈니스 매칭 서비스를 고도화한다고 하네요.

▲ (사진=리멤버)
▲ (사진=리멤버)

명함관리 앱 ‘리멤버’를 운영하는 드라마앤컴퍼니가 지난달 1600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사모투자펀드(PEF) 아크앤파트너스가 주도하고 사람인HR이 공동 투자자로 참여했는데요.

신생운용사인 아크앤파트너스가 이처럼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건 투자 전략에 기인합니다. 벤처캐피탈(VC)의 투자를 받은 회사들은 그 다음 단계인 기업공개를 하거나 PE(사모펀드) 등으로부터 더 큰 투자를 받기 위해 성장 자본이 필요한데요. 아크앤파트너스는 이 중간 과정에서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성장하는 기업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이로써 주주 구성에도 변동이 생겼는데요. 아크앤파트너스가 1대 주주로 올라섰고요. 기존 주주인 라인플러스가 2대 주주, 사람인HR이 3대 주주가 됐습니다. 창업자인 최재호 대표는 이사회 의석 절반을 보유하며 지속적으로 경영을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가입자 수 350만명, 등록 명함 수 3억장의 경쟁력은?
리멤버 측은 해당 투자금을 기반으로 ‘비즈니스 포털’로의 도약을 위한 ‘인재채용’과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했는데요.

아크앤파트너스 측도 “종합 비즈니스 포털로 진화하고 있는 리멤버의 높은 성장 가능성을 보고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며 “2500만명의 경제활동인구가 모두 쓰는 서비스로 빠르게 커나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종합 비즈니스 포털’은 무슨 그림일까요? 리멤버는 명함관리 앱에서 → 채용 플랫폼으로 진화해왔는데 → 궁극적으론 비즈니스를 할 때 필요한 사람과 정보를 모두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의 진화를 꿈꾸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까지 명함관리 서비스 외에 △커리어(경력직 인재검색) △커뮤니티(고민과 지식 교류) △나우(데일리 경제·경영 콘텐츠) 등 3가지 서비스를 론칭했는데요.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리멤버 관계자는 “나중엔 채용을 위해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비즈니스를 하다보면 사람을 찾을 일들이 있을 수 있잖아요. 예를 들어 내가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디자인 에이전시가 필요하면 지금은 알음알음 찾겠지만 리멤버는 이용자들 정보를 다 갖고 있으니 우리 회사랑 가장 잘 맞는 디자인 에이전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이용자 정보’를 기반으로 한 ‘이용자 간 매칭’이 중요한 셈인데요. 일단 이용자 풀을 보겠습니다. 가입자 수가 2013년 창업 이래 누적 350만명입니다. 주로 비교되는 플랫폼들과 비교했을 때 높은 편인데요. 서비스에 차이가 있지만 △원티드는 200만명(한국, 아시아 5개국) △블라인드는 한국 360만명(미국 포함 500만명)의 가입자 수를 각각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리멤버의 경우 350만명의 가입자들이 등록한 명함이 3억장인데요. 명함 정보엔 회사, 부서, 직책, 주소 등이 담겨있죠. 변경 업데이트도 가능하고요.

이용자들이 명함 외 프로필 등록을 하면 경력, 전문분야, 스킬 등의 데이터도 차곡차곡 쌓입니다. 이력서를 따로 첨부할 필요없이 입력하면 이력서로 뽑아낼 수 있게 해놨죠. 그대로 커리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요. 이 ‘프로필’을 리멤버는 최대 강점으로 보고 있는데요. 단순히 로그인만 하고 이메일 주소만 남긴 회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많은 데이터를 주는 회원이죠.

▲ (사진=리멤버 앱)
▲ (사진=리멤버 앱)

커리어에 등록된 프로필은 80만명인데요. 더 큰 경쟁력은 이들이 현 직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현직자’이자 기업의 ‘핵심인재’들이라는 겁니다.

