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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대량 매도로 이른바 '먹튀' 논란에 휩싸인 류영준 카카오 공동대표 내정자는 지난 10일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카카오페이의 대표를 맡고 있던 류 대표는 지난해 11월 여민수 현 공동대표와 함께 카카오의 차기 공동대표로 내정됐었습니다. 하지만 카카오페이가 상장된지 약 한 달 만인 12월 10일 임원들과 함께 회사 주식 900억원어치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해 469억원의 차익을 거두면서 먹튀 논란이 일었고 사퇴요구가 이어졌습니다.

▲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카카오 사무실. (사진=카카오)
▲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카카오 사무실. (사진=카카오)

카카오의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됐던 류 대표가 먹튀 논란 끝에 스스로 물러나면서 카카오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카카오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인 김범수 의장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입니다. 김 의장은 창업 초기부터 전문경영인을 선임해 회사의 경영을 맡기고 자신은 큰 전략을 그리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가 이제껏 카카오의 CEO 자리에 앉혔던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크게 개발·법조·재무 전문가로 요약됩니다.

김 의장이 지난 2006년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을 설립하며 첫 CEO로 낙점한 인물은 이제범 전 대표입니다.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출신으로 김 의장과 동문인 이 전 대표는 인터넷 솔루션 분야에서 개발을 했던 인물입니다. 창업초기부터 카카오에 합류해 회사가 카카오톡을 준비하고 키워가는 과정을 함께 했습니다. 김 의장은 개발 경험을 갖췄고 차분하면서도 중요한 순간에는 단호하고 추진력을 갖춘 이 전 대표가 CEO로 적격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후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이하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하면서 법조와 재무 전문가 CEO들이 등장합니다. 당시 다음을 이끌던 최세훈 대표는 다음과 라이코스코리아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낸 재무 전문가입니다. 합병 전부터 이 전 대표의 뒤를 이어 카카오를 이끌던 인물은 이석우 전 대표입니다. 중앙일보 기자로 출발한 그는 미국 로펌의 변호사에 이어 NHN을 거쳐 카카오로 합류했습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카카오를 이끌었습니다. 카카오톡에 게임 플랫폼이 추가되면서 단숨에 국민 모바일 메신저로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했습니다. 그는 이제범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 체제로 회사를 운영했습니다. 이제범 대표가 모바일 플랫폼 전략에 힘을 쏟은 반면 언론·법조 분야에 몸을 담았던 이석우 대표는 마케팅과 대외 커뮤니케이션 분야를 주로 맡았습니다.

카카오와 다음이 합병하면서 최세훈·이석우 공동대표 체제가 꾸려졌지만 이는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김 의장은 2015년 당시 35세(1980년생)의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를 다음카카오의 CEO 자리에 앉혔습니다. 임 전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NHN 기획실, 보스턴 컨설팅 그룹 컨설턴트를 거쳐 소프트뱅크벤처스 수석심사역을 지낸 후 케이큐브벤처스에 합류했습니다. 재무 및 투자 전문가로 볼 수 있습니다. 그는 김 의장과의 특별한 인연도 있습니다. 둘은 NHN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김 의장은 눈여겨봤던 임 전 대표를 사재를 털어 설립한 케이큐브벤처스 대표에 앉혔고 이어 다음카카오의 대표까지 맡겼죠.

임 대표 체제도 2년 반만에 막을 내렸고 이후 카카오의 CEO는 변화를 맞이합니다. 2018년 조수용·여민수 공동대표 체제로 출범했는데 이들은 과거 법조·재무 전문 CEO들과 달리 각자의 전문 서비스 분야가 있습니다. 조 대표는 프리챌 디자인센터장과 NHN 마케팅·디자인총괄본부장을 지냈습니다. 여 대표는 이베이코리아와 LG전자 등을 거치며 광고와 마케팅 영역에서 전문성을 쌓았습니다. 두 대표들은 각 분야에서 회사를 이끌며 성과를 인정받아 2020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연임되기도 했습니다. 조수용·여민수 대표가 회사를 이끄는 기간동안 회사는 눈부신 성장을 했습니다.

카카오의 연결기준 연간 매출은 2018년 2조4170억원에서 2020년 4조1568억원으로 약 72% 증가했습니다. 연간 매출의 앞 자리가 3년 동안 두 번 바뀌며 매출 4조원 시대를 열었습니다. 같은기간 영업이익은 729억원에서 4559억원으로 525% 뛰었습니다. 1000억원대의 매출을 낸 2016~2017년에 비해 2018년에 특히 영업이익이 부진했던 기저효과는 있지만 영업이익에서도 눈부신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김 의장은 여민수·류영준 체제로 서비스 전문 CEO 2기 체제를 이어가려고 했지만 이번 사태로 제동이 걸렸습니다. 전문성뿐만 아니라 도덕성까지 갖춘 CEO를 찾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새 CEO를 찾고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것도 김 의장의 숙제입니다.

카카오는 지난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겪었습니다. 국내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해외는 시장 조사를 하고 현지에서 파트너를 찾고 맞춤형 서비스나 콘텐츠를 구상해야 하는 등 국내보다 많은 인력과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대대적인 투자를 각오해야겠죠.

우선 투자 여력은 충분해보입니다. 카카오의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3조4336억원입니다. 단기금융상품 9414억원도 보유했습니다. 현금도 꾸준히 유입되고 있습니다. 3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플러스(+) 7647억원으로 2020년 3분기(6688억원)보다 플러스 폭이 약 1000억원 증가했습니다.

한국기업평가의 기업별 제무재표에 따르면 카카오의 2021년 3분기 총차입금은 5973억5600만원입니다. 차입금은 일정 기간 내에 원금을 상환하며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채무 계약에 따라 조달된 자금으로, 기업이 운영과 투자에 쓰기 위해 빌린 돈입니다. 카카오는 빌린돈은 약 6000억원이지만 보유한 현금만 3조원이 넘죠. 투자를 하기에 앞서 차입금도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강력한 광고 플랫폼 역할을 하는 카카오톡을 보유했기에 꾸준히 현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기에 보다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습니다.

생각해 볼 문제

•카카오가 현재 추진 중인 해외 사업 중 눈에 띄는 것은 웹툰입니다. 네이버와의 해외 웹툰 시장 경쟁에서 카카오는 어떤 차별화 전략을 선보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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