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반도체’라 불리며 삼성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떠오른 바이오. 그 중심엔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사장)가 있다. 존림 대표는 2020년 12월 16일에 취임해 삼성의 바이오사업을 1년 넘게 이끌었다. 경영 1년을 꽉 채운 존림 대표가 13일 미디어 앞에 섰다. “글로벌 1위 바이오기업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출사표로 던졌던 그의 포부가 얼마큼 실현됐는지, 또 올해 어떻게 뛸 수 있을지 살펴본다.<편집자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핵심 사업은 단연 바이오의약품의 위탁개발생산(CDMO)이다. CDMO 사업은 삼성그룹의 대들보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구조가 비슷하다. CDMO의 성패도 파운드리처럼 생산설비의 규모·기술력에 달려있다. 이 역량이 갖춰져야 고객사에 신뢰를 안겨주는 게 가능하다. 신뢰는 사업 수주와 직결된다. 존림 대표가 이날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핵심 사업성과 중 하나로 ‘제4공장 조기 가동’을 꼽은 이유다. 제조산업에 대한 이해가 깊은 삼성그룹의 역량이 4공장 설립에 총집결됐다.

존림 대표는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성장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단일공장 세계 최대 생산 능력을 자체 경신하는 4공장을 건설 중”이라며 “2023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었으나 이를 계획보다 6개월 앞당겨 올 10월부터 6만L에 해당하는 시설을 부분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송도 4공장 조감도.(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송도 4공장 조감도.(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0년 11월부터 인천 송도 글로벌캠퍼스에 4공장을 짓고 있다. 글로벌 백신 허브화 거점으로 떠오른 인천 송도 국제도시에 1공장(3만L)·2공장(15만4000L)·3공장(18만L)을 가동하고 있다. 이 중 3공장은 현재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생산시설이다. 4공장의 예상 연간 생산량은 25만6000L로, 완성된다면 자체 기록을 스스로 넘어서게 된다.

4공장 설립은 1조7400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이다. 통상적으로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은 설립부터 가동까지 약 4년이 소요된다. 존림 대표는 “경쟁사와 달리 우리는 (4공장의) 가동 시점을 약 40% 앞당겼다”며 “완전가동은 2023년 2분기로 예상한다”고 했다.

4공장의 조기 가동은 선수주계약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4공장의 가동 전부터 이미 3개 글로벌 제약사와 5개 의약품에 대한 수주 계약을 맺었다. 또 약 20개의 기업과 30종 제품에 대한 생산도 논의 중이다. 빠르게 가동될수록 시장 선점 효과가 뚜렷해지는 셈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처럼 생산시설을 조기에 가동할 수 있었던 배경엔 삼성그룹의 역량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팹리스)으로부터 수주를 받아 제품을 생산하는 파운드리처럼 CDMO 역시 대형 제약사(Big Pharma·빅파마)와 협력해 제품을 생산하는 구조다. 제조기업인 삼성전자의 사례를 통해 삼성그룹은 생산시설의 중요성을 여타 그룹보다 확실히 이해하고 있다.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반도체·스마트폰·가전 등 다양한 생산 시설을 구축·운용하고 있다. 분야는 다르지만 그간 쌓아온 공정 최적화 기술이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의 조기 가동이란 성과로 이어졌단 견해가 나온다. 파운드리 사업을 영위했던 경험을 통해 CDMO 생산시설 가동 시점에 대한 중요성을 그룹 차원에서도 인지, 자원을 아낌없이 투입했다는 후문이다. 재계관계자는 “바이오산업은 삼성그룹이 꼽은 차세대 먹거리”라며 “삼성전자를 비롯한 다양한 계열사가 쌓은 역량을 통해 공정 최적화를 진행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존림 대표 역시 이 같은 그룹 내 역량을 언급했다. 그는 “우리의 경쟁력은 공장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지을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이 부분은 경쟁사 대비 대단한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사장)가 13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2022년도 사업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사장)가 13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2022년도 사업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그룹 내 이해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배경으론 삼성바이오로직스 성과가 꼽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실적은 2020년 연간 수주 성과를 이미 초과 달성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61건의 CMO 계약을 체결했다. 2020년엔 57건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1~3공장은 현재 완전 가동에 가까운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여기에 더해 송도 5·6공장의 건설 계획도 세우고 있다. 두 생산시설엔 2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이 중 5공장은 올해 상반기 착공해 2023년 부분 생산에 돌입한다. 5공장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세포치료제 등의 방식으로 개발된 바이오의약품이 생산된다. 백신 및 세포·유전자 치료제는 차세대 CDMO 사업으로 꼽힌다. 존림 대표는 “세포치료제 시장이 CDMO 측면에서는 현재 규모 자체는 작지만,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지난해 11월 용지 매입에 들어갔고 올해 상반기 착공, 세포치료제(CGT) 생산이 가능한 공장을 지어 2023년 연말에 가동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사업 외연 확장에 성공하면서 기업의 위상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존림 대표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 앞서 ‘2022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국내 기업 중 메인트랙 연사에 유일하게 올랐다. 메인트랙 연사는 주요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만 배정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7년 처음으로 메인트랙 배정을 받은 이래 올해까지 우리나라 기업 최초로 6년 연속 메인트랙에서 발표를 진행했다.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미국 현지시간) 나흘간 진행된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는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이 매년 개최하는 행사로 세계 9000여명의 투자자와 450여개 바이오 기업이 참여한다.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발표에는 다수의 세계 투자자가 접속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3분기 기준 CDMO 수주·승인 현황.(자료=삼성바이오로직스 2021년 3분기 경영실적 보고서)
▲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3분기 기준 CDMO 수주·승인 현황.(자료=삼성바이오로직스 2021년 3분기 경영실적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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