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이상 문제없이 착용한 애플워치가 손목에 어느 날 궤양을 일으켰다면? 애플은 "기기 결함이 아니니 보상은 불가하다"는 입장. 그러나 피해자는 "보상보다는 애플의 무성의한 대응에 화가 난다"고 지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내에서는 앞서 비슷한 사례를 겪은 여러 사용자들이 있으며, 그들 모두 공통적으로 애플의 응대 태도를 비판했다.

애플워치4 사용자 A씨는 올해 초 헬스장에 다녀왔다가 이상한 일을 겪었다. 2시간가량 운동 후 귀가해 착용한 애플워치를 풀어보니 손목에 얇은 막과 갈색 점이 생긴 것.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이 상처는 다음 날 오전 수포로, 저녁 무렵에는 애플워치4 센서 모양으로 붉어지더니 진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상처는 살갗이 약 5mm 깊이로 파인 상태였다.

▲ 애플워치 착용 후 생긴 피부 궤양 증세로 곪은 손목 (사진=A씨 제공)
▲ 애플워치 착용 후 생긴 피부 궤양 증세로 곪은 손목 (사진=A씨 제공)

A씨는 "처음엔 따갑고 가려워 상처용 연고를 발랐는데 진물이 가라앉지 않아 피부과 진단을 받았다"며 "의사도 상처 부위와 애플워치의 센서 위치가 같다는 점을 확인해줬다"고 말했다. 이후 A씨가 상급병원에서 진단받은 병명은 '피부의 궤양 및 기타 피부병의 농가진화'. 궤양은 피부나 점막이 짓무르는 증상이며 농가진화는 피부병 부위에 감염이 일어나 고름과 딱지가 생기는 증상이다. 상급병원 소견서에는 "향후 색소침착, 피부 위축 등의 흉터가 남을 수 있다"고 적혔다.

▲ 피부 궤양을 진단하며 흉터가 남을 수 있다는 의사의 소견서 (사진=A씨 제공)
▲ 피부 궤양을 진단하며 흉터가 남을 수 있다는 의사의 소견서 (사진=A씨 제공)

평소와 다르지 않은 착용 환경에서 발생한 사고지만 애플의 대응은 A씨 예상과 달랐다. 이 문제로 약 4일에 걸쳐 여러 상담사와 대화를 나눴지만 돌아온 답은 "보상을 해줄 수 없다"는 것. 애플워치의 기기 문제는 절대 아니란 입장이다. 다음은 A씨와 애플 상담센터의 대화 중 일부를 갈무리한 것이다.

애플: 애플워치는 소재의 특성상 민감한 피부에서는 알러지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A: 이미 3년 이상 착용한 제품인데, 그사이 기기나 내 팔의 성분이 변했다는 건가?

애플: 그렇다면 선크림이나 땀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것일 수 있다.

A: 착용 후 운동이 가능한 제품인데 선크림이나 땀의 영향을 받을 수 있나?

애플: 사용자 피부와 맞지 않을 수 있으니 제3사의 케이스나 필름 부착을 권한다.

A: 만약 제3사의 케이스나 필름을 사용했다면 그게 원인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애플: 애플 안전부서에 따르면 기기 문제가 아니며, 교체 대상도 아니다. 교체 후에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케이스를 씌우거나 사용을 중단하길 바란다.


애플 측의 설명은 사용 중 언제든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블로터>에서 애플워치 제품군의 '중요한 안전 정보' 항목을 확인해본 결과 '장시간의 열 노출' 및 '피부 민감성' 항목에는 △따뜻한 표면과 접촉이 지속되면 불편함을 느끼거나 상해를 입을 수 있다 △애플워치3나 4는 셀룰러 이용 시 발열이 발생할 수 있다 △애플워치가 불편할 정도로 뜨거워지면 착용을 중단하라 △비누, 땀과 같은 자극에 대한 장시간의 노출, 알레르기, 환경적 요인 또는 기타 요인에 대한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등이 명시돼 있다.

또 애플이 명시한 애플워치 사용 온도 범위는 -20°~45°C 사이다. 고열 상태가 지속될 경우 일부 기능의 중단을 통해 내부 온도가 조절되며, 사용 환경이 정상 온도보다 높으면 온도에 대한 경고가 표시된다. 애플이 '기기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는 대목이다.

▲ 애플워치 사용에 대한 부작용 고지항목 (자료=애플)
▲ 애플워치 사용에 대한 부작용 고지항목 (자료=애플)

그러나 A씨는 "당일 평소처럼 착용하고 가벼운 웨이트 트레이닝을 즐겼을 뿐"이라며 "온도 변화는 느끼지 못했고 고온 상황에 대한 경고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애플의 무성의한 대응은 대단히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A씨와 같은 상황은 특이 케이스로 보기 어렵다. 이미 오래 전부터 애플워치 사용 후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는 이용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지난해 9월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국내에선 애플워치3, 애플워치6를 구입 후 장시간 착용하는 과정에서 A씨와 동일하게 피부가 화상을 입고 진물이 나는 증상을 겪은 이들이 있다. 애플 기기 사용자 커뮤니티인 '맥쓰사', 인터넷커뮤니티 '클리앙', 심지어 이번 피해 상황을 호소한 A씨의 SNS에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지인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들은 보상보다는 한결같이 애플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사용자는 "애플은 어떤 고객센터든 매뉴얼에 없는 사항은 처리할 권한도, 조사할 이유도 없는 것 같다"면서 "눈앞에서 화상이 생기는 모습을 재현에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 A씨와 유사한 사례를 겪은 애플워치 사용자들 (자료=SNS 갈무리)
▲ A씨와 유사한 사례를 겪은 애플워치 사용자들 (자료=SNS 갈무리)

애플식 '모르쇠' 응대에 지속되는 비판…"대기업다운 면모 보여야"
애플은 이 밖에도 자사의 기기결함 문제를 인정하는 부분에 있어 보수적인 면모를 보인다. 지난해 가을 국내에 출시한 아이폰13 일부 사용자들 사이에서 장시간 통화품질 불량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애플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외에 아무런 대응도 하고 있지 않다. 이용자들이 항의해도 '기기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 중이다. 2017년에는 아이폰7 레드컬러 모델에서 물빠짐, 이염 현상으로 문제를 제기한 여러 이용자들이 있었지만 역시 애플 측의 인정이나 보상을 받지 못했다.

애플의 이 같은 기조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2010년 '아이폰4' 출시 당시 불거진 '안테나게이트' 사건이다. 측면이 금속 처리된 아이폰4를 일반적으로 잡고 통화할 때 수신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자 당시 애플은 "안테나 부위를 피해서 잡으라"고 대응해 국제적으로 빈축을 산 사건이다.

A씨는 <블로터>에 "애플의 대응 방식부터 반드시 바뀌었으면 좋겠다"며 "인터넷을 조금만 찾아봐도 비슷한 사례가 한둘이 아닌데 애플은 그저 기기 결함이 아니라는 주장만 펼친다"며 "그동안 상해를 입은 사람들의 사례를 잘 분석하고,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안내했다면 이 같은 피해들이 조금이나마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작용 발생 가능성에 대해 고지만 하고 '모른 척'하는 건 글로벌 대기업답지 않은 처사 아니냐"며 "상처는 직접 치료하고 흉터는 함께 살 수도 있지만 이번에 겪은 스트레스가 커 애플 기기는 이제 사지 않을 작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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