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반도체’라 불리며 삼성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떠오른 바이오. 그 중심엔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사장)가 있다. 존림 대표는 2020년 12월 16일에 취임해 삼성의 바이오사업을 1년 넘게 이끌었다. 경영 1년을 꽉 채운 존림 대표가 13일 미디어 앞에 섰다. “글로벌 1위 바이오기업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출사표로 던졌던 그의 포부가 얼마큼 실현됐는지, 또 올해 어떻게 뛸 수 있을지 살펴본다.<편집자주>
“향후 10년간 의약품 위탁생산(CMO), 위탁개발(CDO), 위탁연구(CRO) 등 모든 사업 부분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

존림 대표가 1년 전 취임사를 통해 밝힌 포부다. 당시 글로벌 바이오 제약사로의 도약을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삼성그룹 바이오산업 최전선에서 1년을 보낸 존림 대표는 앞으로 1년의 경영 방침으로 △생산능력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글로벌 거점 구축을 내걸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최고 CMO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것은 물론 지속 성장이 가능한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단 포부다.

▲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사장)가 13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을 열고 2022년도 사업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사장)가 13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을 열고 2022년도 사업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존림 대표가 취임하기 전부터 CMO 분야 생산설비 기준 세계 1위에 올랐다. 2017년 인천 송도에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생산시설인 3공장(18만L)을 완공한 데 따른 성과다. 1공장(3만L)·2공장(15만4000L·이 중 4000L는 임상용 설비)을 합치면 총 36만4000L의 생산설비를 운용하고 있다. 생산량 측면에서 이미 경쟁사 대비 우위에 올라있는 셈이다. 미국 바이오제약 전문 컨설팅 업체 BPTC가 발간한 2021년 정기보고서에 따르면 스위스 론자가 30만3000L로 2위, 독일 베링거 인겔하임은 27만5000L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존림 대표는 현재 CMO 1위의 위치에서도 안주하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세계 바이오산업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CMO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베링거 인겔하임이 2023년까지 생산설비를 48만L로 증설하겠다고 나서는 등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 같은 상황에 맞춰 내놓은 해답은 ‘초격차’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쟁사 대비 압도적 우위를 지속해서 가져가겠단 전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존림 대표 취임 직전인 2020년 11월부터 인천 송도 글로벌캠퍼스에 4공장을 짓고 있다. 4공장의 예상 연간 생산량은 25만6000L로, 완성된다면 단일공장 세계 최대 생산 능력을 자체 경신하게 된다. 4공장 설립엔 1조7400억원이 투입된다.

존림 대표는 이와 관련 “제4공장은 2023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었으나 이를 계획보다 6개월 앞당겨 올 10월부터 6만L에 해당하는 시설을 부분 가동할 것”이라며 “완전가동은 2023년 2분기로 예상한다”고 했다.

4공장의 완성으로도 CMO 분야 1위 수성이 가능하지만 회사는 추가 설비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5·6공장을 송도에 건설해 차세대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서도 존재감을 키울 방침이다. 두 생산시설엔 2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이 중 5공장은 올해 상반기 착공해 2024년부터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5공장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세포치료제 등의 방식으로 개발된 바이오의약품이 생산된다.

회사는 2023년 4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하면 세계 CDMO 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이미 3개 글로벌 제약사와 5개 의약품에 대한 수주 계약을 맺었다. 해당 제품은 모두 4공장에서 생산된다. 또 약 20개의 기업과 30종 제품에 대한 생산도 논의 중이다.

존림 대표가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CDMO 수주 성과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회사는 4공장의 조기 가동을 통해 이 같은 흐름을 더욱 견고히 할 방침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3분기까지 61건의 CMO 계약을 체결했다. 2020년 57건의 연간기록을 이미 초과 달성한 상태다. 이에 따라 현재 운영 중인 1·2 공장은 완전(full) 가동, 3공장은 근접(near-full) 가동 상태를 보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글로벌 바이오제약사들의 CMO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4공장 가동 시점을 앞당길 경우 시장에 더욱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송도 4공장 조감도.(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송도 4공장 조감도.(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존림 대표 취임 후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회사는 지난해 2분기 이후 2개 분기 연속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존림 대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 메인 사업인 CMO 부문에서 높은 성장을 이어가면서도 신규 사업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며 당초 계획했던 목표를 모두 달성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업에서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모더나가 mRNA 방식으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완제 위탁생산 중이다. 미국 그린라이트 바이오사이언스와와는 mRNA 백신 원료의약품(DS·Drug Substance)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그간 DS를 공급받아 완제품(DP)을 생산해왔으나, 이 계약을 통해 모더나 백신 생산에 필요한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 CDO 부문에서는 자체 기술 플랫폼인 ‘에스셀러레이트(S-Cellerate)’를 론칭,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드는 기간을 단축하는 성과를 냈다.

사업 다각화도 추진한다. 항체의약품 CMO 중심의 현 사업 포트폴리오를 △mRNA △pDNA △바이럴벡터 등으로 확장한다. 이와 함께 올해 2분기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cGMP) 승인을 목표로 기존 공장 내 mRNA 기반 원료의약품 생산 시설을 건설 중이다.

존림 대표는 “2022년은 재무적 성과를 더욱 극대화하는 동시에 지속 성장을 향한 도약의 토대를 만들어가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도 3대 축을 중심으로 한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미래 성장을 이어갈 엔진을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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