커리어 주 이용층은 지난해 4월 기준 3040직장인이 68%입니다. 과장~부장급이 59%를 차지하고요. 대기업 인재 수가 29만1000명, 전문직(경영·금융, 의료, 법률, 회계·세무) 인재 수가 13만9000명입니다. 주로 잡포털 방문경험은 없지만, 좋은 기회가 온다면 이직하겠다는 ‘전문성 높은 소극적 구직자’들인데요. 그리고 이들이 주로 리멤버 내에서 인맥관리, 지식교류, 뉴스소비 등을 해왔습니다. 커리어적 성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이죠. 기업과 헤드헌터 등의 입장에서 매력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통해 리멤버가 확보한 건 ‘경력직 채용 시장’의 문제를 풀 수 있는 핵심 집단인데요. 최근 채용 시장의 메가트렌드는 신입 대신 경력, 공채 대신 수시 채용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하네요. 경력직 채용은 ‘스카우트’가 핵심입니다. 경력직 자체가 현직자를 데려오는 수고를 해야 하는데요. 공고를 올린다고 알아서 인재가 찾아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사람인이 지난해 말 기업 397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근 2년 내 △경력직원 위주 채용이 65.5% △신입직원 위주 채용이 34.5%로 나타났습니다. 응답 기업의 82.9%는 수시채용을 진행했다고 답했고요. 코로나19로 인한 채용 변화(복수응답)는 △경력직 채용 비중 증가 41.7% △수시채용 확대 33% △채용 규모 축소 27.2% 순이었습니다.

AI 기술로 '인재매칭'뿐 아니라 추가적인 '비즈니스 연결' 고민
명함관리 앱으로 양질의 데이터를 쌓아왔지만 지금까지 리멤버는 적자 행진을 이어왔습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당기순손실이 △2018년 106억원 △2019년 87억원 △2020년 117억원입니다. 다만 매출이 각각 △1억4000만원 △3억4000만원 △19억7000만원으로 큰 폭의 성장을 이뤘는데요.

이와 관련해 최 대표는 “수익모델은 채용사업과 광고사업 중심으로 잘 성장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적자인 것은 맞지만 현재까지는 제품 개발을 통한 이용자 규모 확보 및 사업모델 검증을 위해 투자하는 시기였다고 생각하고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매출 창출 속도를 빠르게 가져갈 것입니다”라고 답했습니다.

▲ 리멤버 매출과 당기순손실. (표=전자공시시스템에서 발췌해 가공) 
▲ 리멤버 매출과 당기순손실. (표=전자공시시스템에서 발췌해 가공) 

그나마 매출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는 건 그간 쌓아온 데이터가 빛을 봤다는 것이고, 수익모델이 주효했다는 건데요. 먼저 ‘리멤버 타깃팅 광고상품’의 경우 높은 단가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합니다. 기업 내 의사결정 권한이 있는 이들과 구매력이 높은 이들이 리멤버 이용자 풀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 외 기업용 명함관리 솔루션 ‘리멤버 팀 명함첩’으로도 유료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채용사업과 관련해선 커리어 ‘인재검색기능’과 ‘채용공고기능’ 등이 유료인데요. 이를 통한 인재 스카우트 제안이 지난해 8월 커리어 서비스 출시 1년 반만에 100만건을 돌파했습니다. 매칭을 잘 했다는 거겠죠. 채용 플랫폼은 매칭이 잘 될 수록 높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인데요. 수수료를 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적의 매칭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투자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그래서 리멤버는 이번 투자금도 관련 ‘인재채용’에도 적극 쓸 것이라 밝혔는데요. 현재 모든 직군에서 공격적인 채용을 진행 중이지만 특히 제품 개발자 및 AI(인공지능) 연구원 등 엔지니어 직군 채용을 현재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리멤버는 ‘빅데이터센터 AI랩’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현재 리크루터가 채용하고자 하는 인재를 더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인재매칭 AI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직무적합도, 회사적합도, 이직가능성, 구직자선호사항 등 여러 기능들을 개발해 리크루터에게 적합한 구직자를 추천하려 하죠. 프로필에 적는 ‘스킬’ 정보 또한 조합에 따라 다른 직무를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개발을 위한 중요한 정보 가운데 하나라고 합니다.

