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가 4분기 보고서(EarningsRelease)에서 올해 약 47조~52조원 수준에서 투자 예산(Capital Budget)이 집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47조원)과 맞먹는 규모다. 종합반도체(IDM) 업체들이 파운드리 강화 계획을 밝히자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것이다.

TSMC는 지난 13일 지난해 4분기 실적을 공개하고 기업설명회를 진행했다. 이후 홈페이지에 재무제표, 기업설명회 자료를 공개했다. TSMC는 4분기 매출 약 68조원, 당기순이익 약 7조원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각각 분기 최대 실적이다.

실적만큼 눈에 띄는 건 올해 투자 계획이다. 전년(약 35조원) 대비 적게는 34.2%, 많게는 48.5% 늘어난 약 47조~52조원을 집행할 전망이다. 이는 TSMC가 지난해 영업 과정에서 벌어들인 현금(Cash Flows from Operating Activities·약 47조원)과 맞먹는 규모다. 벌어들인 현금을 그대로 재투자하겠다는 의미다.

알아두면 좋은 지식들

· 종합반도체(IDM): 반도체 업계는 크게 3가지로 분류됩니다. 설계를 담당하는 팹리스, 생산을 담당하는 파운드리, 설계와 생산을 동시에 하는 IDM으로 나뉘는데요. TSMC가 파운드리 업체라면 삼성전자, 인텔, SK하이닉스 등이 IDM 업체로 불립니다. 아래 삼성전자가 제공하는 그래픽을 보시면 조금 더 이해하기 편하실 겁니다.

▲ (자료=삼성반도체이야기)
▲ (자료=삼성반도체이야기)

업계는 TSMC가 IDM 업체들의 행보를 의식했다고 평가한다. 대표 사례가 인텔이다. TSMC 주요 고객사인 인텔은 지난해 3월 ‘IDM 2.0’ 전략을 발표하고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했다. 약 23조원을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 2곳을 건설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파운드리 가동 시점은 2024년으로 예상된다. 2024년까지는 TSMC가 인텔 물량을 생산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후에는 경쟁 관계로 상황이 뒤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장기적 관점에서 TSMC의 공격적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 셈이다.

시장에서 IDM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도 TSMC 입장에선 우려되는 부분이다. 대표 IDM 업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노트북 등 완제품도 제조한다. 이 때문에 애플, 퀄컴 등 파운드리 시장 핵심 고객사들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와 거래를 꺼린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데이터센터, 자율주행 등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서 IDM은 새로운 기회를 얻고 있다. 설계 경험이 많지 않은 탓에 파운드리보다 IDM과 협업하는 게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2019년부터 완전자율주행(FSD) 칩 생산 등을 삼성전자와 협업하는 이유다.

▲ 고쿨 하라하란 애널리스트와 웨이저자 TSMC CEO 질의응답 내용. (자료=TSMC)
▲ 고쿨 하라하란 애널리스트와 웨이저자 TSMC CEO 질의응답 내용. (자료=TSMC)

이날 TSMC 컨퍼런스콜에서도 IDM 업체들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이 나왔다. 고쿨 하리하란(Gokul Hariharan) JP모건 애널리스트가 “IDM 업체들은 TSMC 주요 10대 고객사였는데, 이제 파운드리 시장 재진입을 노리고 있다. TSMC와 정면승부를 원하는 것 같은데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웨이저자(魏哲家) TSMC 최고경영자(CEO)는 “IDM들의 변화를 고려해서 향후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면서 “TSMC는 단 한 명의 고객이나 제품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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