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포스코)
▲ (사진=포스코)

포스코가 지난해 철강사업에서만 6조60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이며 사상최대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률은 16.5%에 달해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을 3배 이상 상회했다. 철광석과 연료탄 등 원재료를 전량 해외에서 조달하는 철강사업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경이로울 정도다.

하지만 포스코의 PER(주가수익비율)은 역대급으로 저평가된 상황이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EPS)로 나눈 값으로, 주가가 한주당 수익의 몇 배가 되는지 나타낸 지표다. PER이 낮다는 건 기업이 주주의 요구수익률을 초과하는 이익을 창출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최근 포스코의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됐거나 회사의 본질가치를 벗어난 상황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포스코의 별도 기준 PER은 6.49배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30일 포스코의 종가는 33만3000원, EPS는 2만1105원을 기록했다. 연결 기준 PER은 4.94배, EPS는 2만7868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9월 포스코의 연결 기준 EPS와 PER는 5339원, 17.95배이다. 별도 기준 EPS와 PER은 각각 2074원, 169.89배를 기록했다.

2020년 9월 이후 포스코의 EPS는 10배 이상 높아졌지만, PER은 10배 미만으로 낮아졌다. PER이 낮다는 것은 기업이 거둔 실적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것을 뜻한다. 통상 PER이 10배 이하이면 저평가됐다고 본다.

연간으로 살펴보면 포스코의 PER은 이례적으로 낮은 상황이다. 2016년 이후 포스코의 별도 및 연결 기준 PER이 10배 미만으로 하락한 해는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별도 기준 연평균 PER은 17.16배였다. 연 평균 EPS는 1만7037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결과 EPS는 전년(1만1078원)보다 약 450% 오른 6만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PER은 4.98배로 낮아져 역대급으로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결 기준으로 봐도 이 같은 흐름은 유사하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연결 기준 연 평균 PER은 13.08배, 연 평균 EPS는 2만129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EPS와 PER은 각각 7만5835원, 4.02배를 기록할 전망이다.

포스코는 지난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2021년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76조4000억원, 영업이익은 9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각각 32.1%, 283.8% 증가했다. 별도 기준 매출은 39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6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0.6%, 484.6% 증가했다.

PER은 주가 수준이 적정한지 판단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이다. 현재 주가를 예상 순이익으로 나누는 이유는 주가가 미래 경영실적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재무분석가들은 PER이 현저하게 높거나 낮은 경우에는 주가가 기업의 본질가치를 벗어난 것으로 평가한다. 이와 함께 주식을 팔거나 살 것을 추천한다.

이유는 PER이 과거 PER의 일정 범위에서 이탈하였거나 국내외 경쟁기업의 PER 수준에 비해 현저히 다른 경우 주가가 회사의 본질가치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포스코의 PER은 현대제철(7.25배), KG동부제철(7.99배)보다 낮은 상황이다.

포스코의 중기배당정책은 지배지분 연결순이익의 30% 수준을 배당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5일 주주서한을 통해 기업가치 증대를 고려해 최소 주당 1만원 이상 배당하기로 했다. 주주친화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지만, 주주들은 포스코 주식이 초과이익을 창출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제철과 KG동부제철보다 박하게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포스코의 PER이 낮은 이유로 '철강업 디스카운트'를 보고 있다. 철강업과 화학업 등 중후장대 산업은 기간산업으로 국가 산업에 기여도가 크다. 하지만 주주들은 중후장대 산업의 성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이미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초과이익을 창출해 주주에게 기여할 것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중후장대 산업은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평가받고 있어 탄소중립 시대 기업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지난해 말 코스피가 유난히 약세였던 영향도 있다. 지난해 말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상승세를 보인 반면 코스피는 연일 약세를 보였다. 3000선 안팎을 아슬아슬 오가는 실정이다. 주주들의 투자심리가 전기차와 2차전지, 배터리 소재 등 미래 성장성이 높은 사업에 몰린 점도 영향이다. 반면 철강업종에는 이러한 기대심리가 거의 없다.

이는 PBR(주가순자산비율)을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PBR은 기업의 자산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로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BPS)로 나눈 비율이다. 즉 주가가 순자산(자본금,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에 비해 1주당 몇 배로 거래되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다. PBR이 1미만이라는 것은 주가가 장부상 순자산가치에도 못 미친다는 뜻이다.

 

포스코의 연결 기준 PBR은 2016년 이래 꾸준히 1미만이었다. 0.5를 넘었던 해도 2017년밖에 없었다. 이를 고려하면 포스코의 주가는 항상 저평가됐다는 의미이다. 현대제철과 동부제철, 동국제강도 PBR이 0.5 미만이다.

PBR이 1 미만인 기업을 흔히 자산주라고 한다. 해당 기업의 평가가 매우 비판적이며, 기업이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는 ROE(자기자본이익률)가 시장에서 평균 이하이며, 수익성도 향후 하락할 것으로 평가받는다는 뜻이다. 

즉 포스코는 '철강업 디스카운트'를 매우 크게 받고 있는 셈이다. 이전까지 포스코는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면서 2차전지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를 글로벌 수준으로 키웠다. 최근 미국 GM과 합작사를 설립할 정도로 배터리 소재 사업의 위상이 높아졌다. 아르헨티나 수산화리튬 광산 '옴브레 무에르또(hombre muerto)를 인수해 국내외에서 리튬을 조달하고 있으며, 니켈 등 핵심 원료를 직접 생산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글로벌 상사기업이며, 미얀마에서 천연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이렇듯 다양한 사업을 직접 지배하고 있지만, 철강업 디스카운트로 인해 항상 저평가돼 왔던 것이다.

▲ 최정우 포스코 회장.(사진=포스코)
▲ 최정우 포스코 회장.(사진=포스코)

경영관리의 전문가 설명에 따르면 최고경영자는 자사의 주식이 저평가됐을 때 자사주를 사기보다 대안을 찾아야 한다. 시장의 비판적인 평가를 해결하고, 이를 해결할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불필요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지 생산성을 향산시키거나 주주의 기대수익률이 지나치게 높은 건 아닌지 고심해야 하는것이다.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것도 대안이다. 이런 점에서 포스코는 철강업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지주사 전환을 추진했고, △2차전지 소재 △배터리 원료 △무역 △에너지 등 각 사업의 기업가치를 지주사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포스코를 물적분할해 철강회사를 사업회사로 만드는 계획이다. 신설법인 포스코를 상장하지 않는다면 포스코홀딩스는 신성장동력의 기업가치에 철강사업까지 더할 수 있다. '철강업 저평가'를 해소할 수 있다면 포스코홀딩스는 현재보다 주가가 더 높아질 동력이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와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 성향이 가치주에 쏠리면서 중후장대 주식의 저평가는 더 해지고 있다"며 "지난해 역대급 영업실적을 냈지만, 주가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하고, 코스피 변동을 쫓아간 게 한 예"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물적분할이 주주에게 부정적 이슈지만, 상장을 고려했을 때만 부정적일 것이며, 상장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기존 주주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