더불어 회사 정보가 담긴 3억장의 명함에 리멤버가 운용하고 있는 120만개의 회사 메타데이터를 매핑해 채용, 거래처, 커뮤니티 등 비즈니스 연결을 만들어 내려 하는데요.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서 역할하기 위해 중요한 것이 비즈니스 영역 주요 플레이어인 ‘회사’라고 보기 때문이죠.

예컨대 지금도 앱에 ‘명함 지도’ 기능이 있는데요. 지도를 열면 내 계정에 등록된 명함에 있는 주소 위치가 표시됩니다. 외근 나간 김에 주변 비즈니스 인맥들에게 연락 한번 해보라는 거죠.

리멤버는 추가적으로 비즈니스 포털로 진화해 나가는 데 있어 필요한 모든 서비스 영역에 대한 인수합병도 계획 중이라고 합니다. 3대 주주가 된 사람인HR과는 향후 채용사업에서 시너지 효과를 모색하려 하고요.

사람인HR도 현재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데이터를 모아왔는데요. △정규직 채용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과 방대한 기업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뿐 아니라 △개발자 취업 플랫폼 ‘점핏’ △HR 컨설팅 파트너 ‘사람인 컨설팅’ △HR연구 및 기업 콘텐츠 연구 등을 하는 ‘HR연구소’ 등이 대표적인 서비스입니다. 이 외에도 인적성상품, 채용절차관리시스템(Applicant Tracking System), 오프라인 인재파견·헤드헌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올해 목표는 뭘까요. 최 대표는 커리어, 커뮤니티, 나우 3가지 서비스가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며 각각의 올해 목표를 전했습니다.

“커리어는 전 산업군과 전 직무를 아우르는 경력직 구인구직의 대표 플랫폼으로 발돋움 할 것으로 기대되고요. 커뮤니티는 올해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대표적 지식 교류의 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나우는 경제·비즈니스 콘텐츠를 소비하는 새로운 표준을 올해 제시하고자 하고요.”

MAU(월 순방문자수)를 보면 리멤버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데요.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3월을 기준으로 관련 시장 플레이어들의 MAU는 △리멤버 102만명 △원티드 14만명 △링크드인 21만명 △블라인드 112만명 △사람인 141만명 등을 기록했습니다. 3월은 관련 플랫폼들의 MAU가 가장 높은 달이었습니다.

▲ (그래프=모바일인덱스로부터 받은 데이터 가공)
▲ (그래프=모바일인덱스로부터 받은 데이터 가공)

다만 아우르는 산업과 직무 범위가 넓어지면 차별성이나 경쟁력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AI와 버티컬(특정 분야) 기반 채용 플랫폼으로 포지션을 잡고 가는 곳들이 최근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잡코리아’도 그렇고요. ‘원티드’, ‘로켓펀치’ 등이 그렇죠. 원티드는 현업 전문가들의 인사이트를 텍스트뿐 아니라 VOD(주문형비디오) 서비스로 제공하는 구독 모델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콘텐츠에서 시작해 커리어, 채용 플랫폼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는 ‘퍼블리’도 있고요. 블라인드도 채용 플랫폼 ‘블라인드 하이어’를 따로 내놨죠.

이 외에도 최근 커뮤니티 기반 생산·기능직 전문 채용 플랫폼 ‘고초대졸닷컴’, 경력 검증 기반 보상형 채용 플랫폼 ‘잡브레인’, 채용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는 디자인 포트폴리오 플랫폼 ‘노트폴리오’ 등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리멤버가 이들 사이에서 이용자들을 제대로 잡아놓을 수 있는 유인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을지, 커리어 주 이용층을 확장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생각해 볼 문제

·과거 리멤버는 메신저, 인맥라운지 등의 기능도 시도했지만 반응이 좋지 않았습니다. 명함 지도 기능도 신선하지만 잘 활용되고 있는지에는 물음표가 붙습니다. 앞으로는 또 비즈니스 연결을 위해 어떤 기능을 추가할까요?
·현재 리멤버는 라인과 일본판 리멤버 '마이브릿지'를 론칭해 서비스하고 있는데요. 앞으로도 해외 사업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합니다. 현재 각 나라별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사실 리멤버가 처음부터 목표로 한 건 '아시아형 링크드인'입니다. 명함으로 글로벌을 연결하는 서비스도 과연 나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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